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발전소發 220명 사망..국민연금 책임?

      2023.06.22 05:00   수정 : 2023.06.22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국에서 가동 중인 석탄발전소로 2021~2022년 1968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중 220명이 국민연금의 투자에 따른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기간 석탄발전소가 건강에 끼친 영향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 경제가 짊어진 부담은 12조9000억원으로 알려졌다.

이중 1조4000억원이 국민연금의 투자로 인한 결과라고 분석됐다. 최영희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석탄 관련 기업에 채권 투자는 포스코홀딩스 3100억원, 한국전력공사 15조1666억원, 삼척블루파워 300억원 순이다.


국민연금, 석탄 오염 및 건강영향 기여도 평균 9.2%

22일 핀란드의 대기 환경 연구단체인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와 한국의 기후환경단체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국내에서 운전 중인 석탄화력발전소들은 2022년 이산화황(SO2) 21.5kt, 질소산화물(NOₓ) 19.2kt, 미세먼지(PM) 1.6kt 등 오염물질을 배출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에서 국민연금의 석탄 투자로 인한 배출량은 이산화황 2.5kt, 질소산화물 2.2kt, 미세먼지 0.2kt 등으로 분석됐다. 환경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진성준 의원실에 제출한 석탄발전소 대기오염물질 및 배출시설현황 데이터를 바탕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다.

이산화황은 대표적인 가스상 대기오염물질이다. 고농도에서 비강과 인후에 많이 흡수되며 점막액과 반응해 염증을 일으킨다. 이산화황에 계속해서 노출되면 폐렴, 천식 등 질환을 겪게 된다. 질소산화물에 장기간 노출되면 저농도로 노출된 경우에도 만성중독으로 기관지염, 폐기종 등 건강 이상이 야기될 수 있다. 초미세먼지는 직경이 2.5마이크로미터(µm) 이하인 먼지다. 흡입했을 때 기도에서 걸러지지 못하고 대부분 폐포까지 침투한다. 심장질환과 호흡기질환을 유발해 조기 사망률을 증가시킨다.

CREA와 기후솔루션은 국내 총 15개 석탄화력발전소가 배출한 대기 오염물질이 주민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칼퍼프(CALPUFF) 모델링 시스템으로 확인했다.

칼퍼프는 가장 널리 이용되는 산업 표준 배출 확산 모델로, 각 오염 요인이 넓은 지역의 대기 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칼퍼프는 석탄 발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황(SO2), 질소산화물(NOx)과 이차적으로 형성하는 황산염 및 질산염 입자 등에 대해 장거리 이동 패턴까지 고려해 모델링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석탄발전소 탓에 사람들이 초미세먼지(PM2.5)에 노출되는 사례 및 석탄발전소가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의 90% 이상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런 오염 및 건강영향에 대해 국민연금의 기여도가 얼마나 되는지 재무 데이터를 바탕으로 계산했다. 건설 단계인 것을 포함해 국내 총 15개 석탄발전소 가운데 11개 발전소는 한국전력공사가 지분 100%를 소유한 한국남동발전, 한국중부발전 등 5개 발전회사가 운영한다.

국민연금은 이런 ‘석탄 회사’에 주식 또는 채권을 사는 방식으로 투자하고 있다. 연구진은 탄소회계금융협회(Partnership Carbon Accounting Financials, 이하 ‘PCAF’) 방법에 기반해 국민연금의 기여 정도를 분석했다. 대구대학교 회계학과의 정준희 교수가 연구 방법론의 문제가 없는지 검증했다. 그 결과 국민연금의 기여도는 평균적으로 9.2%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분석에 따르면 석탄발전소의 각종 유해 물질로 인한 각종 질환으로 2021~2022년 조기 사망자가 전국적으로 1968명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11.2%에 해당하는 220명이 국민연금의 석탄 투자에 따른 책임으로 분류됐다.

같은 기간 약 2760여 명의 어린이가 천식을 앓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315명은 국민연금의 석탄 투자로 인한 것이다.

또 각종 유해 물질 오염이 미숙아 285명 출산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국민연금의 기여는 32명이다.

만성 폐쇄성 폐 질환, 당뇨병, 뇌졸중 등으로 인한 장애를 안고 살게 되는 기간이 국민 전체로 보면 2000년을 넘었다. 이 가운데 260년은 국민연금 투자로 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더해 오염과 연관 있는 여러 가지 건강 문제로 병가를 낸 사람들의 결근 일수가 약 80만9000일이다. 이 가운데 9만 690건은 국민연금 투자에서 기인한 것으로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석탄발전소 지역 주변 주민 영향 더 커

이런 건강 영향은 전국적으로 똑같이 나타나지 않는다. 석탄발전소가 위치한 지역 주변의 주민일수록 더 큰 고통을 받게 된다.

이번 분석에 따르면 발전 용량이 큰 발전소일수록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6400메가와트(MW) 용량의 태안화력발전소가 연간 26명의 사망자, 총 1550억원의 경제적 부담으로 가장 큰 피해를 안기는 것으로 추산됐다. 6040MW 용량의 당진화력발전소가 23명의 사망자와 1421억원의 경제적 비용을 만들었다. 영흥화력발전소가 3위로 18명의 사망자와 1124억원의 경제적 비용을 발생시켰다.

연구진은 산업화 대비 1.5도 이내로 기후 상승 폭을 막는다는 파리 협정의 약속을 지키는 동시에 국민 건강에 대한 막대한 피해를 막기 위해선 국민연금이 말뿐인 탈석탄 선언에서 나아가 하루빨리 석탄 투자 제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REA의 라우리 밀리비르타(Lauri Myllyvirta) 연구원은 “국민연금이 이런 석탄 발전으로 말미암은 피해의 책임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선 지금이라도 석탄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수탁자 책임 활동 기준을 수립하고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수연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국민연금이 석탄 기업을 분류하는 정량 기준을 발전기업의 경우 발전량 비중 기준 최소 30%로 설정하고 지속해서 강화해야 비로소 진정한 탈석탄 선언을 했다고인정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파리기후협약에서 도출된 1.5도 목표를 위한 기후행동에 적극나서는 것은 국민이 주인인 공적 연기금으로서 당연한 의무”라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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