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 성과급 12억에 '기겁'...'삼성 임원이냐'

      2023.07.01 15:00   수정 : 2023.07.01 16:5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재개발 조합장 성과급이 12억? 삼성 임직원도 아니고”
최근 부동산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작성자는 “이사와 감사들은 평균 1억원 정도 성과급이고, 무슨 삼성 임직원이냐”고 지적했다. 마포의 한 재개발 조합원은 부동산 카페에 ‘부정한 5000만원 조합장 성과급’이라는 글을 올리며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장 및 임원들의 급여 문제는 한두 해의 이슈가 아니다. 여러 조합에서 ‘조합장 월급’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다.
‘하는 일에 비해 너무 많은 급여를 가져간다’며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주장하며, 집행부를 교체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적정 급여...'월 394만~471만원·상여금 400% 별도'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는 지난 2015년부터 설문조사 등을 통해 ‘조합 및 추진위원회 상근 임직원 표준급여안’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협회는 실태조사와 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해 매년 표준안을 내놓고 있다.

2023년도 표준급여안을 보면 조합원 규모별로 차이는 있으나 조합장이 수령하는 적정 월급여로 394만~471만원(세전)을 제안했다. 조합원 수에 따라 월급은 다르다. 조합원 수가 많은 대형 정비사업장일수록 조합장의 급여가 많았다.

세부적으로 보면 ▲조합원 300명 미만 394만원 ▲300~500명 미만 414만원 ▲500~700명 미만 434만원 ▲700~1000명 미만 452만원 ▲1000명 이상 471만원 등이다. 여기에 상여급 400%는 별도다. 상여금 400%까지 포함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협회 관계자는 “매년 조사를 하는 데 물가 상승에 맞춰 급여가 조금씩 오르고 있다”며 “여러 조합에서 표준급여안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협회가 2015년에 공개한 표준급여 내역을 보면 조합장 적정 월급여는 366만~436만원(상여금 400% 별도)이다.


급여 외에 성과급 요구하는 조합장...지침도 허용?

급여 외에 또 논란이 되는 것이 성과급이다. 성과급은 급여(상여금 포함)와 별개로 지급되는 데 일부 조합장들의 고액 성과급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실 정비사업 현장에서 성과급은 과거에 이슈가 되지 않았다. 예전에 강남의 모 스타 조합장이 거액이 성과급을 받으면서 현재는 여러 조합들마다 성과급을 달라고 조합원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강남구 대치동 모 조합이 성과급으로 120억원 가량을 요구해 조합원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그렇다면 급여나 성과급에 대한 지자체나 정부 지침은 없을까. 일단 적정 급여에 대한 규정이나 지침은 없다.

단 성과급에 대해서는 서울시가 지난 2015년 6월 표준 행정업무규정을 바꿔 ‘조합 임원 또는 추진위 위원에게 임금 및 상여금 외 별도의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조항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 역시 조합 총회 의결 등 빠져나갈 방법이 많다.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조합장 급여 및 성과급은 사실상 조합이 결정하면 그만이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직업이 조합장'...소수 지분만 있어도

전문가들은 정비사업의 생명이 빠른 속도인 만큼 이를 위해서는 적정 급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 전문가는 “돈을 안 받고 누가 일을 하겠느냐”며 “과도한 급여와 성과급이 문제가 되겠지만 정비사업의 경우 전문성이 필요하고, 많은 노력이 투여 되는 만큼 이에 따른 보상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제경 투미컨설팅 소장은 “서울의 경우 조 단위 정비사업 프로젝트가 많다”며 “급여를 아끼려다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적정 급여를 주는 대신, 투명하고 정확하게 공개토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금전적(?) 이익을 노리고 조합장 일을 맡는 이른바 ‘불량(?) 조합장 및 임원’을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현재 관련 법에는 ‘토지 등 소유자가 조합원이 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지분을 얼마 갖고 있는지는 필요 없다.
조합원이 된다는 것은 조합장 및 임원에 출마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0.001%’의 소수 지분으로도 조합장이 되고, 입주권도 못 받는 현금 청산자가 조합장이 되는 이른바 ‘직업이 조합장’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김 소장은 “정상 지분을 소유한 온전한 조합원만 조합장과 임원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소수 지분으로 조합을 이끄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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