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일 NO..백수가 낫다"..일자리 미스매치에 텅빈 '이곳'

      2023.06.19 05:00   수정 : 2023.06.19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5월 고용률과 경제활동참가율이 1982년 7월 이래 가장 호조를 보였지만 조선업 현장은 빈 일자리를 채우지 못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외국 인력 도입 확대에도 노동력이 모자라 조선 3사는 대대적인 경력직 채용에 나섰다. "웃돈을 주고서라도 데려오라"는 수준의 인력 쟁탈전에 돌입한 상태다.

반면 구직 시장에서 조선업은 찬밥 신세다. "그냥 쉬었다"는 비경제활동 청년이 38만6000명에 이르지만, 조선업 현장을 쳐다 보지도 않고 있다.

쪼그라든 조선업계...원복 역부족
19일 기획재정부에 4월 기준 우리나라 빈 일자리 수는 21만6000개에 달한다. 1년 전보다는 4000개 줄었지만 최근 제조업을 비롯한 조선·금형업 등의 소폭 회복세를 따라잡지 못하며 전월 대비 되레 3000여명 늘었다. 경제 체제 전환과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급격하게 사업을 축소했던 업종일수록 일자리 채우는 게 힘든 모양새다.


특히 조선업은 2014년 기준 20만명에 이르던 종사자 수가 지난해 절반 이하인 9만5000여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정부 역시 조선업을 중심으로 빈자리 채우기에 나섰다. 지난 3월 '제1차 빈 일자리 해소방안'을 통해 올 5월말까지 1만6000명 채용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지자체가 분담해 노동자의 소득을 보전하는 '조선업상생패키지'도 내놨다. 총 1950명을 대상으로 1년간 근로자가 150만원을 저축하면 450만원의 지원금을 더해 600만원의 자산을 형성하게 돕고 있다. 하지만 대표적인 조선회사인 '한화오션'의 이전 수준 복구만으로도 약 3000여명 수준의 추가 채용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의 유인책이 아직 빈자리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인 상태다.

"대학 나왔는데"...일자리 미스매치
조선업 등 빈일자리 문제는 청년층 외면이라는 '일자리 미스매치'다.

우리나라 고등교육 이수율은 2019년을 제외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1위를 굳건하게 지켜왔다. 한국경제연구원(KERI)의 연구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우리나라 대학 졸업자는 연평균 3.0%씩 꾸준히 성장했다. 반대로 고학력을 요구하는 일자리는 연 평균 1.3% 증가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대졸자 고용률은 75.2%로 OECD 37개 국가 중 31위다. 약 35%에 달하는 고학력자들은 불가피한 일자리 미스매치를 직면하고 있다.

고학력 일자리 경쟁에서 내몰린 이들이 마주하는 처우도 문제다. 국가통계포털(KOSIS)의 학력별 임금 통계를 보면 지난해 기준 월임금총액은 대졸자는 431만1000원, 고졸자는 247만6000원으로 약 1.74배 이상 차이가 벌어졌다. 장기간 불황으로 임금이 정체된 조선업계의 임금격차는 산업간 비교에서도 열세에 있다. 지난해 기준 용접·도장 업무의 시간당 보수는 건설업에서 2만원 중반대였지만 조선업계에서는 1만원 초반 수준에 불과했다.

오랜 기간 하도급을 확대해 온 조선업계 특성상 불안정성과 업무의 위험성이 높은 것도 기피되는 이유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제조업 임금 체불 금액의 7.3%가 조선업에서 발생했고, 하청업체 근무 시 산재 위험도도 높다고 여겨지고 있다.


장기 구조개혁 필요...정부 "급한 불부터"
정부는 단기 대응을 위해 외국인력 도입과 임금 보전 등 강력한 수급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러·우 전쟁 등 업계 호재로 인한 '반짝 호황'으로 인한 수요를 장기적인 구조 개혁으로 채우기는 어렵다"며 "조선업이 필연적으로 가지고 있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단기에 해결되지 않는다면 외국인력과 재정투입으로 단기 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산학협력이나 지역 상생 대책 등을 통해 인력 수요를 맞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역시 "조선업계에 임금 관련 갈등이 높았다"며 "이전 운영됐던 중소기업의 '내일채움공제'와 같이 우선 소득을 통한 유입을 기대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진단했다.

외국 인력 도입 완화와 소득 보전에 재정이 투입되는데 비판도 만만치 않다. 청년들이 기피하는 일자리에 대한 구조적인 개혁 없이는 결국 더 큰 사회비용을 치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종선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외국인력의 가족까지 기준을 완화하며 도입하면 이들을 한국 사회에 정착시키는데도 비용이 따른다"며 "오히려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임금을 정상화하고 산업 인재를 내부에서 육성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지출을 더 줄이는 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7월 중 '제2차 빈일자리 해소방안'을 일자리 전담 TF에서 논의해 발표할 계획이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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