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적인 짧은 낮잠, 고령자 뇌 나이 2~6살 늦춘다

      2023.06.26 06:05   수정 : 2023.06.26 10:22기사원문
무더위에 지친 노인들이 벤치에 누워 낮잠을 청하고 있다. 2018.7.18/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서울=뉴스1) 성재준 바이오전문기자 = 낮에 규칙적으로 짧게 낮잠을 자는 노인은 뇌 나이가 젊어진다는 해외 연구 결과가 나왔다.

26일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UCL) 등 공동 연구팀은 규칙적인 짧은 낮잠은 치매 위험을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일 수 있다고 밝혔다.

잠깐의 낮잠이 뇌 용량과 인지기능 저하 위험을 낮춰 두뇌를 젊게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해당 연구 결과는 지난 20일 국제학술지 '수면건강'(Sleep Health)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멘델리안 무작위화라는 통계 기법을 이용해 영국바이오뱅크(UK Biobank)에 등록된 40세에서 79세 사이 성인 37만8932명에 대한 자료를 분석했다. 영국바이오뱅크는 영국 정부와 민간기업이 합작해 진행하는 대규모 코호트(동일집단) 연구 프로젝트다. 40~69세 성인 약 50만명에 대한 유전자정보 등 인체자원을 활용해 각종 연구과제를 지원하는 바이오 빅데이터다.

낮잠에 효능에 대해선 이전부터 여러 연구가 이루어졌다.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이전 연구에서는 낮잠 자는 사람이 낮잠을 자지 않은 사람보다 인지기능 검사에서 더 좋은 결과를 보였다. 또 낮잠은 30분 미만이 가장 좋으며 일찍 낮잠이 들면 야간 수면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적다는 연구도 있다. 물론 낮잠이 수면에 방해가 된다는 부정적인 연구 결과도 여럿 있다.

연구팀은 낮잠에 더 쉽게 빠지도록 하는 특정 유전자 97개를 가진 사람들과 해당 유전자가 없는 사람을 비교했다. MRI(자기공명영상) 등 분석을 통해 사람들의 뇌 용량(부피) 인지능력 등 뇌 건강 상태를 관찰한 결과 낮잠을 자는 사람들이 2.6~6.5세 더 젊었으며 뇌용량도 평균 15.8㎤ 컸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35세부터 뇌 용량은 매년 0.2%씩, 60세 이후부터는 매년 0.5%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참가자 중 57%는 낮 동안 '전혀' 또는 '드물게' 낮잠을 잔다고 답했으며 38%는 '가끔', 5%는 '보통'이라고 했다.

연구에 참여했던 발렌티나 파즈 UCL 박사는 "습관적인 낮잠과 더 큰 뇌용량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유전자 데이터를 활용해 낮잠 외에 뇌 용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교란 변수의 영향을 피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습관적인 낮잠이 뇌 건강과 인지 기능의 척도인 해마(기억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뇌 영역)부피, 반응시간 시각적 처리 등을 수행하는 능력에서는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습관적인 낮잠과 더 큰 뇌용량 사이에서 약간의 인과관계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향후 낮잠이 다른 인지기능 또는 뇌기능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초점을 두고 연구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테라 스파이어스-존스 에든버러대학 신경과학 교수는 "잘 수행된 연구이지만 한계가 있다"면서도 "수면이 뇌 건강에 중요하다는 데이터를 추가해 흥미롭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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