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직업병 산재급여, '발병 원인 사업장' 임금 기준"

      2023.06.25 10:46   수정 : 2023.06.25 10:4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근로자가 여러 사업장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뒤 직업병 진단을 받았다면 산업재해 보상금은 업무상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최종 근무지의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진폐증 진단을 받은 근로자들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평균임금 정정 불승인·보험급여 차액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1979년 9월부터 4년 6개월간 대한석탄공사 C광업소에서 채탄보조공으로 근무했다.

이후 그는 한 건설사 공사현장에서 단 3일간 터널 공사 현장에서 암반에 구멍을 뚫는 착안공으로 근무했지만 업무상 사고로 퇴직했다. 이후 2006년 12월 처음으로 진폐증 진단을 받았고 2007년 진폐정밀진단을 받은 뒤 장해등급 13급 결정을 받았다.


진폐증은 분진을 흡입해 폐에 생기는 섬유증식성 변화가 주된 증상인 질병으로 주로 탄광 노동자나 석면을 이용하는 건설 노동자에게서 발병된다.

B씨 역시 1973년 6월부터 약 16년5개월 간 D탄광 회사에서 굴을 뚫는 굴진공으로 근무했다. 퇴직 이후 16일 간 터널신설 공사현장에서 착암공으로 근무하다가 사고로 일을 그만뒀다. 그는 1997년 9월께 최초로 진폐증 진단을 받았다.

근로복지공단은 A씨와 B씨에게 각각 C광업소와 D탄광 회사를 기준으로 평균임금을 산정해 보험급여를 지급했는데, A씨와 B씨는 최종 사업장을 기준으로 평균임금을 산정해 보험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근무 중 진폐증에 걸린 근로자는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고, 급여 액수는 그가 직장에서 받은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정한다.

이 사건은 두 사람이 다닌 직장 중 어떤 곳을 기준점으로 삼을지가 쟁점으로 하급심 판단이 엇갈렸다.

1심은 두 사람이 마지막 근무지에서 일한 기간이 너무 짧다는 이유로 진폐증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지만, 2심은 마지막 직장을 기준으로 정하는게 맞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여러 사업장에서 근무하던 근로자가 진폐증 확진을 받은 경우 확진 받은 때에서 가장 근접한 사업소에서 받은 임금을 기초로 평균임금을 산정해야 한다는 것이 2심 판단이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평균임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퇴직일은 원칙적으로 직업병의 발병·악화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업무를 수행한 사업장 중, 직업병 진단일에 가장 가까운 마지막 사업장에서 퇴직한 날로 봐야 한다"며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진단 시점과 가깝다는 이유 만으로 직업병에 원인을 제공하지 않은 사업장에서 받은 임금을 기초로 평균임금을 산정한다면, 동일한 사업장에서 근무하다 직업병에 걸린 근로자들 사이에서도 '진단 직전에 근무한 사업장이 어디인지'라는 우연한 사정에 따라 평균임금 산정의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며 "이는 업무상 재해에 대한 공정한 보상이라는 산재보험법의 목적에 어긋난다"고 판시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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