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총수 판단기준 명문화…'부회장'이라도 경영 지배시 '총수'
2023.06.29 12:00
수정 : 2023.06.29 12:1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그동안 실무적인 기준으로 처리했었던 '동일인(총수) 판단 기준'을 명문화한다. 공식 직함이 '회장'이 아닌 '부회장'이거나 지분이 가장 많은 주주가 아니더라도 경영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면 기업집단의 총수로 지정될 수 있다.
공정위는 익ㅌ은 내용을 담은 '동일인 판단 기준 및 확인 절차에 관한 지침' 제정안을 내달 20일까지 행정 예고한다고 29일 밝혔다.
공정위는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를 동일인으로 지정하고 지정자료 제출 의무 등을 부과한다. 자산이 일정 규모 이상인 기업집단에는 상호출자제한 등 각종 규제가 적용되는데 이때 기업집단, 즉 계열사의 범위를 판단하는 준거점이 동일인이다.
1986년 대기업집단 제도 도입 이후 명시적인 판단 기준 없이 동일인 제도가 운용됐으나, 2세로의 경영권 승계, 다양한 지배구조의 기업집단 출현, 기관투자자의 경영참여 확대 등 동일인 선정과 관련한 다양한 이슈가 발생했다.
제정안은 동일인 판단 기준으로 △기업집단 최상단회사의 최다출자자 △기업집단의 최고직위자 △기업집단의 경영에 대해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자 △기업집단 내·외부적으로 대표자로 인식되는 자 △동일인 승계 방침에 따라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 결정된 자 등 5가지를 기준으로 제시했다.
5개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이런 요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동일인을 지정하되, 기준에 부합하는 자연인이 없으면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게 했다.
구체적으로 기업집단 최상단 회사의 출자자가 자연인이 아니라 계열사나 경영 참여 목적이 없는 기관투자자일 경우, 직·간접 지분이 자연인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람이 동일인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판단하도록 했다.
법인 등기에 등재된 직함이 '회장', '이사회 의장' 등이 아니더라도 기업집단 내 상위 직위자가 존재하지 않으면 최고 직위자로 볼 수 있다. 대표자로 인식되는 자는 회사의 창업주거나 기업집단을 대표해 대외활동을 하는 자를 의미한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5가지 기준 중에서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가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며 "나머지 기준들도 실질적인 기준을 결정하는 데 있어 굉장히 중요한 참고사항이 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동일인이 사망한 경우 동일인을 변경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또 △의식불명 등 일신상의 사유 △상당한 지분의 매각 △의결권 행사의 포괄 위임 △재직 중이던 주요 직위에서의 사임 등 동일인이 더 이상 지배력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볼만한 사정이 발생한 경우 동일인을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업들은 동일인 변경 사유가 발생했을 때 원칙적으로 다음 번 기업집단 지정 시 동일인을 변경해야 한다. 다만 변경 사유가 기업집단 지정 시점에 임박해서 발생해 물리적으로 당해 연도 반영이 어려운 경우 그 다음 번 기업집단 지정 시까지 현재 동일인으로 유지할 수 있다.
동일인을 변경하고자 하는 기업집단은 공정위에 동일인 변경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 기업집단 측이 동일인 변경 의사를 표명하지 않더라도 공정위가 동일인 변경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기업집단에 대해선 직권으로 협의 절차를 개시할 수 있다.
공정위는 행정예고 기간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한 후 전원회의 의결 등을 통해 제정안을 확정·시행할 예정이다.
한편 외국인의 동일인 지정 근거 마련과 관련해서는 올해 기업집단 지정 시 실시한 외국국적 보유현황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산업부 등 관계부처와 충분히 협의하여 시행령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 위원장은 "사익편취 규제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는 실효적인 규율에 더해 통상 마찰 문제도 생기지 않는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내기 위해 계속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