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쳐야 산다" K-배전반 드림팀, 비전 2030 향해 전력질주

      2023.06.21 19:05   수정 : 2023.06.21 19:05기사원문
한국을 대표하는 배터리·자동차(전기차)·반도체 등 이른바 '배전반' 기업들이 미·중 기술 패권 전쟁이 촉발한 경제블록화의 새 질서에 맞춰 글로벌 경쟁을 위한 새 진용을 짜고 있다. 해외 현지생산 확대를 통한 시장 주도권 확보와 공급망 그룹화 전략이 그 핵심이다. 특히 최근 글로벌 파트너십 확보와 더불어 'K배전반' 산업이 한 팀이 돼 미국 등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미래차 시장을 향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차량용 반도체 개발 동맹, 미국 전기차 시장을 겨냥한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SK온의 배터리 동맹이 대표적 예다.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에 대응하는 최적이자 최선의 조합이란 평가가 산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글로벌 배터리 시장 세계 1위' '전기차 글로벌 빅3' 등의 목표 아래 이뤄지는 해외 시장 공략도 올해와 내년에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전 2030전략 가동…美에 'K벨트' 구축

21일 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총수들의 글로벌 동선을 분석해보면 기업의 미래 전략을 파악할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4월 말부터 5월 12일까지 22일간 이뤄진 역대 최장기 미국 출장에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엔비디아 등 20개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접촉했다.
기술 주도권을 가진 미국 고객사들과의 접점 강화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의 '스시 회동',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의 만남 등이 주목받았다. 자율주행용 인공지능(AI) 반도체, 차량용 반도체 등과 관련한 협력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 회장은 '시스템반도체 2030' 비전 선포(2019년)를 통해 시스템반도체 1위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메모리반도체뿐 아니라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서도 자율주행, AI 등으로 고객사를 늘리며 업계 1위인 TSMC를 따라잡겠다는 의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 2월 미국 방문에 이어 미국 경제권인 멕시코 기아 공장을 방문했다. 내년 미국 조지아주 첫 전기차 전용공장 가동을 앞두고, 연내 추가 방문이 예상된다. 현대차는 독일·일본차들에 비해 한발 앞서 전동화 전환에 착수, 소프트웨어로 구동되는 차(SDV) 등 스마트카 시장을 향해 기술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시장은 현대차그룹에 있어 판매 비중이 가장 높은 해외 시장이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세계 자동차 시장 판매 3위에 올라선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글로벌 3강' 목표에 따라 2030년 전 세계 전기차 판매 목표인 364만대의 30% 수준인 100만대 이상을 미국에서 팔겠다는 각오다. 이에 따라 미국 내 현대차 앨라배마, 기아 조지아 공장, 멕시코 공장도 순차적으로 전동화 생산시설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의 1차 협력사, 배터리, 타이어사 등도 미국 동반진출을 확정한 상태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도 지난달 미국을 찾아 여러 사업장을 돌며 타운홀 미팅을 전개했다. 미국 시장 1위인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까지 북미에 무려 8개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SK온은 2025년께 미국에서 6개 배터리 공장을 가동한다.

■'탈중국' 고성장 해외시장 공략…'판 뒤집기'

대중국 봉쇄망의 가동과 미국 등 각국의 현지 생산 요구 압박은 거스르기 어려운 도전인 동시에 기업들에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되고 있다. 미국 현지에선 미시간주(SK실트론·LG엔솔), 조지아주(현대차·SK온·LG엔솔), 텍사스주(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국 전기차·배터리·반도체 K벨트가 구축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2028년까지 전 세계 글로벌 완성차 10개사의 북미 투자액은 187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도카이도쿄 조사센터)되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과 동시에 북미 전기차 시장의 성장성을 높이 봤기 때문이다. 탈중국의 대안이자 고성장 지역인 인도·아세안 생산거점도 강화되고 있다. 이 지역 전통강자인 일본차와 신흥강자인 현대차 간 '판 뒤집기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K배전반 드림팀 구축

일본 소니그룹과 혼다가 합작사까지 만들어 미래차 개발에 나선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차량의 두뇌'에 해당하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첫 협력의 물꼬를 튼 것도 의미심장하다. 삼성전자는 2025년부터 현대차에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를 담당하는 '엑시노스' 반도체를 공급한다.
국내 산업계는 경제 블록화 파고 속에서 'K배전반 드림팀 구축'에 대해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북미와 아세안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해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SK온이 각각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에 나섰으며 삼성전자와 네이버도 AI반도체를 함께 만들기로 했다.
한국 간판기업들 간 큰 틀에서의 '공급망 내재화 전략'이 가동되고 있는 것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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