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 결함"vs"페달 오조작"…강릉 '급발진 의심사고' 쟁점은?

      2023.06.29 14:17   수정 : 2023.06.29 14:37기사원문
지난해 12월 강원 강릉에서 일어난 차량 급발진 의심사고 현장.(뉴스1 DB)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사고의 책임 소재를 가리는 손배소 감정기일이 열린 27일 사고차량 운전자 아들이자 사고로 숨진 아이의 아버지인 이모씨가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심경을 밝히고 있다. 2023.6.27/뉴스1 윤왕근 기자


지난해 12월 강원 강릉에서 일어난 차량 급발진 의심사고로 아들을 잃은 이모씨가 해당 사고 민사소송 첫 변론기일 참석을 위해 23일 춘천지법 강릉지원에 들어서고 있다. 2023.5.23/뉴스1 윤왕근 기자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지난해 12월 강원 강릉에서 발생한 차량 급발진 의심사고의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한 민사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운전자 측은 사고 차량의 설계 결함을 주장하고 있고, 제조사 측은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을 주장하며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다.



29일 운전자 측 변호를 맡은 법률사무소 나루 하종선 변호사에 따르면 운전자 측과 제조사 측은 해당 사건 민사재판을 맡은 춘천지법 강릉지원 민사2부(박재형 부장판사)에 제출한 준비서면을 통해 자동긴급제동장치(AEB) 미작동 부분 등 8가지 쟁점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전방충돌경고음' 울렸지만…"제동장치 작동 안해" vs "가속페달 60%↑ 해제"

운전자 측은 사고 당시 해당 차량에서 전방충돌경고음이 울렸지만 자동긴급제동장치(AEB)가 작동하지 않은 것을 근거로 설계결함을 주장하고 있다.


제조사 측은 "AEB는 가속 페달 변위량이 60% 이상이면 해제된다"는 입장을, 운전자 측은 "사고 당시 속도를 볼 때 가속페달 변위량은 60%가 되지 않는다"며 재반박하고 있다.

또 운전자 측은 "해당 차량에 전방레이더 모듈이 없고 전방 카메라에게 의존하는 AEB 설계를 채택했다"며 "이는 명백한 설계 결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제조사 측은 "AEB는 전방카메라만으로 작동한다"며 "전방충돌경고음이 울려도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운전자 측은 "전방 레이더 모듈이 없는 AEB는 유례를 찾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급가속 방지 안전장치' 장착"vs"ECU 고장나면 무용지물"

제조사 측은 사고 차량에 급가속 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인 브레이크 오버라이드 시스템(BOS·Brake Override System) 기능을 장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조사 측은 "BOS는 브레이크 페달과 가속 페달을 동시에 밟은 경우 브레이크 신호에 우선 순위를 주는 시스템"이라며 "가속페달을 100%로 밟고 있더라도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바로 가속을 중단하게 해 차량이 제동한다"는 설명이다.

A씨가 자동차의 가속 페달을 밟으면서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았기 때문에 BOS라는 안전장치에도 불구하고, 차량이 멈추지 않았다는 논리다. '페달 오조작'으로 인한 사고라는 주장이다.

이에 운전자 측은 차량 전자제어 소프트웨어(ECU) 결함 시 이 같은 BOS는 무용지물이라는 입장이다.

운전자 측은 "BOS는 ECU 소프트웨어 결함 급발진시에는 작동하지 않아 무용지물"이라며 "급발진 발생시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만 밟으면 BOS 기능 때문에 급발진이 중단된다는 주장하는 것은 모두 근거 없고 잘못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차량에서 나온 액체와 연기? "응축수·충돌 이후 연기"vs"급발진 의한 백연현상"

운전자 측은 사고 당시 차량 블랙박스 동영상을 근거로 해당 차량이 '비정상적인' 액체를 분출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제조사 측은 "이는 자동차 내 응축수가 흘러내린 것에 불과하다"며 "당시 사고는 12월 6일 한 겨울로 외부 온도가 낮은 조건에서는 자동차 배기구 내에 물이 응축되고, 배기구안에 고여있는 응축수가 가속시 배기구를 통해 외부로 배출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운전자 측은 "응축수 배출구조가 머플러 아래쪽에 구멍이 나있기 때문에 그 곳으로 빠지지, 머플러 끝으로 그렇게 많은 양이 나올 수 없다"며 "12월 6일(사고 당일)의 최저기온은 영하 1.5도였고, 최고기온은 7.4도로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응축수가 과다하게 발생할 수 있는 날씨가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차량에서 발생한 '흰 연기' 부분 역시 운전자 측은 연료와 오일이 급발진 때문에 섞여서 나 오는 이른바 '백연 현상'이라는 주장을, 제조사 측은 1차 충돌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며 대립하고 있다.

◇'가속제압장치' 미장착 "완전한 기술 아냐"vs"설계결함 해당"

사고 당시 해당 차량에 가속제압장치(ASS·Acceleration Suppression System)가 장착돼 있지 않은 것을 두고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제조사 측은 "ASS는 비정상적인 급가속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속도를 억제하는 기술로, 기술적 한계와 비용상의 문제 등으 로 현재 도요타에서 제조한 자동차 등 일부 자동차에만 도입돼 있다"며 "그 기술이 어느 정도 완전한 것인지에 대한 검토도 미흡한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이다.

사고차량이 ASS를 장착하지 않았다고 해서 설계상 결함이라고 볼 수 없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운전자 측은 "일본의 D사가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을 무상으로 공유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기 때문에, 이를 장착하는데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며 "일본 정부도 ASS 장착을 권장하고 있을 정도로 안전과 성능, 급가속 대비 안전장치로서의 필요성은 공식적으로 인정됐다"는 주장이다.

◇"지붕 과도하게 찌그러져"vs"안전성 공식 입증 돼"

운전자 측은 사고 당시 차량 지붕이 과도하게 찌그러지는 등 설계결함으로 동승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주장이다.

운전자 측은 "뒷좌석 지붕에 구멍이 뚫려서 구멍난 곳으로 얼굴을 들이밀어 대화를 할 정도로 지붕의 강도가 약했다는 사실이 목격자 진술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제조사 측은 "해당 차량 지붕은 고장력 철판으로 설계, 천장 강도시험을 합격하고, 한국안전도평가프로그램(KNCAP)의 충돌안전성에 있어 무려 5스타를 받아 그 안정성이 공식적으로 입증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12월 6일 오후 3시 56분쯤 강릉시 홍제동 한 도로에서 A씨(69·여)가 몰던 소형 SUV가 배수로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동승자 이모군(12)이 숨지고, A씨가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다.

이에 사고 당시 운전자 A씨가 지난 3월 강릉경찰서를 찾아 관련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 사고로 숨진 아이의 아버지 이씨는 '자동차 제조사가 급발진 결함이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며 국민동의 청원을 신청, 5만명 동의 요건을 충족해 국회 소관위원회인 정무위로 회부돼 제조물책임법 개정 논의가 이뤄질 수 있게 됐다.


이에 차량 운전자 A씨와 그 가족이자, 사고로 숨진 아이의 유족이 차량 제조사를 상대로 낸 7억60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인 지난 27일 진행된 두번째 재판에서는 첫 번째 변론기일에서 재판부가 원고 측이 제출한 사고기록장치(EDR)와 음향분석 등 2건의 감정신청을 모두 채택함에 따라, 사고기록장치(EDR)와 음향분석 감정을 담당할 전문감정인 2명이 선정돼 관련 감정을 진행키로 했다.


관련 감정은 50여일 소요될 전망이다.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