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평야 중심에 서는 ‘전국 3대 5일장’… 지역 전통 먹거리 가득

      2023.07.02 08:00   수정 : 2023.07.02 19:2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전주=강인 기자】 전북 익산에는 도심 속 상설시장에 5일장이 열리는 곳이 있다. 전국 3대 5일장으로도 꼽히는 익산장이다.

익산북부시장은 익산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전통시장이다.

매월 4와 9가 들어가는 날 열리는 5일장인 익산장이 여기서 열린다. 상설시장인 북부시장을 중심으로 정기시장인 익산장이 열리는 것이다. 상인들은 북부시장이나 익산장에만 속하기도 하고, 두 곳 모두에서 장사하는 상인도 있다.

익산장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규모를 자랑한다. 혹자들은 익산장을 경기도 모란장, 강원도 북평장과 함께 전국 3대 5일장으로 꼽기도 한다.


도심에서 5일장 열리는 것을 보기 위해 장맛비를 뚫고 장이 서는 지난달 29일 시장을 찾았다.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지만 적지 않은 상인이 나와 좌판을 벌였고, 소비자들이 물건을 구입했다.

■역사 깊은 도심 속 전통시장

익산북부시장은 익산시청 인근에 자리를 잡았다. 104개 점포와 30여개 노점에서 농수산물 등이 유통된다. 1975년 상설시장으로 문을 열었다.

익산장이 열리는 날이면 노점은 2000여개로 늘어난다. 다만 정확한 유래는 찾기 어렵다. 여러 문헌과 전례를 통해 그 역사가 깊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다.

익산은 고대 마한의 도읍지가 있던 곳이고, 백제 무왕의 궁궐이 있던 곳이기도 하다. 후백제를 세운 견훤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한다. 익산이 오래도록 백제 문화권 도읍지가 될 수 있던 것은 지리적으로 풍요롭고 교통이 편리했기 때문이다. 만경강을 중심으로 형성된 만경평야가 넓게 펼쳐져 있어 굴지의 곡창지대였고, 예부터 지금까지 교통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해 왔다.

이런 역사·지리적 배경으로 익산에는 시장이 일찍부터 발달했다. 시장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는 조선시대 후기에 편찬된 '동국문헌비고(1770년)'를 보면 당시 익산에 모두 6곳에서 장이 서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시장이 많이 개설된 것은 익산이 당시에 여러 지역으로 나뉘어 있었기 때문이다.

18세기 익산에 개설된 시장은 익산 읍내장(2, 7일), 회화장(5, 10일), 용안난포장(2, 7일), 함열 읍내장(3, 8일), 황등장(5, 10일), 여산 읍내장(1, 6일) 등이었다.

이들 시장은 일제강점기에 들어서도 큰 변화 없이 장이 열렸다. 익산의 중심 시장이 된 이리장(훗날 익산장)은 익산면 이리에 있었고 장날은 4, 9일이었다. 시장의 면적은 3만㎡로 당시 이리장은 11구획으로 나누어져 있고, 직사각 형태의 장옥이 세워져 있었다. 11개의 구획을 살펴보면 제1우시장, 제2미곡시장, 제3조금시장, 제4도기시장, 제5어시장, 제6육류시장, 제7해산시장, 제8포목시장, 제9채소 및 철물시장, 제10잡화시장, 제11목재시장이었다.

'조선의시장(1941년)'에 따르면 1923년 이리장 연 거래액은 65만6000원이었다. 또한 이리장에 나온 상인들은 거간 및 중간상인이 130명, 소매상이 750명이었다.

1925년에는 여전히 11개의 구획으로 나뉘어 장이 섰고 상인이 880명, 시장을 찾은 고객이 3000명 정도였다. 1930년대 말에는 연 거래액이 87만7549원으로 늘어난다. 같은 지역 금마장 34만9400원, 황등장 24만9850원, 함열장 15만9556원 대비 서너배 큰 규모다.

