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차게" 운동한 김연아는 미련 따위 없다..."2세, 피겨 반대"
2023.06.29 00:01
수정 : 2023.06.30 12:3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피겨여왕’ 김연아가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끝으로 은퇴 후 느꼈던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김연아는 28일 저녁 8시45분에 방송된 ‘유 퀴즈 온 더 블럭(연출 이기연, 작가 이언주)’ 200회 특집에 출연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금메달리스트였던 그는 은퇴를 고민하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 다시 한번 도전했다. 당시 탁월한 연기로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거론됐으나 석연찮은 판정으로 러시아 선수 소트니코바에게 금메달을 내줬다.
“경기 후 갈라쇼까지 끝내고 경기장을 물끄러미 바라봤는데 그때 심정이 어땠냐"는 유재석의 물음에 김연아는 “기대한 답변과 다를 것 같은데”라고 웃으면서 “그냥 그 작품의 연기를 한 것이었다”고 답했다. “이제 진짜 끝이다, 이제 놀면 돼, 해방이다, 놀 시간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당시 팬들이 그 장면을 보고 많은 해석과 의미 부여를 했다. 그는 “은메달을 따서 많은 분들이 아쉬워했는데, 근데 전 진짜 끝난 게 행복했다.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고 부연했다.
은퇴 당시 아쉬움이 없었냐는 물음에는 “끝까지 차오를 때까지 선수생활을 해서 미련이나 아쉬움도 없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진 인터뷰 영상에서 “내가 대단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소치 올림픽 나가고 나선 그렇게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가장 좋은, 높은 자리에 섰으니까. 이미 했는데 다시 나간다는 것은, 피겨 선수, 특히 여자 선수들한테 흔치 않은 일이다. (막상 하기로 한 뒤) 주변 사람들에게 징징대기도 하고, 연습할 때 안 되면 짜증도 났다. 이왕 할 거면 잘하고 싶었나 봐. 그런 내 자신이 웃기기도 하고. 그렇게 쭉 가서 소치까지 잘 마무리해서 더더욱 뒤도 안돌아보고 떠났다. 잘 마무리했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요즘 목표가 있냐는 물음에는 “목표 없이 산다”며 웃었다. “(선수 시절에는) 내가 목표를 세우지 않아도 목표가 정해져 있었다. 이른 나이에 열심히 잘 살아서 다른 사람은 달려야 하는 시기에 저는 쉬고 있다. 옛날에 힘들었으니 지금 이 시간이 있겠지 싶기도 하고. 요즘은 어떻게 행복하게 잘 살아갈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고 했다.
김연아는 은퇴한 지 9년이 됐다. 그는 “여전히 선수로 불리는 게 편하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선수생활을 18년이나 했다. 7살부터 시작해 24세에 마무리했다. 선수생활을 시작한 지 8년 만에 국제무대서 인정을 받았다.
그는 선수 생활 당시 경기장에 나서면서 늘 기도를 했는데 무슨 기도를 했을까? 늘 부상을 달고 살았다는 그는 “이 자리에 설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했다"고 답했다. "부상과 통증이 일상"이었기에 큰 부상없이 다시 경기장에 선 자체를 감사했다는 것이다.
벤쿠버 동계올림픽 당시 전 국민적 기대가 쏟아졌다. 부담스럽지 않았냐는 물음에는 “부담이 됐다”면서도 “하지만 올림픽은 하늘이 정해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또, 제가 많은 경기를 통해 좋은 성적을 냈는데 이런 노력이 올림픽에서 다 무너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늘 하던 대로 하자, 그런 식으로 콘트롤한 게 좋은 쪽으로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답했다. "무덤덤하고, 단순하게 생각한 게 멘탈 관리에 도움이 된 것 같다"고도 했다.
벤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경기가 끝난 뒤 눈물을 흘려 전국민의 마음을 뭉클하게 하기도 했다. 그는 “정말 간절함이 있다 보니, 성공적 무대를 직감해서 나도 모르게 울음이 났다”고 돌이켰다. “(21살에) 애국가를 들으니 감동이 있고 짜릿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최근에 (당시를 돌이켜보니) 내가 진짜 어렸구나, 근데 내가 그때 그걸 했구나, 그 어린애가 열심히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선수 시절 슬럼프가 없었냐는 물음에는 “슬럼프가 있어도 가야 하니까. 매일 살얼음판을 걷듯 매일 해야 돼, 그냥 가야 돼 그렇게 운동을 했던 시기가 있었다. 숨막히게 살았구나 싶기도 한데, 그럴 때도 있죠”라며 웃었다.
생각보다 체력이 안좋았다는 그는 선수시절 “숨이 안차는 게 소원이었다”고 했다. “은퇴 후 운동이 꼴이 보기 싫어진 유형이다. 요즘은 건강을 위해 운동을 살 만큼만 한다. 수족냉증도 있고"라며 달라진 일상도 전했다.
요즘 김연아의 하루 일과는 어떨까? 그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 새벽 3-4시에 자고 낮 12시에 일어난다”고 답했다. 김연아는 과거 야식을 먹어본 적이 없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는 “요즘은 가끔 한번씩 먹을 때도 있다. 밤늦게 먹으니까 맛이 있더라”고 말했다.
또 2세가 피겨 스케이팅을 하고 싶다고 한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냐는 물음에는 "너무 힘드니까, 시키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김연아는 "자녀의 운동은 절대 안 된다. 자식에게 내가 한 걸 굳이 또 시키고 싶진 않다. 안 그런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너무 힘들었다"고 이유를 털어놨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