弱엔·위안 속 원화 ‘나홀로 강세’ 3국3색 탈동조화 흐름 이어지나
2023.06.18 19:13
수정 : 2023.06.18 19:13기사원문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외환시장에서 한·중·일 3개국 통화가 각국의 통화정책과 경제 흐름에 따라 차별화되면서 기존과는 확연히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우선 미국 달러화 대비 환율을 살펴보면 원화가 '나홀로 강세'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2일 1290.0원에서 거래를 시작한 후 16일엔 전일 종가 대비 8.6원 하락한 1271.9원에 거래를 마치며 1270원대에 안착했다.
반면 위안화는 심리적 경계선인 달러당 7위안까지 떨어졌다. 엔·달러 환율은 15일 종가(140.26엔)에서 일본은행(BOJ) 금융정책회의 후 141엔대까지 오르는 등 엔화가 약세를 보였다. 아울러 원화 대비 엔화는 8년 만에 가장 낮았다. 16일 오전 9시 원·엔 재정환율이 100엔당 906.50원(하나은행 고시), 오후 3시30분 기준 903.82를 기록하며 2015년 6월 이후 약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원화·위안화 간 높은 수준의 동조화(커플링)가 깨진 것에는 한중 경기에 대한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원화는 한국 반도체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받아 강세를 보이는 반면, 위안화는 기대보다 저조한 중국 경제지표에 경기회복 기대감을 되돌리고 있다. 우리나라 5월 무역수지는 21억달러 적자로 지난 1월(125억3000만달러 적자) 정점을 찍은 후 적자 폭을 줄이고 있다. 반면 중국 공식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월 49.2에서 5월 48.8로 2개월 연속 하락해 시장예상치를 밑도는 등 경제지표가 저조한 상황이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부터 원화와 위안화 커플링 고리가 약해졌다"며 "아직까지 양국의 연결고리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중국이 반도체 국산화를 시도하고, 한국도 메모리반도체를 중국에 의존하며 수출할 사이클은 지났기 때문에 양국 통화 간 동조화 수준이 낮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엔저 현상의 원인은 일본이 주요국 중 유일하게 통화완화 정책을 펼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16일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10년물 국채금리를 0% 수준으로 유지하는 등 대규모 완화정책을 유지키로 했다. 채권을 사들여 금리가 오르지 못하도록 막는 수익률곡선통제정책(YCC)도 유지하고 있다.
하반기에도 3국 3색 통화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일본이 주요국과 달리 통화완화책을 오래 가져가고, 한국의 대(對)중국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역학관계에도 과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일본은행이 통화긴축 쪽으로 가게 되면 당연히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미국 통화정책을 고려할 때 달러화 대비 원화, 엔화가 동반 강세를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원화와 위안화 간 동조화 수준에는 중국 리오프닝으로 인한 파급효과가 최대 변수로 꼽힌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우리나라 경기에 대한 기대감과 중국 경기에 대한 기대감 되돌림 현상이 어느 정도 균형점에 도달했을 때 다시 커플링으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현기 흥국증권 수석연구원은 "예전 같았으면 중국 경기가 회복됐을 때 우리나라에서 중국 관련 수출이 잘 됐었는데, 지금은 많이 분절화됐다"면서 "위안화가 강세로 갈 경우 원화도 강세 압력을 받을 수는 있지만 예전만큼은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