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펑크' 40조원 예상에도 "걱정 말라"...여유 재원은 9조원 수준
2023.07.09 14:38
수정 : 2023.07.09 14:3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국세수입이 줄어들면서 올해 '나라곳간'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정부의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5월까지 누계 국세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36조원 가량 줄었다. 남은 7개월 동안 전년과 같은 수준의 세금을 걷는다 하더라도 약 40조원 안팎의 '세수펑크'가 예견된다.
9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세계 잉여금, 여유기금 활용이 세수부족 보완책이다. 하지만 이 정도론 적자폭을 메우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올 하반기 경제 정책 역시 세부담 완화와 취약계층 대상 재정투입 등 세수확대와는 거리가 있어 세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기획재정운용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세계 잉여금과 각 기금의 여유재원을 활용해 차질 없이 계획대로 예산을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방기선 기재부 1차관 역시 "가용 재원이 충분하다"고 밝혔지만 세입 재추계가 나오지 않아 세수펑크 규모 역시 추정에 그치고 있는 상태다.
현 시점에서 전년과 동일한 수준으로 나머지 세입을 가정했을 때, 세수펑크는 40조원 규모다. 정부가 대비책으로 제시한 세계잉여금은 현재 총 6조원 수준으로 이 가운데 국가채무 상환과 지방교부세 추가정산 등을 고려하면 실제 일반회계로 편입할 수 있는 세계잉여금은 3조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기금도 사업성 기금이 26조9000억원 규모로 조성돼있지만 섣불리 끌어다 쓰기는 어려운 재원이다. 정부는 2016년 이래로 기금 여유 재원을 1년에 5조원 이상 끌어 쓴 적이 없다. 두 대비책을 합쳐도 9조원 수준의 보완책에 그친다.
대비책을 모두 동원해도 약 30조원 규모의 세수펑크가 여전하다. 결과적으론 외부에서 수급하는 재원에 더해 정부 자체적으로 지출을 줄여야 한다. 지속적으로 정부 예산의 '불용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지난 6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 측에서 분석한 기재부 자료를 보면 올해 4월까지 본예산 대비 총지출은 240조8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6조 5000억원 줄었다. 진도율 역시 37.7%로 전년(39.3%)보다 1.6%p 줄어 세수 결손이 있었던 2014년(36.5%) 이래 최저 수준이다. 상반기 경기 활력을 위해 65%를 집중하겠다던 정부의 지출 기조가 오히려 경기 침체로 인한 세입 감소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세수 결손이 발생한 2013, 2014년 불용예산 규모는 각각 18조1000억원, 17조5000억원 수준으로 올해도 이를 넘어서는 지출 구조조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경기 부양에 써야 할 예산 감소가 되레 성장 저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최대 18조원의 불용예산을 줄어든 세수 30조원에서 차감해도 아직 10조~13조원 수준의 세수가 빈다. 부족한 세수분을 보완할 하반기 세입 증가가 필수 불가결하다는 의미다. 정부 역시 반도체의 불황 싸이클이 끝나고 수출과 내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도 "내수 회복세로 인해 7월 부가가치세 등 세입 증가가 늘어날 수 있다"며 "현 시점의 적자로 연간 적자를 추산하긴 어렵다"고 답했다. 물가 상승률이 2%대로 주저앉고 수출 적자폭과 고용률도 호조세를 보이는 등 정부는 하반기 반등이 일정 부분 줄어든 세입 감소를 보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는 정확한 세수 펑크 규모 파악과 대응책 마련을 위해 9월 초 발표를 앞두고 재추계 작업에 착수했다. 국세 수입 전망은 이번 재추계를 통해 소폭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통일 및 대북 관련 예산 등 현재 여건에 따라 쓰기 어려운 예산이 있다"며 "경기 대응을 위해 적절한 수준의 예산 조정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