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밖'은 소멸 중...외국인 눌러 앉히기 나선 지자체들
2023.06.27 16:44
수정 : 2023.06.28 11:1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2050년 초고령화사회 진입을 앞둔 우리나라에서 지방의 문제는 더 이상 '노화'가 아닌 '소멸'의 단계를 마주하고 있다. 2047년에 들어서면 2017년 대비 서울에서만 145만명, 부산 74만명, 대구 46만명의 인구가 사라진다. 이미 인구 감소를 겪고 있는 지방 소도시는 사라질 인구조차 없는 사실상 소멸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인구쇼크가 직접적으로 나타나기 이전이지만 우리나라 비도시 인구 비율은 1970년대 60%에서 2018년 기준 19%로 3분의 1 수준까지 쪼그라들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2월 발간한 ‘한국의 지역 정책 발전 방향'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한국 인구의 76%는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OECD 평균인 55%를 한참 웃도는 수준이다. 도시접근성에 기반한 OECD 지역 기준으로도 비도시 지역에 거주하는 한국 인구의 비율(11.3%)은 OECD 평균(29%)보다 낮다.
정부는 외국 인력 수급을 통한 지역 내 생산성 제고를 단기 대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구조개혁과 생활여건 개선 등 중장기 대책에 앞서 인구 보전의 필요성이 높아서다. OECD는 2042년이면 전 지역에서 인구의 자연감소가 일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교육, 의료 등 인프라 시설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비도시 지역의 경우 경제 생산성을 넘어 삶을 영위해나가는데 위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각 부처에 산재돼 있는 외국인력 관리를 통합할 방안을 강구하라"며 외국 인력 도입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했다.
외국인 숙련기능인력의 선발 요건을 완화하고 인원을 늘리겠다는 법무부의 방침도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지방에서 수요가 높은 단순 노무에 투입 가능한 숙련 노동자에게는 장기취업 비자 발급을 대폭 확대하고 선발 조건과 인원도 완화할 방침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역대 최대 규모로 약 11만명에 이른다. 비자를 통해 단기 체류 노동자들이 급한 불을 끄고 나면 입법과 정부조직 개편을 통한 이민청 설립까지 단계적으로 외국인의 국내 유입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손이 급한 지방에서도 외국 인력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11만명 가운데 3만8000명으로 가장 많은 인력을 배정 받은 농업 현장에서는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형평성을 위해 한 농가당 20명으로 외국인력이 제한돼있지만 대규모 재배 시설은 여전히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전남 영암군은 ‘외국인주민 기본계획’ 수립을 추진하며 이주노동자들의 ‘정주인구’화에 착수했다. 충북 제천시도 ‘재외동포’인 중앙아시아 고려인을 대상으로 이주 정책 도입을 준비하며 인구 소멸에 대비하고 있다.
대표적인 공업 도시였던 울산은 비전문취업비자(E-9)로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를 2018년 3597명에서 올해 5월 4127명으로 대폭 늘렸다. 울산은 올해 말까지 외국 인력을 7000명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해 울산 출생아수는 전년대비 11.8% 줄어들며 전국에서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인구 순유출률도 -0.9%로 17개 광역지자체 가운데 가장 높았다. 경상남도는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를 유치하고 12개 과제를 선정해 외국인력의 조기귀국 등 이탈을 방지하고 있다. 울산에 위치한 HD현대중공업도 외국인 노동자에 3개월 치의 정착금을 지원하는 등 정주인력 확보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적극적인 외국인력 도입에 내수 노동 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은석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농업, 제조업, 돌봄서비스 등 국내 인력의 기피직종에 외국인력을 도입하며 최저임금 등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자칫 국내 노동 여건까지 교란하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은 교수는 "인구가 줄어도 취업 경쟁이 사라지지 않듯이 여건이 좋다면 내수 인력 유입을 유도하는 편이 사회비용이 낮을 수 있다"며 "중장기대책으로 여겨지는 구조개혁 등 개선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