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징그러!"..여름철 불청객 '벌레의 습격'이 시작됐다
2023.06.27 07:00
수정 : 2023.06.27 07: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밥 먹다가 옆 창문에 들러붙은 벌레보고 '기겁'
#직장인 정모씨(33)는 지난 23일 저녁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식당에서 밥을 먹다 기겁하는 일이 있었다. 보기에도 징그러운 여러 쌍의 '러브버그'가 박씨가 앉아있는 테이블 옆 유리창에 따닥따닥 붙어있는 것이다. 하필이면 식사시간이어서 불쾌감은 더했다.
마음 같아선 식당 주인더러 살충제를 뿌려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식사 중이라 관뒀다.
정씨는 "익충이라고 하지만 식당에서 마주치니 그렇게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며 "지금보다 어렸을때는 이런 벌레를 본 기억이 없는데, 기후변화로 신종 벌레들이 늘고 있는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 서울 은평구와 경기 고양시 등 북한산 주변에서 기승을 부렸던 붉은등우단파리(러브버그)가 최근 서울 곳곳에 출몰하며 불쾌감과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앞서 지난 달에는 동양하루살이떼가 기승을 부려 많은 시민들이 놀란 바 있다. 이처럼 '벌레의 습격'이 이어지고 있지만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방역대책 마련 및 시행에도 제약이 많아 지자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각 지자체 방역대책 '골머리'
26일 지자체 등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를 중심으로 러브버그 관련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서울 은평구와 북한산을 중심으로 대거 나타난 러브버그가 주변 지역으로 서서히 퍼져나가 서울 전 지역에 출몰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러브버그의 정식 명칭은 파리목 털파리과 붉은등우단털파리로 중국 남부 지역이나 일본 오키나와 등지에 주로 서식한다. 다른 털파리과 곤충과 마찬가지로 보통 암수가 쌍으로 다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생존력도 뛰어나 도심에서도 쉽게 번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쏟아지는 민원에 지자체는 온라인에 관련 정보와 대처법을 게시하기도 했다. 대처법에는 △물기를 싫어하니 창문에 물 뿌리기 △살충제에 약하다 △방충망 설치 등이 있다.
앞서 지난달에는 서울 동부·경기 남부권을 중심으로 동양하루살이 수만 마리가 기승을 부렸다. 프로야구 경기가 있었던 서울 잠실야구장에서도 대규모 하루살이 떼의 출몰 목격담이 이어졌다.
동양하루살이는 해충은 아니다. 2급수 이상 수질에서 서식하는 수서곤충으로, 입이 퇴화해서 물지 못하기 때문에 질병을 옮기지 않는다. 하지만 날개를 폈을 때 길이가 4~5㎝에 달하는 데다 대규모로 출몰하기 때문에 시민들이 공포감을 호소하고 있다.
동양하루살이는 한강 수질 개선으로 산란 환경이 크게 좋아져 크게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또 수온 상승으로 이 벌레의 유충을 먹고 사는 물고기가 줄고, 개구리 등 천적이 감소해 개체수가 급증했다고 한다.
전문가들 "기후변화, 생태계 변화, 방제 등 다양한 원인 복합적 작용"
전문가들은 이같은 대규모 벌레떼 출현의 원인을 기후변화 및 변화된 생태계 여건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최근 서울과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낮 최고기온이 30도 이상으로 오르는 등 평년보다 이르게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곤충의 부화와 생장을 도왔을 수도 있지만, 전반적인 생태계 변화를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박선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곤충 대발생 현상을 연구할때 서식지 환경이 어떻게 변했는가, 천적의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을 두고 분석할 수 있다"며 "동양하루살이는 수질 개선이 주된 원인이라면 러브버그는 기존에 없던 종으로 지난해 해외 유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시민들이 연일 등장하는 곤충 대발생에 불편을 호소하고 있지만 당장 퇴치는 쉽지 않다. 러브버그는 생김새와 달리 사람에게 직접적인 해를 미치지 않고 오히려 환경 정화에 도움이 되는 익충이고, 동양하루살이 역시 한강변이 주 서식지이다. 따라서 지자체 입장에서도 무차별적인 방제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전문가들도 무차별적인 방충 작업이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람 입장에서는 해충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감안하면 무차별적 방충이 오히려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연구관은 "지금 당장 방제가 필요하다고 해서 서식지 등에 무분별한 화학적 방제를 할 경우 종을 먹이로 하는 천적도 죽는 등 숲 생태계에 교란이 될 수도 있다"며 "또 다른 종들이 대발생할지도 모르는 위험성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물리적 개체수 조절이나 천적, 병원성 미생물 같은 방법을 통해 방제하는 방안이 옳다고 본다"며 "다만 도심 지역에서는 빠른 퇴치를 위해 화학적 방제를 일부 병행하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전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