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낳기만하고 수십년만에 나타나 사망보험금 달라고?”..탐욕에 휘둘린 천륜
2023.06.27 07:00
수정 : 2023.06.27 07: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상속 자격이 없다는 일명 '구하라법'이 최근 국회에서 추가로 발의된 가운데 향후 통과 여부를 두고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구하라법'은 여러 건이 발의됐지만 3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더이상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조속한 법안 심사와 처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14일 국회 소통관에서는 '구하라법'을 통과시켜 달라는 한 유족의 호소가 터져나왔다.
수십년간 부양의무 이행않고 갑자기 사망보험금 달라는 생모
2년여 전 거제 앞바다에서 어선을 타다 실종된 김종안씨의 친누나 종선(61)씨는 기자회견을 통해 "갓난아기 때 자식을 버리고 재혼한 후 한 번도 연락이 없다가 자식이 죽자 보상금을 타려고 54년 만에 나타난 사람을 어머니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앞서 김종안씨는 지난 2021년 1월 23일 대양호 127호 선박에 승선하던 중 폭풍우를 만나 56년 생을 마감했고 그의 앞으로 사망 보험금 2억5000만원과 선박회사의 합의금 5000만원 등 3억원 가량의 보상금이 나왔다.
이후 행정기관을 통해 이 사실을 알게된 그의 80대 생모는 현행법에 따라 보상금을 가져가겠다고 주장했다.
생모 A씨는 '아들 사망 보험금 2억4000만원가량을 지급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12월 1심 법원인 부산지방법원은 생모의 청구에 이유가 있다며 인용 판결을 내렸다.
현재 이 사건은 부산고법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지만, 그 과정에서 이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한 내용의 '구하라법'이 통과된다고 해도 김씨가 소급적용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미 국회에는 수 차례 '구하라법'의 취지를 담은 관련 법안들이 발의된 바 있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20년 6월 이같은 취지의 민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으며 상속 결격 사유 대상을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으로,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현저히 게을리 한 자'로 규정한 게 핵심이다. 법무부도 지난해 6월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가출.이혼 등으로 부양의무 안하거나 유기.학대의 경우 상속 제한 추진
여기에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부양 의무와 상속 결격 사유를 연계하는 취지의 '민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피상속인의 직계혈족 또는 배우자로 피상속인에 대해 부양의무를 게을리하거나 유기·학대 등 부당한 대우를 한 자'의 경우, 상속을 제한하는 항목을 신설한 게 골자다.
윤 의원실에 따르면, 천안함 사건 당시 사망한 군인의 생모가 28년간 연락조차 없었음에도 부모 자격으로 국가보훈처(국가보훈부 전신)의 군인사망보상금을 수령한 사례나 최근 조현병 역주행사고로 사망한 예비신부의 생모가 30년만에 나타나 사망보험금을 청구하는 등 이와 유사한 사례가 속출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비록 자식을 낳았지만 가출이나 이혼 등으로 피상속인인 자녀와 유대관계가 없는 부모가 피상속인으로부터 상속재산을 상속받는 것에 대한 적정성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윤 의원은 "현행법의 사각지대로 인해 자식의 부양의무를 저버린 일부 무책임한 부모가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민 정서에 맞는 법률과 제도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