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 유저들 열광한 게임 속 지옥 소환… 덕업일치의 결과죠"

      2023.06.25 18:02   수정 : 2023.06.25 18:02기사원문
"광고일은 카피라이터부터 영상촬영, 전략 기획 등 처음부터 끝까지 협업입니다. 의견충돌이 일상이었는데, 디아블로4를 맡고 모두가 하나되는 소중한 경험을 했습니다."

25일 서울 용산구 제일기획 사옥에서 만난 홍규태 제일기획 CX전략부문 AP팀장(사진)은 '덕업일치'의 순간, 다 같이 한곳을 바라볼 때 일어난 시너지를 이같이 설명했다.

'덕질'과 일이 일치하는 순간을 수많은 '덕후'들은 기대한다. 평소 함께 게임을 즐기고 '디아블로(디아)의 추억'을 공유하던 동년배 조용우 AP팀장과 팀을 짰다. 괴롭던 회의시간이 즐거웠다.

홍 팀장은 "디아 프로젝트를 하면서 팀원 모두가 한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며 "전무하고 후무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프로젝트가 끝나고 받은 사장의 메일에는 "이렇게만 일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라고 답했다.


캠페인 전략을 세울 때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공부다. 디아 유저였던 홍 팀장은 캐릭터, 서사, 후킹포인트는 물론 소비자가 원하는 것 등을 이미 알고 있었다. 몇 번의 회의 끝에 '디아블로의 오리지널리티를 어떻게 전달하느냐'를 핵심으로 한 전략이 세워졌다. 단순히 PC 수십대를 가져다놓고 디아블로4를 플레이해보라고 권하는 건 밀도 있는 체험이 아니다. 차별화된 경험을 주기 위해 서울에 '지옥'을 소환하기로 결심했다.

광고주, 제작팀 그리고 AE팀과 함께 디아블로4 헬스테이션 체험존을 꾸몄다. '디아' 하면 지옥을 떠올리는 소비자에게 '어떻게' 지옥을 전달하느냐가 문제였다. 팀은 지옥과 관련된 장소로 '지하세계'를 떠올렸다. 홍 팀장은 "온갖 공간을 찾다가 지하철역 유휴공간을 찾아냈다"며 "일상의 지하철 역사에 디아블로의 지옥을 소환한다는 서사가 캠페인에 딱 들어맞았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도 유휴공간을 활용한다는 취지에 공감해 적극 협조해줬다. 시청역도 마지막까지 후보지에 올랐지만, 제반여건이 안 맞았다. '서울 한복판에 지옥이 펼쳐졌다'고 쓰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다. 이후엔 일사천리였다. 체험존에 디아블로4 고유의 어둡고 공포스러운 경험을 녹였다. 서울 지하철 5호선 영등포시장역사 지하 4층을 빌려 체험존을 꾸몄다. 체험자에게 역할을 줘 밀도 있는 체험을 제공했다.

홍 팀장은 "광고주도 굉장히 열려 있어서 과감하게 결정하고 각종 IP를 스스럼없이 제공했다"며 "함께 모든 걸 만들어 가는 과정이 그저 고맙고 즐거웠다"고 말했다. 드루이드에 진심인 광고기획자는 '덕업일치'를 이룬 순간을 회상하는 내내 호탕하게 웃었다. "왜 드루이드를 플레이하냐"고 묻자 왼쪽 팔뚝 안쪽에 새겨진 늑대 문신을 보여주며 "동물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홍 팀장은 상품 개발단계에서부터 소비자가 참여하는 새로운 방식의 캠페인을 꿈꾼다. 시리얼 첵스가 초코맛과 파맛으로 소비자 투표를 붙여 상품 출시를 결정한 방식의 확장이다.
원재료부터 디자인까지 디테일한 영역에 소비자 취향을 반영한다. 멀티버스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민주적'인 소통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인터뷰 장소에 진심 가득한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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