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염 3200포 거널낸 농협.. "조합장이 지인에게 수십포씩 배달했다" 논란
2023.06.19 16:11
수정 : 2023.06.19 16:1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우려로 전국적으로 소금 품귀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충북 제천 봉양농협 조합장이 보관 중이던 소금을 지인들에게 수십포씩 배달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농사일로 바쁜 조합원은 정작 소금 구하지 못해
19일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천시연맹(제천농민회) 봉양지회는 봉양농협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봉양농협 홍성주 조합장이 기만적인 소금 판매로 농민조합원을 우롱하고 있다"며 사과와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전국적인 소금 품귀현상으로 소금 값이 폭등하는 현 상황에서 조합이 소금 판매 관련 사실을 조합원들에게 알리지 않고 무분별하게 판매해 정작 농사일에 바쁜 조합원들이 소금을 구하지 못한 현실을 맞았다고 비판했다.
소금대란에 구매제한 두자는 직원의견도 '묵살'
봉양농협 등에 따르면 이 농협 경제사업소는 이달 초 20㎏짜리 천일염 3200여포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소금 사재기가 일면서 지난 16일 재고가 완전히 바닥났다. 이에 판매 직원들이 이상 징후를 느끼고 지난 12일 수량 제한 판매를 윗선에 건의했지만 묵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천 농민회는 봉양농협 측이 이 기간 1인당 구매제한 없이 1포당 2만원씩 소금을 판매해 왔다고 밝혔다. 이 농협은 소금 사재기 논란이 벌어진 6월 둘째 주 이후에도 구매제한이나 가격 상승 없이 소금을 판매하다 지난 15일에야 1인당 5포로 구매 제한했다. 이후 이튿날 3포, 1포로 제한을 강화하고 가격도 2만5000원에서 3만원으로 올렸으나 당일 소금이 모두 동났다.
이 과정에서 지난 9일 홍 조합장이 이 조합 창고에서 20여포를 농협 차량에 실어 직접 배달을 가는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2년치 물량 바닥.. 농협중앙회에 감사 촉구
농협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2년 동안 소비할 물량이 단 1주일 만에 모두 동이 났다"면서 "제천 시내의 각 농협이 진작부터 구매 제한을 하는데도 봉양농협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제천 농민회는 소금 판매 행위에 대한 조합장의 사과와 사퇴를 촉구하는 한편 농협중앙회에 이번 사태에 대한 즉각적인 감사 실시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홍 조합장은 "염전 조합장과 안면이 있어 봉양농협이 다른 농협보다 더 많은 소금을 확보한 상황에서 평상시와 같이 소금을 판매했을 뿐"이라며 "제천 시내의 경우 농산물이나 농자재 구매 고객들에게 통상적으로 배달료를 받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