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시작인데...정부 지원에도 풍수해보험 가입률은 제자리

      2023.06.28 06:00   수정 : 2023.06.28 10:5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경기도 남양주시에 거주하는 소상공인 P씨는 지난 2020년 8월 4일 집중호우로 인해 건물 지하 및 1층이 침수되는 사고를 겪었다. 그러나 풍수해보험을 미리 들어놓아 연간보험료 32만800원을 부담하고 보험금 2431만2500원을 수령할 수 있었다.

#경상남도 합천군에 살고 있던 J씨는 지난 2020년 8월 8일 발생한 집중호우에 소유하고 있던 온실 골조가 파손되는 상황에 처했다.

하지만 연간보험료를 125만2000원 내며 풍수해보험에 가입해둔 덕분에 보험금으로 2916만3456원을 받아 피해를 복구할 수 있었다.


#충청남도 천안시에서 상가를 운영하던 K씨는 집중호우 침수 피해를 당했지만 연간보험료 24만4900원으로 풍수해보험금 2865만1617원을 수령해 상가 복구 자금에 보탤 수 있었다.


지난 25일 제주도에서 시작된 장마가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엘니뇨 등 이상기후로 평년보다 강수량이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 가운데 호우, 홍수, 태풍 등 예기치 못한 자연재난으로 발생한 재산피해를 보상해 주는 '풍수해보험'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그 중요성에 비해 가입률이 높지 않은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보험 가입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취약계층을 '타켓팅'해 가입률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풍수해보험이란?

풍수해보험은 행정안전부가 관장하고 민영보험사가 운영하는 정책보험이다. 보험가입자가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의 일부를 국가 및 지자체에서 보조하는데, 이때 정부는 보험료의 70~100%를 지원한다. 예를 들어 80㎡(24평) 단독주택에 거주할 경우 총 보험료가 5만100원 나오는데 이 때 정부가 연 3만5100원을 부담해 주민부담액은 연 1만5000원 수준에 그친다. 현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삼성화재, KB손해보험, NH농협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7개 손해보험사가 풍수해보험을 운영하고 있다. 가입대상 시설물은 주택과 온실(비닐하우스 포함), 소상공인의 상가·공장 등이며 대상재해는 태풍, 홍수, 호우, 강풍, 풍랑, 해일, 대설, 지진 및 지진해일 등이다.

풍수해보험 가입률은 얼마나?






28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4년간 풍수해보험 가입률은 점차 증가하는 양상이나 가입률 자체는 그다지 높지 않다. 먼저 올해 3월 풍수해보험에 가입한 주택 세대 비율은 27.8%로 지난 2020년 가입률에 비해 7.2% 상승했다. 온실 가입률 또한 올해 3월 18.1%를 기록해 2020년(10.3%) 대비 7.8% 증가했으며, 상가·공장 등을 보유한 소상공인의 가입 비율도 올해 3월 43.1%로 나타나 2020년(1.0%) 대비 42.1% 늘었다. 하지만 1달 뒤인 올해 4월에는 가입률이 각각 주택 27.7%, 온실 17.9%, 소상공인 42.9%로 집계되며 소폭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풍수해보험 가입률, 왜 저조할까

전문가들은 풍수해보험 가입률이 높지 않은 이유로 보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낮은 접근성, 보험 설계사들의 소극적인 홍보 등을 꼽았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을 위험 대비를 위한 대책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안 써도 되는 돈이 나가도록 하는 상품으로 생각하다 보니 보험을 든다고 하면 돈이 아깝다는 인식이 만연하다"며 "보험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전했다.

최우일 HIS 위험관리연구소장 역시 "풍수해보험은 기본적으로 재난 취약계층, 즉 저소득층을 집중공략해 가입하도록 해야 하는 상품인데 (이들이) 기본적으로 보험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편"이라며 우려했다.

이 외에 풍수해보험이 고령자 등 재난 취약계층에게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과 보험설계사들이 오프라인으로 영업행위를 할 때 타 상품에 비해 풍수해보험의 수익률이 높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영업에 공을 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언급됐다.

풍수해보험, 대중화하려면

전문가들은 풍수해보험이 재산 피해를 보장해 주는 정책보험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도록 하려면 취약계층의 가입을 유도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먼저 취약계층들의 가입 편의성을 높이는 방법이 대안으로 언급됐다. 최 소장은 "현재 행안부가 플랫폼으로 (풍수해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비대면 가입방식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가입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독려했다.

단순 가입률이 아닌 '취약계층 가입률'에 집중하는 것 또한 풍수해보험 대중화 대안으로 제시됐다. 최 소장은 "1층이나 지하 1층에 사업장을 보유한 소상공인들이 침수 피해에 특히 취약하니 이들을 공략해 가입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이들이 해당 상품에 대해 잘 모르거나 가입 시 보험료가 나가는 것을 불편해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기업들의 기부모델을 활용한 마케팅이다. 실제로 카카오페이는 지난 3월 서울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진행해온 ‘풍수해보험 가입 지원’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조치의 일환으로 10억원을 기부한 바 있으며, 전라남도는 지난해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와 함께 도내 음식업체 소상공인의 풍수해보험 무료 가입을 지원한 바 있다.


최 소장은 "풍수해보험의 보험료를 기부하는 기업들이 굉장히 많아졌고, 기부금이 쌓여 있는 상태"라며 "이런 점을 활용해 소상공인 등 재난 취약계층들의 가입을 유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