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드라마 흥행해도 수십억 적자날수도"...SLL이 말하는 요즘 콘텐츠 산업
2023.07.04 20:28
수정 : 2023.07.04 20:2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영화 ‘재벌집 막내아들’부터 ‘닥터 차정숙’ 그리고 영화 ‘범죄도시3’까지 올 상반기 주목할 성과를 거둔 SLL이 하반기 “흑자 전환”을 자신했다. SLL은 4일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SLL 상반기 결산 기자간담회’를 열고 상반기 콘텐트 성과와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SLL은 JTBC스튜디오에서 SLL로 사명을 바꾼 중앙그룹 산하 콘텐츠 제작사로 그동안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를 필두로 ‘SKY 캐슬' ’이태원 클라쓰‘ ’재벌집 막내아들’ ‘닥터 차정숙’과 글로벌 히트작 ‘지금 우리 학교는’ ‘지옥’ ‘수리남’ ‘카지노’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 OTT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모회사는 메가박스를 가지고 있는 콘텐트리중앙(036420)이다. 콘텐트리중앙은 2020년부터 3년 넘게 적자를 겪고 있다. 올해 1분기 302억원, 2분기 45억원으로 영업 손실을 냈다. 하지만 매출은 2020년 3602억원에서 2021년 6771억원, 2022년 8521억원으로 성장세다.
박준서 SLL제작총괄은 이날 상반기 콘텐츠 흥행에도 적자가 지속되는 이유로 “드라마가 성공해도 적자가 나고, 시청률이 저조해도 흑자가 나는 좀 이상한 결과가 나온 부분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방송국 중심으로 드라마가 제작돼 왔던 과거와 달리 채널 다양화로 비즈니즈 구조가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박 총괄은 “과거에는 방송국이 주도해서 드라마를 제작하고, 시청률이 매출로 직결되는 구조였다. 하지만 지금은 시청률 20%를 넘긴 드라마도 상황에 따라 수십억 적자가 날수가 있는 구조로 바뀌었다. 해외 권리가 이미 판매된 경우가 많아서 시청률 흥행에 따른 매출이 대폭 줄었다”며 달라진 비즈니스 환경을 설명했다.
“특정 방송국의 제작본부가 그 작품을 하자고 하면 제작에 들어갔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이해 관계자가 늘었다. 일례로 5개 회사의 몇십명 되는 사람들이 한편의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것에 많은 의견을 내고 영향을 미친다. 그것을 어떻게 조율해서 어떤 방향의 어떤 드라마를 만들지가 중요하다. 기존과 다른 형태의 프로토콜과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필요하다. 어떤 경우에는 한국말로 하고 어떨 때는 일본어, 중국어, 영어도 해야 하는 상황이 계속 발생한다. 킬러콘텐츠도 누구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하나? 그런 문제가 있다.”
글로벌 OTT 시장에서 한국드라마는 제작비 대비 높은 품질을 자랑했다. 그 덕분에 K-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졌고 해외 자본이 급격이 들어왔다. 지난 2021~2022년에는 1년에 무려 200편의 드라마가 나왔다. 그 결과 제작비가 치솟았고 판매 단가도 상승했다.
박 총괄은 “거품이 끼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침체가 예견되기도 했다”고 돌이켰다.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린 측면이 있는데, 한국 드라마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진 만큼 그에 맞는 굉장히 다양하고 정교한 구조를 갖춰야할 시대적 요구를 받고 있다. 지금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데 필요한 적정 규모를 찾아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 드라마 '대행사' 흥행의 긍정적 영향 무엇?
그는 이날 ‘대행사’의 흥행이 글로벌 OTT 관계자에 끼친 영향도 설명했다. “글로벌 OTT에서 콘텐츠를 선택할 때, 안정적으로 로맨틱 코미디 장르나 스타 배우·창작진이 참여한 작품을 선호했다. ‘대행사’는 여자 원톱 오피스 드라마라 시장의 선호도가 낮았다. 그래서 사전판매가 잘 안됐다.”
하지만 드라마의 흥행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그는 “한 OTT 관계자가 '외국인 상사를 설득하는데 ‘대행사’와 ‘닥터 차정숙’의 흥행이 큰 도움이 됐다'고 하더라. 이전에는 드라마의 내용에는 별다른 관심을 기울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대행사’의 흥행으로 ‘닥터 차정숙’이 수혜를 봤다"고 부연했다.
“글로벌 OTT의 입맛에 맞는 작품만 만드는 것보다 우리가 새로운 형태의 드라마를 만들고 그게 결국 성공하여 그들의 구매 패턴도 변하고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 경험을 일부나마 올 상반기에 하면서 앞으로도 이러한 방향으로 계속 노력할 생각이다.”
드라마뿐만 아니라 영화 시장도 큰 변화에 직면했다. 그는 “영화는 비즈니스 모델이 지난 100년전과 거의 유사하게 이어져 왔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드라마보다 더 큰 위기를 맞았다. 극장에 걸만한 콘텐츠를 선별하는 과정부터 투자와 배급, 수익 배분에 대한 모델까지 전반적으로 손을 보게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결국 드라마와 영화 모두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진 만큼 그에 맞는 굉장히 다양하고 정교한 구조를 갖춰야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맞고 있다. SLL이 가장 먼저 답을 내고 움직일수 있기를 바란다.“
앞서 SLL는 향후 3년간 3조 투자를 예고했다. 박 총괄은 “여러가지 시장 여건상 줄어드는 부분들이 있겠지만, 지속적 투자를 하겠다는 기조는 변함없다”고 말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