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고진, 푸틴의 "반역자" 낙인에 "바그너는 애국자"
2023.06.24 19:27
수정 : 2023.06.24 19:3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24일(이하 현지시간) 군 지휘부 처벌을 요구하며 러시아군에 반기를 든 러시아 민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반역” 선언에 반박했다. 그는 바그너그룹이 반역자가 아니라 “애국자”라며 투항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그너그룹의 수장인 프리고진은 24일 푸틴의 TV연설 직후 텔레그램을 통해 "대통령이 반역과 관련해서 깊이 착각하고 있다"며 "우리는 모두 반역자가 아니라 애국자"라고 주장했다.
사기 등의 혐의로 젊은 시절 교도소를 전전하던 프리고진은 1980년대 들어 외식 사업을 하며 푸틴과 연을 맺어 최측근 인물로 급부상했다. 그는 2014년에 특수부대 전역자 등을 모아 바그너그룹을 창설했으며, 여러 개발도상국의 친러 정권을 돕기 위해 러시아 정규군이 손대기 어려운 작업을 도맡았다. 그는 바그너그룹 운영 과정에서 학살 및 고문 등 전쟁범죄를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프리고진은 이날 성명에서 러시아 당국이 과거 바그너그룹이 전투를 벌였던 아프리카에 대한 지원금을 횡령했으며, 우크라이나에서도 탄약 공급을 중단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우리는 조국이 더 이상 부패와 거짓말, 관료주의와 함께 살기를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바그너그룹은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과 함께 전선에 투입되어 정규군보다 우수한 전과를 거뒀다. 프리고진은 이 과정에서 정규군 지휘부와 갈등을 빚었고 러시아의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참모총장이 바그너그룹을 방해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최근 우크라 동부에서 전투 중 제대로 탄약을 받지 못했다며 지휘부를 비난했다. 이후 러시아군 지휘부는 바그너그룹을 직접 통제하려 시도했다.
프리고진은 23일에 러시아군이 상부 지시로 바그너 병사들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음날 쇼이구 등을 응징하겠다고 선언하고 러시아 본토로 바그너 병사들을 돌렸다.
푸틴은 24일 연설에서 바그너그룹이 무장반란을 일으켰다고 규정했다. 이어 "우리의 대응은 가혹할 것이다. 반역 가담자는 처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푸틴은 "과도한 야망과 사욕이 반역이자 조국과 국민에 대한 배반으로 이어졌다"며 프리고진을 비난했다.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주에 진입한 프리고진은 러시아 정부가 쇼이구 등을 내놓지 않으면 모스크바로 진격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국방부는 같은날 발표에서 바그너그룹의 병력이 이미 북상을 시작해 모스크바 남방 500km 떨어진 보로네시에 닿았다고 전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