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7월에 中 수출 반도체 추가 제재 전망...'수출 면허' 도입
2023.06.28 15:04
수정 : 2023.06.28 15:0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지난해부터 중국으로 가는 반도체 수출을 막고 있는 미국 정부가 다음달 초에 추가 수출 규제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규제는 지난해부터 공개한 규제안을 더욱 확장한 것으로 중국의 인공지능(AI)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A100 등 첨단 AI 반도체 수출 제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이하 현지시간) 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미 상무부가 이르면 다음달 초에 새로운 수출 규제를 발표한다고 전했다.
신문은 해당 조치가 특히 중국의 AI 산업에 추가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 관련 반도체 분야에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엔비디아는 지난해 8월 발표에서 미 정부가 7월부터 새로운 반도체 수출 규정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반도체인 A100(코드명 암페어), H100(코드명 호퍼), 서버 완제품인 DGX 등을 앞으로 중국과 홍콩, 러시아에 수출할 수 없다고 알렸다. 해당 제품들은 모두 기존에 민간 기업 대상으로 수출이 가능한 제품이었으나 미 정부는 이들이 군사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며 수출을 금지했다. 엔비디아의 경쟁사인 AMD 역시 같은 규정에 따라 AI용 GPU 반도체인 'AMD 인스팅트 MI250'의 중국 수출이 중단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상무부는 같은해 10월에 그동안 개별 기업에 지시했던 내용을 대중에게 직접 알렸다. 공개된 규칙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고성능 AI 관련 반도체를 중국에 수출할 수 없다. 또한 중국에 고성능 반도체를 만들기 위한 장비를 수출하려면 미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WSJ는 미 정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수출 규제를 공식적으로 법조항에 넣지 않았다며 그동안 관련 업계 및 동맹국들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전했다. 다음달 공개되는 추가 조치는 최종 규정을 명문화하는 과정인 동시에 규제 범위를 넓히려는 의도로 추정된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정부 발표 이후 A100 대신 상무부가 정한 성능 최고값에 못 미치는 열화판 제품인 ‘A800’을 만들어 중국에 수출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상무부는 다음달 조치를 통해 엔비디아가 A800을 중국에 수출할 경우에도 정부 면허를 얻도록 강제할 예정이다. 아울러 상무부는 중국 AI 관련 업체들이 미국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임대하는 행위도 제한할 계획이다. 중국 기업들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해외에서 첨단 반도체를 활용해 만든 결과를 중국에서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행 반도체 수출을 막는 규제가 무용지물이 된다.
7월 옐런 방중까지는 발표 미룰 듯
WSJ는 미 정부가 AI를 국가안보 차원에서 다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미국의 경쟁국들이 AI가 탑재된 무기로 전장에서 우위에 설 수 있으며 AI를 화학 무기나 악성 컴퓨터 코드 제작에 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미 정부는 핵심 기술을 보호하면서도 미국 및 동맹의 기업 운영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로 줄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현재 미 정부는 규제 발표 시기를 놓고 심사숙고하고 있다. 미 정부는 중국과 관계 개선을 위해 이달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중국에 보냈다. 미 언론들은 26일 보도에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역시 7월 초에 중국을 방문해 허리펑 중국 부총리와 고위급 경제 회담을 진행한다고 전했다. 관계자들은 새로운 반도체 규제가 적어도 옐런의 방중 이전에 나오지는 않는다고 추정했다.
한편 중국에서는 미국의 수출 통제가 강력해질수록 밀수 시장 역시 커질 전망이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8일 보도에서 최근 중국 내 GPU 밀매가 성행한다고 전했다. 세계 최대 전자 도매 시장인 중국 광둥성 선전시 화창베이 상가의 한 공급업체는 "A100을 다량 확보하고 있다"며 "A100을 개당 1만7709달러(약 2303만원)에 팔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엔비디아 공식 권장가격(1만달러·약 1300만원)을 크게 웃도는 숫자다. 시장 관계자들은 밀수 GPU 확보 중개를 위해 수천명이 뛰어들었다며 시장이 더욱 커진다고 내다봤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