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뒤면 초고령사회… 일 필요한 노인들, ‘인력난’ 대안으로

      2023.06.27 18:37   수정 : 2023.06.27 18:37기사원문
초고령사회는 더 이상 우리나라 미래의 예측이 아닌 현실이다. 통계청은 이미 지난해 오는 2025년이면 우리나라가 65세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50년에는 고령인구 비중이 40%를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령화사회는 이제 방지 대책이 아닌 현실화와 대응책을 요구하고 있다.

경제활동인구의 가파른 감소가 확정된 상황에서, 산업구조 역시 기존의 연령 구분에 의한 생애주기를 벗어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27일 통계청 통계개발원에 따르면 최근 발간한 'KOSTAT 통계플러스 2023년 여름호'의 '노후생활과 부양 문제에 관한 고령자의 견해' 연구분석에서도 2025년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비율을 20.6%로 전망했다.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해있던 우리나라지만 초고령사회로의 이동 속도도 다른 나라에 비해 빨랐다. 영국은 50년, 미국은 15년이 소요된 반면, 우리나라는 단 7년 만에 진입을 앞두고 있다.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던 '베이비붐 세대'에 비해 청년층의 인구가 급감하며 노인층의 비율이 필연적으로 상승하고 있어서다.

■은퇴 나이에도…노동 필요한 고령층

생산연령인구 100명이 부양하는 고령인구는 지난해 24.6명, 2035년에는 48.6명, 2050년에는 78.6명에 이른다. 2060년으로 전망을 넓히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그해 14세 이하 인구는 8%,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48%에 그친다. 생산인구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는 의미다.

부양을 필요로 하는 노령층의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중위소득 50% 이하에 위치하는 노인 비율은 우리나라의 경우 2019년 기준 43.2%로 OECD 국가들 가운데 유일하게 40%를 넘는다. 사회의 40%에 이르는 노인층이 고스란히 현재 청년 세대의 부담으로 전가되는 셈이다.

이미 가난에 내몰린 노령층은 여전히 고용시장에 남아있다. 고령자가 직접 생활비를 마련하는 비중도 늘었다. 2021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 중 본인·배우자가 직접 생활비를 마련하는 비중은 65.0%로 10년 전보다 13.4%p 높아졌다. 지난달 기준 60대 취업자 수는 2021년부터 3년째 20대 취업자 수를 웃돌고 있다. 청년층 인구가 줄어든 탓도 있지만 은퇴연령인 65세 이상 노동자의 증가도 한 축을 담당했다. 60대(60∼69세) 취업자 수는 446만7000명으로 20대(20∼29세) 취업자 수(383만3000명)보다 50만명 이상 많았다.

■국가도 부담…자립도 높여야

고령자의 59.6%는 '공적연금'을 노후준비 대책으로 삼고 있다. 예·적금 및 저축성 보험은 17.1%, 부동산 및 주식·채권은 14.4%에 그쳤다. 보건복지부의 국민연금 추계 전망은 암울하다. 현행 체제로는 2055년이면 기금이 바닥을 보이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금급여 지출도 2080년이면 9.4%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생산가능인구가 순감소하며 필연적으로 마주칠 상황이다.

정부 역시 국민연금 지속가능성을 위한 보험료율 조정에 나서고 있지만 근본적인 '모수개혁' 없이 기금 운용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섣부른 수급연령이나 금액 조정이 자칫 이미 높은 노인 빈곤율을 더 자극시킬 우려가 있어서다.

노인 복지 역시 긴축대상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노인 인구 증가에 따른 공공재정 부담이 커지자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 상한도 도마에 올랐다. 대구시는 현행 65세에서 70세로 상향안을, 서울시는 노인 무임승차 재정적자의 정부 지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외에도 기존의 '노인 기준 65세'에 따른 혜택들이 축소 위기를 맞고 있다.

세부적인 차이는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현실적인 생산가능인구의 무임승차를 줄이겠다는 의도다. 계속해서 노동 수입을 거둘 수 있다면 국가 재정을 투입하기보다 자립도를 키우는 쪽으로 분위기가 기우는 모양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연금개혁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예민한 문제니까 모수(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를 빼고 하자는데 그건 '하지 말자'는 얘기로 들릴 수도 있는 지점"이라고 비판에 나섰다.

은석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의 본래 기원은 1942년에 영국에서 은퇴 후 약 7~8년간의 지급을 가정하고 만들어진 제도"라며 "기대수명이 80세를 훌쩍 넘는 지금 시대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년연장 논의 시급…청년·노인 노동 병행돼야

노동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인구쇼크' 시기에 부족한 청년층 노동력을 노동 가능한 고령층 인구가 자연스럽게 보완할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은 교수는 "미국 등 은퇴 나이를 법령으로 정해두지 않은 국가에서는 연금 수령 나이를 은퇴 시기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며 "스스로 연금 수령을 미루고 일을 계속하는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도 65세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을 필요는 없다"고 분석했다. 연금 지급시기를 늦추고 실질적인 정년을 연장하는 것은 기조적인 흐름이라고 봤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취업 연령이 늦춰지고 있는 만큼 은퇴 연령을 그대로 유지하면 65세까지의 노동이 지나치게 축소되는 경향이 있다"며 "관리자 직무도 임금피크제를 보완하거나 업무범위와 시간을 조정하는 등 청년층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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