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규원 "대학 때 작품 인연 손석구형, '범도3' 잘했다며 안아줬죠" ②
2023.06.17 08:16
수정 : 2023.06.17 08:16기사원문
<【N인터뷰】①>에 이어
영화 '범죄도시3'(감독 이상용)에서 메인 빌런 주성철(이준혁 분)의 오른팔 김용국을 연기한 배우 한규원(37)은 영화가 천만 관객을 돌파하면 '주성철 패밀리'와 몰래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천만 돌파를 앞두고 미리 소감을 말해달라고 하자 그는 "네가 뭔데 천만 소감을 말하느냐고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조심스럽다"면서도 "감개무량"이라며 진심어린 마음을 전했다.
"촬영장에서 '이거 어때요?' '저거 어때요?' 하면서 때로는 반려를 당해 움츠러들기도 하고, 연습하다 밤도 새고 한 게 보상을 받는 느낌이에요. 관객 분들이 '너네가 고생했던 게 의미가 있었어' 해주시는 느낌이라 감동적이고 감사하죠. 천만이 되면 제가 먼저 얘기해볼까 해요. 다같이 (주성철 패밀리가)함께 모여서 몰래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서울 모처에 준혁이 형 집이 있거든요, 아지트처럼. 거기서 샴페인을 터뜨리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웃음)"
'범죄도시'(2017)는 청소년관람불가 영화임에도 688만명 이상을 동원했고, '범죄도시2'는 1269만명 이상을 동원하며 역대급 흥행에 성공했다.
한규원은 역할의 크기와 상관없이 강력한 신스틸러들을 대거 탄생시킨 전편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메인 빌런 역의 이준혁 옆에서 연기했기에 진선규나 김성규 같은 선배, 동료 배우들의 성공을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도 작용했을 터.
"부담감은 아마 준혁형이 제일 컸을 거예요. 그걸 옆에서도 많이 느꼈어요. 그래서 저희가 더 똘똘 뭉치려고 하기도 했던 것 같아요. 감독님도 '1편 때 빌런들은 이렇게 연습했다더라' '2편 때는 이렇게 했다더라' '너네도 연습 많이 하지?' 하시면서 승부욕을 고취시키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그래서 더 열심히 했고, 그런 쪽에서 부담감이 없지 않았어요."
최선을 다했기에 처음 작품을 볼 때 긴장감은 더 컸다. 너무 불안해서 손에 땀이 날 정도였다고. 지금까지 영화는 두 번 봤다.
"불안함을 엄청 느꼈어요. 시사회 때 긴장이 엄청 돼서 손에 땀이 나더라고요. 영화에 집중하는 것 보다는 관객들의 반응이 있으면 '오 저 장면이 먹혔네', '오 이 장면은 이렇게 보시는구나' (고개를 돌리며) 이렇게 관객들을 보고 '다행이다.' 이런 식으로 봤어요. 진짜 떨면서 봤죠."
시사회 때 앞자리에는 주성철 오른팔인 김용국 역의 자신 및 주성철의 또 다른 부하 이강호를 연기한 배우 최우준이 있었다. 영화가 끝난 후 뭉클해진 두 사람은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두 손을 마주 잡았다고. 가족들의 반응도 좋았다. 무엇보다 평소에도 솔직한 평을 해주는 어머니의 반응이 긍정적이었다.
"어머니가 보셨는데, '재밌다'고 하시더라고요. 의심을 살짝했지만 위로를 받았죠. 그래도 저희 어머니는 팩트만 얘기하는 분이에요. 제가 출연한 드라마를 보셔도 재미가 없으면 없다고 하시는 분이어서요.(웃음) 정말 재밌어서 재밌다고 하셨을 거예요."
대학 시절 출연하게 된 뮤지컬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2006)로 데뷔한 후 여러 공연들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커리어를 쌓아온 한규원은 현 소속사(제이알 이엔티)와 만나면서 영화와 방송 등에도 얼굴을 비치게 됐다. 방송 데뷔작은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2018)였다.
