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채 경쟁률, 3년 만에 절반 넘게 빠졌다”...‘신의 직장’ 옛말된 국책은행

      2023.06.28 14:05   수정 : 2023.06.28 14:0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고액 연봉과 정년 보장 등으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던 국책은행의 경쟁률이 3년 만에 절반 넘게 감소했다. 시중은행에 비해 낮은 연봉 인상률과 높은 임금피크제 적용률에 임금 매력도가 떨어지고 지방 이전 가능성도 가시화되며 금융 공공기관 취업을 희망하는 신입사원들에게 외면당하는 실정이다.

■‘신의 직장’ 경쟁률, 3년 만에 절반 넘게 감소

28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지난 3월 실시한 올해 하반기 공개채용 최종 경쟁률은 30.71대1로 집계됐다.

지난 2020년 71.00대1에 달했던 경쟁률이 3년 만에 절반 넘게 떨어진 것이다.

다른 국책은행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IBK기업은행이 세 달 전 실시한 올해 상반기 공개채용 경쟁률은 46.75대1을 기록했다. 2019년(93.72대1)의 절반 수준이다. 같은 기간 채용 접수 인원도 2만618명에서 7918명으로 크게 줄었다. 기업은행은 2021년까지만 해도 70~80대1의 경쟁률을 유지했으나 지난해부터 40대1까지 경쟁률이 크게 줄었다.

수출입은행은 아직 올해 공개채용을 실시하지 않았으나 지난해 상반기 공채 경쟁률이 22.72대1에 그쳐 2019년(80.87대1)에 비해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지원 인원도 크게 줄어 지난해 상반기 채용 접수 인원은 568명으로 지난 2019년(2426명)에 비해 76.6%(1858명) 감소했다.

■연봉 인상률은 낮고 임금피크제 적용률은 높고
업계에서는 최근 국책은행의 임금이 시중은행에 비해 떨어진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설명한다. 국책은행 3곳의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평균 연봉 증가액은 465만원으로 집계돼 같은 기간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평균 연봉 증가액(1975만원)보다 1500만원 이상 작았다.

더구나 일정 나이 이후부터 임금이 삭감되는 임금피크제 적용율도 국책은행이 시중은행에 비해 현저히 높다.

실제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금융감독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임금피크제 적용율은 산업은행이 10.30%(396명)으로 전체 20개 은행 중 가장 높았고 IBK기업은행 7.10%(980명)과 수출입은행 2.90%(38명)이 그 뒤를 이었다. 대부분의 시중은행의 임금피크제 적용율이 1% 미만임을 감안할 때 차이가 크다.

이에 국책은행의 평균 연봉은 시중은행에 역전당했다. 지난 2018년에는 국책은행의 평균 연봉은 1억464만원으로 4대 은행(9300억원)보다 높았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평균 연봉이 1억929만원으로 집계돼 4대 은행의 평균 연봉(1억1275만원)보다 낮았다.

■지방 이전 이슈에 퇴사·이직률 늘어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 논의가 활성화되는 것도 경쟁률 감소의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3일, 정부가 산업은행을 부산 이전 공공기관으로 결정했다고 고시하면서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은 산은의 본점 소재지를 '서울특별시'로 규정하고 있는 현행 산업은행법의 국회 개정 절차만을 남겨뒀다. 기은·수은도 여러 지자체가 지방 균형발전을 이유로 유치에 뛰어든 상태다.

이에 내부 반발이 심해지며 인력 유출도 심각해지는 추세다.
산업은행의 퇴사자는 지난 2020년 37명, 2021년 46명이었으나 부산 이전 논의가 본격화되자 지난해 97명으로 급증했고 올해도 지난달 말 기준 37명이 퇴사했다. 기업은행의 경우 이직률이 지난해 3.5%를 기록하며 2021년(1.35%)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지방 이전 잡음에 인력이 많이 빠져나가고 있다”며 “시중은행에 비해 낮아지는 임금에 신입사원 경쟁률도 떨어지면서 기관 자체의 경쟁력이 낮아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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