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 첫 맞대결 떴다' 현대重-한화오션, 수주 승자는?

      2023.06.18 15:15   수정 : 2023.06.19 16:3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맞붙는 8000억원대 '미니 이지스급' 호위함 수주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이번 수주 대상은 호위함 2척으로 오는 30일 입찰에 이어, 7월 중 최종 낙찰자가 결정된다. 한화그룹에 편입된 한화오션과 HD현대그룹이 맞붙는 첫 입찰이라는 상징성도 있어 승자가 누가될 지 더욱 주목된다.

특히 양사는 '군함 기밀 유출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와중에 진행되는 이번 수주에 사활을 걸고 있는 분위기다.

8300억원 호위함 사업자 내달 결정

18일 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오는 30일 울산급 배치(Batch)-III(3) 사업의 마지막 물량인 5,6번 호위함을 입찰한다. 사업 예산은 8334억원.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HJ중공업 등이 이번 입찰에 참여한다.

울산급 배치3 사업은 3500t 이지스급에 준하는 고기술의 차세대 호위함 6척을 건조, 노후선을 교체하는 프로젝트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7월중 제안서 평가후 최우선순위 협상대상업체와 협상을 거쳐 5,6번함 사업자를 최종 선정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달라진 것은 사업자 선정 기준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올 1월 방위사업관리 규정 개정에 따라 선정 방식이 가격 중심의 적격심사에서 기술력 중심의 제안서 평가로 바뀌었다"며 "품질이 향상된 함정을 해군에 인도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했다.

현재 울산급 배치3은 4번함까지 사업자가 결정됐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020년 3월 1번함(선도함)을 4000억원에 수주했다. 선도함은 지난 4월 진수, 현재 시운전 중이다. 내년 말 해군에 인도된다. 이어 2~4번함은 중견 조선사 SK오션플랜트(옛 삼강M&T)가 3300억~3500억원에 수주했다. 통상 후속함은 선도함(1번함) 상세설계 도면을 토대로 건조된다. 당시 함정 연구개발, 건조 경험이 없는 조선사가 저가입찰로 수주하자 최저가 선정 방식을 놓고 '무임승차' 논란이 일었다. 기술력 중심의 제안서 평가방식으로 바뀐 이유다.

배치3 사업에서 선도함을 개발하고도 후속 함정 수주를 내리 놓친 현대중공업은 물론, 배치2 사업을 주도했던 한화오션 모두 자존심을 구겼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저가 경쟁 입찰에 불참했다. 한화오션은 두차례 입찰에 참가했으나 100억원 안팎의 가격차로 모두 탈락했다.

현대-한화 '수상함 명가' 싸움 과열

현대와 한화는 이번 5,6번함 수주에 날을 세우고 있다. 양대 그룹사의 첫 군함 입찰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큰데다 한화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인수승인 조건(함정장비 가격 차별 금지, 영업비밀 계열사에 제공 금지 등)이 적용되는 첫 입찰이기도 하다.

게다가 현대중공업의 '군함 설계도면 은닉·유출 사건'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아 양사는 매우 껄끄로운 관계다. 앞서 지난 2020년 차세대 구축함(KDDX) 기본설계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설계도면 유출로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문제 삼았으나 법원과 방사청은 "연관성이 없다"며 현대중공업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당시 연루된 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직원들은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에 한화오션은 한화그룹 편입 직전인 지난 4월, 이 문제를 다시 끄집어 내 "적법성 여부를 감사해달라"며 국민감사를 청구한 상태다.

근소한 점수차로 차세대 KDDX 설계를 현대중공업에 내준 한화오션은 이번이 설욕전이다. 현대중공업은 군함 기술 우위를 확인해야 한다. 승자는 KDDX와 배치4 등 향후 후속 군함 프로젝트 입찰에도 유리하다.

이 때문에 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모두 "수상함 명가가 누구냐"며 5,6번함 수주전이 과열되는 양상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죽을 각오로 입찰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한화오션은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전투체계와 복합식 추진체계를 적용해 수중방사 소음을 최소화했다며 "선도함(현대중공업)보다 뛰어난 후속함"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기술 최고난도의 이지스구축함 6척 중 5척을 건조한 우리가 진정 수상함 명가"라며 한화오션의 주장을 일축했다. 현대중공업은 360도 레이더 장착 등 선도함 설계·건조 기술력, KDDX 기본설계 역량을 토대로 배치3 사업을 전폭 지원하겠다는 전략이다.
최태복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이사는 "후속함은 선도함 수준의 성능 규격, 전투체계를 통합해 사업 기한내 건조를 완료하는 게 중요하다"며 "2~4번함 건조 기술 지원을 포함해 배치3 사업의 안정적인 추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대중공업은 설계도면 은닉 유죄 판결로 받게 된 페널티가 최대 변수다.
2025년 말까지 모든 군함 입찰에서 보안사고 감점(1.8점)이 적용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이 예상된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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