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야생화, 밤에는 은하수" 태백으로 떠나는 여름여행

      2023.06.22 15:13   수정 : 2023.06.22 17:19기사원문

【태백(강원)=정순민 기자】 "별 하나에 추억과 / 별 하나에 사랑과 / 별 하나에 쓸쓸함과 / 별 하나에 동경과 / 별 하나에 시와 /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시인 윤동주(1917~1945)는 밤하늘의 별을 헤아리며 이렇게 노래했다. 하지만 요즘엔 별 볼 일이 없다. 특히나 화려한 조명과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도심에선 전혀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별을 보기 위해선, 어디로 가야 할까. 전국 각지에는 다양한 이름의 별 여행지와 은하수 여행지가 있지만, 최근 뜨고 있는 곳은 강원도 태백이다.

별빛이 쏟아지는 함백산 은하수 투어

평균 해발고도 902m. 강원도 태백은 국내 도시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도시다.
그래서 한여름에도 열대야가 없고, 빛공해지수가 상대적으로 낮아 별 보기에도 안성맞춤이다. 하늘이 맑은 날 차를 타고 조금만 이동하면 머리 위에 쏟아지는 별과 은하수를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태백이다.

은하수를 관찰하기 가장 좋은 계절은 6~8월이다. 이때 보는 은하수가 가장 화려해서다. 태백시는 여름 은하수를 핵심 콘텐츠로 내세운 여름도시 브랜드 마케팅을 추진하고 있다. '은하수 별빛투어'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해 '태백시=은하수 도시'로 브랜딩하겠다는 전략이다.

태백시가 추천하는 은하수 스폿은 모두 7곳이다. 함백산 은하수길(해발 1312m, 빛공해지수 1.00)을 비롯해 오투리조트(996m, 1.50), 태백스포츠파크(812m, 1.50), 오로라파크(686m, 5.50), 탄탄파크(742m, 2.80), 구문소(540m, 5.20), 태백산 당골광장(865m, 4.07) 등이다. 이중 최고의 장소는 빛공해지수가 가장 낮은 함백산 은하수길이지만, 다른 어느 곳을 가더라도 여름 밤하늘의 별무리를 만날 수 있다.


함백산 은하수 스폿은 국가대표 선수들의 고지대 훈련을 위해 설치된 태백선수촌에서 함백산 가는 도로변에 위치해 있다. 7곳의 은하수 스폿 중 가장 높은 곳에 있지만 비교적 접근이 쉬운 편이어서 땀 흘리며 산을 오르는 수고로움을 덜어준다. 태백시 중심가에서 올라오는 빛을 주변 산맥이 완벽하게 막아주기 때문에 가장 선명한 은하수와 조우할 수 있다.

태백의 인기 여행지인 구문소(求門沼)와 오로라파크에서 만나는 은하수도 특별하다. 구문소는 한밤중에도 차량 안전을 위해 절벽 방향으로 조명을 밝혀놓아 탄성이 절로 나는 별천지를 기대할 순 없지만, 구문소 절경과 함께 태백의 여름 밤하늘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좋아할 만한 고래 조형물이 설치돼 있는 오로라파크는 밤 10시부터 공원 내 모든 조명을 끄기 때문에 예쁜 밤하늘과 은하수를 볼 수 있다.

한편, 태백시는 ‘별비 내리는 태백의 밤으로, 은하수행 심야버스 900번’이라는 타이틀 아래 태백의 은하수 스폿 7곳을 소개하는 팝업스토어를 서울 성수동 복합문화공간 LCDC에서 진행하고 있다. 오는 27일까지 진행되는 팝업스토어에선 전문 사진가들이 찍은 태백 은하수 사진과 은하수 여행 프로그램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다.


두문동재에서 검룡소까지, 야생화 천국

밤하늘의 별을 실컷 봤으니 이제는 야생화 트레킹에 나설 차례다. 태백 야생화 트레킹은 두문동재에서 시작해 금대봉(1418m), 분주령(1080m), 대덕산(1307m)을 거쳐 한강 발원지인 검룡소(儉龍沼)로 내려오는 코스(약 4시간30분)가 대표적이다. 반대로 검룡소에서 계곡을 따라 올라 두문동재로 나오는 코스, 검룡소에서 수아밭령, 금대봉, 분주령, 대덕산을 거쳐 검룡소로 다시 내려오는 원점회귀 코스(약 6시간)도 있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에는 검룡소에서 출발해 대덕산에 올랐다가 분주령를 거쳐 다시 검룡소로 내려오는 짧은 코스(약 3시간)를 권장한다.

두문동재에서 검룡소로 이어지는 능선은 우리나라 최고의 야생화 군락지로 통한다. '천상의 화원'으로도 불리는 이곳을 걷다 보면 다양한 여름 야생화를 만나게 된다. 이곳을 대표하는 여름꽃인 범꼬리를 비롯해 나도수정초, 동자꽃, 요강나물, 할미밀망, 산꿩의다리, 개병풍, 노루오줌, 딱지꽃, 터리풀, 짚신나물, 조록싸리, 벌노랑이, 짚신나물, 쥐털이슬, 돌바늘꽃, 큰까치수염, 두메갈퀴, 석잠풀, 초롱꽃, 여우오줌, 두산솜방망이, 솔나리, 산제비난 같은 꽃들이 천지사방에 피어 있다.

또 이곳에는 수많은 야생화와 함께 다양한 동물과 곤충들도 서식하고 있다. 천연기념물인 하늘다람쥐를 비롯해 참매, 대륙목도리담비, 오소리, 고라니, 청솔모, 방패벌레, 그림날개나방, 꽃등에, 맵시벌 같은 것들이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 살아가고 있다.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 있는 이 길을 걷기 위해선 국립공원공단 예약통합시스템을 통한 사전 예약이 필수다. 매년 4월 20일부터 9월 30일까지만 하루 500명에 한해 입산을 허락한다. 물론 검룡소주차장에서 검룡소에 이르는 상시개방구간은 사전예약 없이도 탐방이 가능하다.


태백에는 그밖에도 꼭 둘러봐야 할 곳이 많다. 태백 도심에 있는 황지연못은 아무리 가물어도 하루 약 5000t의 물이 솟아나는 곳으로, 낙동강의 시작을 알리는 최초의 연못이다. 한때 사람들로 넘쳐났던 태백 철암역 인근을 기존 건물 그대로 살린 철암탄광역사촌도 의미가 있는 여행지다.
마을 전체가 영화 세트처럼 30년 전 탄광촌 모습 그대로 멈춰있어 아스라한 느낌을 준다. 또 지난 2002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철암역두(철암역 앞이라는 뜻) 선탄시설도 눈길을 끈다.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이 시설은 지금도 가동 중이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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