“죽을 때 가져갈 것도 아니고”...10억 고대병원에 쾌척한 90세 할머니

      2023.06.16 08:13   수정 : 2023.06.16 17:1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90대 어르신이 실 공장을 운영하며 한 평생 모은 재산 10억원을 고려대학교 병원에 기부한 사연이 소개돼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14일 고려대학교의료원에 따르면 병원 측에 10억여 원을 기부한 한종섭(90) 여사의 뜻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9일 고대안암병원 옥외정원에서 ‘한종섭 정원’ 명명식이 열렸다.

한국전쟁 때 월남해 고대 인근서 실 공장

한국전쟁으로 가족을 여의고 18세의 나이에 월남해 고려대 인근에 자리를 잡은 한 여사는 이후 서울 용두동에서 남편과 실 공장을 운영했다.

한 여사는 평생 성실히 모은 돈으로 지난 2021년부터 고려대학교병원에 총 10억65만원을 기부했다.

기부를 결정한 이유에 대해 한 여사는 “예전에 고대생들이 학생운동하던 시절에는 우리 집으로 도망도 많이 왔었다”며 동네에서 오랜 시간 주민으로서 고려대와 함께한 애정과 친근감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한 여사는 최근 몇 년 사이 고대병원이 크게 발전하는 모습을 보고 의학 발전에 더욱 더 힘써달라는 의미에서 기부를 결심하게 됐다고도 설명했다.

"나 죽으면 이 집도 기부" 아낌 없는 나눔

또 고대의료원에 따르면 한 여사는 “본인이 돈 가지고 있어 봐야 뭐하나. 죽을 때 가져갈 것도 아니고, 기부를 통해 한종섭 정원같이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이름을 남기는게 훨씬 의미있다”고 말했다.

고대의료원은 “한 여사는 거주 중인 성북구의 주택도 사후 의료원에 기부하기로 약정하는 등 아낌없는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며 “고려대의료원은 안암병원 본관 앞 정원을 ‘한종섭 정원’으로 명명해 한 여사의 뜻을 영원히 기억하고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명명식에서 한 여사는 “일평생 일궈온 노력의 결과를 뜻깊은 곳에 전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많은 이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세상이 더욱 빨리 왔으면 한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행사에 참여한 윤을식 고려대학교 의무부총장은 “한 여사의 순수하고 올곧은 정신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과 감동을 줬다.
‘한종섭 정원’은 많은 교직원과 내원객들이 여사님의 마음을 느끼는 공간으로 영원히 사랑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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