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프리고진 무서웠나? 도주설에 돈 돌려줬다는 주장까지
2023.07.07 05:00
수정 : 2023.07.07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 6월 24일(이하 현지시간)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반란 당시 수도 모스크바에서 도망갔다는 주장이 또다시 제기됐다. 또한 푸틴은 프리고진이 망명 이후 다시 러시아에 돌아와 압류된 돈을 달라고 요구하자 이를 순순히 돌려줬다고 알려졌다.
푸틴, 반란 당시 도주했나?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5일 러시아 신흥재벌(올리가르히) 출신 반체제 인사를 인용해 푸틴이 반란 당시 모스크바에 없었다고 보도했다.
뉴스위크와 접촉한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는 이날 인터뷰에서 "우리는 반란 당시 푸틴을 주시하고 있었고 그는 모스크바를 떠났다"며 "발다이에 있는 별장으로 향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호도르코프스키는 과거 러시아 최대 석유기업 유코스의 회장이었으나 지난 2003년에 러시아 권력층을 비난해 푸틴의 눈 밖에 났다. 그는 같은해 체포되어 10년을 복역한 끝에 풀려나 해외로 망명했으며 지금은 영국에 머물며 푸틴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호도르코프스키는 과거 자신이 러시아 정부의 해외 요원으로 지정된 적이 있으며 러시아 내부 정보당국인 연방보안국(FSB)에 연락책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6월 24일 오후 1시 무렵 '오직 푸틴만 사용하는 비행기'가 모스크바를 출발해 북서쪽으로 향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행기의 신호가 노브고로드주 발다이 인근에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발다이는 모스크바에서 북서쪽으로 약 400km 떨어진 곳으로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직선거리로 이을 경우 중간 지점에 위치한 곳이다. 동시에 푸틴의 개인 별장이 있다고 알려진 도시다.
뉴스위크는 인터뷰와 함께 러시아 매체 커런트타임의 보도를 언급했다.
커런트타임은 항로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 레이더24'를 인용해 6월 24일 오후 2시 16분에 'RA-96022'라는 편명으로 등록된 일류신(IL)-96 여객기가 모스크바에서 이륙해 약 8km까지 고도를 높인 뒤 오후 2시 32분 무렵에 하강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기체의 신호는 발다이와 모스크바의 중간 지점에 있는 트베리주 트베리 인근에서 사라졌다. 과거 푸틴은 각종 회담에 가기 위해 해당 기체를 여러 번 이용했다. 이외에도 러시아 고위 인사들이 사용하는 다른 비행기들 역시 이날 모스크바에서 이륙했다고 알려졌으며 적어도 1대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착륙했다.
푸틴이 모스크바에서 탈출했다는 주장은 이미 반란 당일부터 나왔다. 영국 매체 스펙테이터는 6월 24일 보도에서 러시아 독립 매체를 인용해 푸틴의 전용기로 알려진 'IL-96-300-PU'가 이날 오후 2시 15분에 모스크바에서 이륙해 상트페테르부르크 방향으로 날아갔다고 전했다. 스펙테이터 역시 문제의 비행기가 트베리 인근에서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같은날 러시아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바그너그룹 반란군이 모스크바 남방 약 200km까지 근접한 상황에서도 푸틴이 모스크바에서 정상 업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호도르코프스키는 "각 기관장들 가운데 상당수가 모스크바를 떠났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이를 두고 반정부 세력이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했지만 프리고진의 반란이 너무 빨리 끝나 버렸다"고 밝혔다.
푸틴·프리고진 실제 관계는?
프리고진은 반란 당일 정권 교체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을 배척한 군 지휘부를 징벌하기 위해 군사를 일으켰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푸틴은 프리고진을 즉각 반역자로 선포하며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이에 프리고진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를 통해 반란을 중단하고 벨라루스로 망명했다.
이후 푸틴 정부는 러시아에 남아있는 바그너그룹 재산을 압류하고 프리고진의 식품업체 및 계열사들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상트페테르부르크 경찰은 주차된 차량에서 약 4700만달러(약 611억원)를 압수했으며 또 다른 차량의 골판지 상자 80개를 뒤져 6670만달러(약 868억원)를 가져갔다. 프리고진 측은 해당 자금이 바그너그룹 병사들에게 줄 월급과 전사자 보상금이라고 주장했다. 푸틴은 프리고진의 사업체를 흡수하는 동시에 FSB에 그의 암살을 지시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뉴스위크는 5일 보도에서 벨라루스에 망명중이라고 알려진 프리고진이 버젓이 러시아로 돌아가 압류된 돈을 다시 받아갔다고 전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독립 매체인 폰탄카는 러시아 당국이 지난 2일 프리고진 측에 현금 1억달러와 금괴 5개 등 1억1000만달러(약 1432억원) 상당의 자산을 돌려줬다고 주장했다. 해당 자금은 프리고진의 위임장을 받은 그의 운전기사가 대신 받아갔다.
이와 관련해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프리고진과 그의 제트기가 벨라루스를 떠나 모스크바로 향하는 모습이 포착되었다고 주장했다. 망명을 주선했던 루카셴코는 6일 기자회견에서 "프리고진은 더는 벨라루스에 있지 않다"면서 그가 이미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갔으며 이어 모스크바나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폰탄카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돈 뿐만 아니라 자신이 과거 수집했던 총기 등 기념품들도 돌려받았다.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측근이자 '반부패 재단'의 의장인 레오니드 볼코프는 해당 보도가 알려지자 트위터에 "우리 지역 지부 직원들의 자금 7500만루블(약 10억원)은 여전히 국가 명령에 따라 은행 계좌에 묶여 있다"고 적었다. 그는 "이는 위임장을 가진 프리고진의 운전사보다 분명히 더 중요한 문제"라며 푸틴의 태도를 비난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