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치고도 13초간 가속페달.. '급발진' 주장한 운전자 무죄, 왜?

[파이낸셜뉴스] 사망사고를 낸 뒤 차량 급발진을 주장한 운전자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에서 차량 결함 가능성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대학교 교정에서 사망사고 낸 그랜저 차량 운전자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5단독 김정헌 판사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56)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A씨는 2020년 12월29일 오후 3시23분께 그랜저 승용차로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한 대학교 내 광장을 가로질러 운전하다 대학 경비원 B씨(60)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차량이 잔디가 깔린 광장으로 진입하는 것을 제지하려다 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치료 도중 숨졌다.

당초 검찰은 A씨가 가속장치와 제동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하지 못해 사고가 났다고 주장했다. 이에 A씨는 차량 결함으로 제동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라고 항변했다.

"차량 정지 후에도 시동 안꺼졌다" 주장

A씨는 "사고 직후 차량 엔진 소리가 커지며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고 급발진했다"며 "정지 후에도 시동이 꺼지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블랙박스 영상에는 A씨 차량이 대학교 지하주차장을 나와 시속 10㎞로 우회전하던 도중 갑자기 가속하면서 주차 정산소 차단 막대를 들이받은 뒤 광장 주변 인도로 올라서 화분을 들이받은 모습이 담겼다.

A씨의 차량은 B씨를 친 뒤에도 13초 동안 시속 60㎞ 이상 속도로 주행하다가 보도블록과 보호난간을 충격하고 나서야 속도가 줄어들었다.

재판부 "브레이크 착각했다 보기 어렵다" 차량 결함 인정

재판부는 "교통사고 분석서에 따르면 피고인이 보도블록, 화분을 들이받고서도 13초 동안 가속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계속 밟고 있었다는 것인데, 이런 과실을 범하는 운전자를 상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를 피하려고 방향을 튼 점과 여러 차례 브레이크 등이 점등된 점 등으로 볼 때 차량 결함을 의심하기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e-mail]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