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값 내린 덕 본 무역흑자, 문제는 수출 체력
2023.07.02 19:38
수정 : 2023.07.02 21:03기사원문
지난달 무역수지가 소폭 흑자를 내면서 장장 16개월 동안 이어진 무역적자 흐름에 일단 마침표를 찍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6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무역수지는 11억3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무역흑자는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이다.
간신히 흑자로 돌아선 배경은 다름 아닌 안정세를 찾은 에너지 가격 덕분이었다. 지난달 원유를 비롯한 3대 에너지 가격이 전달 대비 30% 가까이 내렸다. 국내 수입이 많은 두바이유 가격은 34%나 빠졌다. 에너지 수입액은 우리나라 전체 수입액의 5분의 1에 이른다. 치솟던 에너지 가격이 주춤해지면서 결국 무역적자 행진이 멈춰 선 것이라 봐야 한다.
정부와 기업이 수출전선에서 총력을 쏟고 있으나 현실은 엄혹하기 그지없다. 반도체 수출 감소 폭이나 대중국 무역적자 폭이 다소 줄긴 했지만 의미 있게 볼 만한 수치는 아니다. 수출은 9개월 연속 마이너스, 대중국 적자도 9개월째 계속이다. 삼성전자 등 메모리업체들의 감산 효과도 뚜렷하지 않다. 상반기 전체로 보면 중국으로의 수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26% 줄었고, 이 기간 대중 반도체 수출은 40% 급감했다.
하반기로 가면 나아질 것이라는 낙관론에 빠지면 안 된다. 근본적인 산업 체질개선을 정부가 이끌고, 기업은 실행에 옮겨야 한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하반기에도 수출 감소가 이어져 연간으로 수출이 7.7% 줄고, 295억달러 무역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산업연구원은 올해 수출이 9.1% 줄고, 무역적자 규모는 353억달러로 전망한 바 있다. 경기침체와 불확실한 대외환경에 현장이 짓눌리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절박한 산업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이른다. 무역에서 반도체와 중국 시장이 갖는 의미는 지대했다. 이제 우리는 예전 같지 않은 반도체 수출과 대중국 경쟁력을 다시 끌어올리면서 동시에 의존도를 낮추는 과제를 함께 안고 있다. 전쟁과도 같은 반도체 경쟁에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함은 물론이다.
더불어 제2 반도체라 할 신산업 육성도 지체할 수 없다. 우리의 턱밑까지 쫓아온 중국 기술을 따돌리기 위해 기업의 피나는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 미래를 내다보는 정부와 기업의 선견지명은 그래서 중요하다. 패기만만한 청년의 창업을 독려하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 기업을 받드는 경제풍토를 만드는 것도 정부가 할 일이다.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