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다 남은 음식이 뭐 어때서?"...중국서 '잔반 도시락 열풍'

[파이낸셜뉴스] 중국 청년들 사이에서 유통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아 제값에 팔기 어렵거나 재고로 남은 음식을 재포장한 '잔반 블라인드 박스(剩菜盲盒)'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를 두고 중국 내에서는 '친환경적 문화'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6일 중국 매체 차이나뉴스위클리와 한국일보 등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서 요식 업체들이 팔지 못한 음식을 상자에 담아 저렴한 값에 제공하는 잔반 블라인드 박스가 새로운 식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내용물을 제대로 보이지 않게 포장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잔반 블라인드 박스를 '실속 소비', '친환경 소비' 등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지만 구직난에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청년들의 '씁쓸한 자화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중국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인 타오바오에 따르면 연간 210만명이 타오바오에서 잔반 블라인드 박스를 구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잔반 블라인드 박스는 337억 위안(약 6조1100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했으며, 2025년에는 401억 위안(약 7조2700억원)으로 시장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청년들 사이에서 잔반 블라인드 박스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높은 '가성비' 때문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잔반 블라인드 박스를 검색을 하면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50위안(약 9000원)짜리 초밥 도시락을 19.9위안(약 3600원)에 , 49위안(약 8800원)짜리 도너츠 4개를 27.9위안(약 5000원)에 판매하는 등 저렴한 가격으로 음식을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중국에서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중국은 한 그릇을 먹어도 따끈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중국 현지 언론들은 대체적으로 이와 같은 현상을 "친환경적인 문화"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지난달 중국 청년실업률은 20.8%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현 상황에서 구직난에 시달리며 도시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청년들이 돈을 아끼기 위한 방법일 뿐 친환경적인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만 중앙통신은 "잔반 블라인드 박스의 주요 고객은 고용되지 못해 수입이 없는 청년들과 농민공(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한 주민)"이라고 꼬집었다.

[e-mail]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