"첫 작품에서 비중이 있는 역할을 하게 됐어요. 그리고 그 이후로 많이 떨어졌죠. 계속 김칫국을 마시지말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것도 이런 역사 때문이에요. 처음에 '어 내가 한 번에?' 하다가 여러 번 떨어지고 나니 김칫국을 마시지 말자, 덤덤하게 가자, 하는 마음을 먹게 됐었죠."
배우 일을 포기하고 싶었던 때도 있었다. 한규원은 2014년 부친이 세상을 떠났던 해, 그리고 그 이듬해가 연기를 하며 가장 힘들었던 시간들이었다고 회상했다.
"공연 도중에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그때 제가 발인을 못 갔어요. 코미디 공연을 할 때였는데 공연장에 상복을 입고 가는데 사람들은 데이트를 하러 왔어요. 아이러니하더라고요.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아프셨는데, 아들로서 제 도리도 못하는데 이걸 굳이 해야할까, 그럴만큼 가치 있는 일일까를 고민했었었요. 다른 일 해야겠다 생각하는데 사기까지 당했어요. 힘들었는데, 그렇게 힘들 때마다 누군가가 연락이 와서 '공연 할래?' 하고 물어봐줬어요. 막상 그러면 꼭 공연이 하고 싶더라고요."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했던 1, 2년간의 시간을 잘 넘겼고, 겨울 뒤에 봄이 오듯 그 시간 뒤에 기회가 찾아왔다.
"아주 예전에, 대학교 때 제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서 하는 연극에 출연했었어요. 그때 지금 '핫'한 배우 손석구형도 같이 연극을 했었었죠. 그때 그 공연을 같이 했던 다른 형 한 명이 연락을 줬어요. 저는 그때 돈을 버느라 지방에 있었거든요. 그 형이 전화가 와서 '너 연기 괜찮냐 요즘? 너 호랑이띠지? 너 혈액형이 B인가?' 물었고 제가 그렇다고 했더니 '네 연기 안 봐도 되겠다'고 말했어요. 본인이 호랑이띠에 B형이거든요.(웃음) 그 형이 제안한 그 공연을 할 때 지금 회사 대표님을 만나 계약했어요. 몇 개월 있다 드라마를 하게 됐고요."
지나고 보니 어려운 시간들에도 의미가 있었다. 회의적인 생각들로 인해 일을 많이 하지 않았을 때, 집에서 아픈 어머니를 돌볼 수 있었고, 가족의 소중함을 더 깊이 깨달을 수 있었다.
"신기해요. 순간 순간이 만나서 미래의 어떤 인연으로 이어질지 전혀 알 수 없는 것 같아요. 연기를 오래 안 하고 있을 때 과거에 함께 배우를 했던 형이 작가가 돼 공연을 하자며 연락이 오고, 그 공연을 하게 됐는데 회사를 만나게 되고. 전혀 계산을 할 수 없었던 행보죠."
대학 시절 작품으로 인연을 맺은 배우 손석구와는 최근 우연히 한 영화의 시사회 자리에서 재회했다.
"시사회에서 누가 팝콘을 주문하고 있더라고요. 손석구형이었어요. 형이 저를 보고 '어?' 하는데 '저 기억 나요?' 물었어요. 당시에는 정말 친했지만 시간이 많이 지났고, 형이 저를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형이 '당연히 기억하지'라고 말했어요. 그리고 이번에 '범죄도시3' 시사회 때 다시 만났어요. 석구 형이 '잘 봤다'고 하면서 안아주더라고요. '좋았어, 너무 잘했어' 얘기해주는데 신기하고 고마웠어요."
'범죄도시3'가 끝난 뒤에도 한규원은 계속해서 새로운 작품,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기 위해 고군분투할 것이다. 관객들에게는 작품 안에서 늘 신선하게 발견되는 배우가 되고 싶은 것이 그가 품은 작은 소원이다.
"최근에 '낭만닥터 김사부'에 출연했는데 거기서 '진짜 보건복지부 직원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저에겐 찬사였죠. 제가 연기한 인물이 관객들이 공감하는 인물이었으면 좋겠어요. 진짜 저런 사람이 있겠다 하는 사람이요. 욕심이 크죠? 그렇지만 해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