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개 증권사 부른 금감원 “랩·신탁 관행, CEO 책임”

      2023.07.05 15:00   수정 : 2023.07.05 15:3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금융감독원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증권사 채권형 랩어카운트(Wrap Account) 및 특정금전신탁 불건전 영업관행이 최고경영자(CEO) 관심과 책임의 영역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관행엔 엄정 대처하겠다고 단언했다.

함용일 금감원 자본시장·회계 부원장은 5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사 영업관행 개선을 위한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고객자산 관리·운용 관련 위법행위를 실무자 일탈이나 불가피한 관행 탓으로 돌릴 수 없다”며 이 같이 강조했다.



함 부원장은 이어 “특히 컴플라이언스, 리스크 관리, 감사부서 등 어느 곳도 이를 거르지 못했다면 전사적 내부통제가 정상 작동하지 않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최종 책임자인 최고 경영진과 무관하지 않다”고 재차 짚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3일 채권형 랩·신탁 관련 점검을 완료한 증권사뿐 아니라 위법 소지가 있는 곳이 있다면 확인 대상에 포함시킬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최근 일부 증권사가 거래량이 적은 장기 기업어음(CP) 등을 편입·운용하는 ‘미스매칭’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면서다. 가격변동성 높은 상품을 담음에도 금리 상승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해 고객자산 평가손실이 누적되는 문제가 유발했다.

특히 일부 고객 자산을 다른 고객 계좌나 증권사 고유자산에 고가 매도하는 방식으로 손실을 보전하는 사례도 있었다.


함 부원장은 증권사 리서치센터를 향해서도 쓴 소리를 했다. 그는 “지난 3월부터 주요 증권사와 함께 운용 중인 ‘리서치관행 개선 태스크포스(TF)’ 논의 과정을 지켜본 결과 그간 관행에 대한 자성 없이 시장 환경 탓만 하는 태도는 매우 유감”이라며 “애널리스트가 조사 분석 자료를 악용해 부당이득을 취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면서 리서치보고서 신뢰가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리서치 부서 독립성 제고를 위해 애널리스트 성과 평가, 예산배분, 공시방식 개선 및 독립리서치 제도도입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함 부원장은 “여전히 국내 증권업계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단기성과에 집착하거나 랩·신탁 등 관계지향형 영업을 지속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이제부턴 우리 모두 긴장감을 가지고 잘못된 관행을 유발하는 부적절한 인센티브 구조를 재설계하고,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간담회에는 함 부원장을 비롯해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국내외 27개 증권사 대표,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 여은정 중앙대 교수, 2개 독립리서치 대표 등이 참석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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