■이리장이 익산장으로

익산은 마한의 땅이었고, 백제에 병합돼 금마저로 불리다가 신라 때 금마가 됐다. 고려 때에 익주였다가 조선시대에 들어서 익산으로 개칭이 돼 현재까지 불리고 있다. 중간에 1949년 이리시로 개편됐지만 1995년 이리시와 익산군이 통합되며 다시 익산시가 됐다. 이 과정에서 이리장으로 불리던 시장이 익산장으로 불리게 됐다. 이리장은 솜리장으로 불리기도 했다.

익산장은 지리적 특성과 교통망 확보로 성장할 수 있었다. 지리적으로 전주와 김제, 군산, 완주 중심에 있어 어디서든 차로 20~30분이면 닿을 수 있다. 익산의 채소와 과일, 군산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을 자연스레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진다. 호남평야 중심에 있어 농사를 짓는 농가 숫자도 많다. 농가에서 재배한 다양하고 신선한 농산물을 저렴하게 살 수 있어 많은 이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소박하지만 맛있는 먹거리

익산 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은 솜리치킨이다. 솜리치킨은 전국적인 명성을 얻어 현재 익산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맛볼 수 있다. 솜리치킨 특징은 18가지 천연 양념으로 닭을 숙성시키고, 가마솥으로 튀겨 내는데, 검은깨가 곳곳에 박혀 있어 바삭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익산장에서는 많은 먹을거리가 선을 보인다. 가장 인기는 짜장면과 호떡이다. 장날에만 문을 여는 짜장면 집은 40여년에 이르는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짜장면 가게 옆에는 고소하고 바삭한 느낌을 주는 광주호떡집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 이 외에도 깻잎순대와 오징어 입 볶음도 시장에서 유명한 먹거리다.

이웃한 황등시장에는 전국 3대 비빔밥으로 손꼽히는 황등비빔밥을 먹을 수 있다. 황등비빔밥은 육회비빔밥으로 일제강점기인 1935년부터 시작된 오래된 음식이다. 황등비빔밥은 밥 위에 콩나물을 넣고, 진한 사골을 부어 국물이 밥에 배면 고추장을 넣고 비빈다. 여기에 여러 재료를 넣어 양념한 육회와 깨소금과 참기름을 둘러 먹는다.

■시장 보고 관광지도 보자

익산은 전북 북서부에 있는 도시다. 동쪽은 완주군, 서쪽으로 군산시, 남쪽은 김제, 북쪽은 충남 부여와 논산이 경계를 이룬다.

익산 관광지는 단연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백제 역사유적 지구에 속한 미륵사지와 왕궁리 유적이 손꼽힌다. 왕궁리 유적은 선화 공주의 이야기로 유명한 백제 무왕 때 조성된 왕궁의 유적이다.

미륵사는 백제의 무왕이 선화공주와 함께 미륵산(과거 용화산) 사자사의 지명법사를 찾아가다가 연못 속에서 미륵 삼존이 출현한 것을 계기로 세운 절이다. 백제가 국력을 키우기 위해 마한 지역의 중심이던 곳에 미륵사를 세웠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 때문에 미륵사는 백제의 과학 기술이 총동원되어 세워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륵사지에 있는 미륵사지석탑은 국보 제11호로 높이 14.24m로 국내에서 가장 높은 석탑이다. 석탑은 붕괴되어 6층까지 남아있는데, 본래는 9층 석탑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서동(무왕)의 설화가 전하는 익산에서는 익산서동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1968년 마한민속제전에서 유래한 익산의 대표적인 축제이다. 또 다른 축제로 익산 보석대축제를 꼽을 수 있다.
보석대축제는 4월과 9월에 개최되는데 국내에서 유일한 귀금속 신상품 전시회이며 세계 수준의 규모를 자랑하는 축제다.

kang1231@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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