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나토 정상회의-폴란드 순방외교 의미는?
2023.07.11 07:00
수정 : 2023.07.11 07:00기사원문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4박 6일간 일정으로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방문을 위해 출국했다. 윤 대통령은 우선 10∼12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를 방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취임 직후인 지난해 6월 이후 2번째로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한다. 날로 고도화되고 있는 북핵에 대응한 국제사회의 공조를 거듭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나토 정상들과 신흥안보 위협 논의, 기시다 총리 만나 오염수 논의할 듯
이번 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나토와 인도·태평양 지역 협력, 신흥안보 위협 등에 관해 각국 정상들과 논의한다.
나토 사무총장 면담, 네덜란드·노르웨이·리투아니아 등 연쇄 양자회담, 리투아니아 대통령 주최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대상 만찬, AP4(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정상회담 등을 소화할 예정이다.
이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일정상회담에서 일본은 오염수 관련 입장을 설명할 것이란 보도가 일본 현지에서 나오고 있다'는 취재진 질문에 "한일정상회담도 여는 것을 조율 중"이라며 "어떤 의제로 논의할지 사전 논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총리는 일본 국민 건강과 안전, 가까운 이웃들의 우려를 해소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며 "일본 측 언급이 있다면 우리나라 국민 건강을 최우선으로 삼는다는 원칙 견지 하에서 필요한 말씀을 하시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폴란드 국빈급 공식방문..우크라 방문·정상회담 계획은 없어
윤 대통령 부부는 폴란드 대통령 초청으로 이뤄지는 국빈급 공식 방문을 위해 12일 오후 다음 방문지인 폴란드 바르샤바로 이동한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유럽 내 첫 양자 방문이며 2009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 이후 14년 만의 공식 방문이다.
윤 대통령은 13일 오전 폴란드 대통령궁에서 개최되는 공식 환영식에 참석한 다음 한·폴란드 정상회담을 열고, 이후 총리, 하원의장, 상원의장과 각각 회담한 뒤 무명용사묘 헌화 행사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양국 정상이 참석하는 비즈니스 포럼, 바르샤바 대학에서 한·폴란드 미래세대와의 만남, 폴란드 동포 간담회 등이 예정돼 있다.
다만 대통령실은 리투아니아·폴란드와 인접한 우크라이나 방문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나토 협력의 정례화, 자유주의적 국제질서 지키려는 한국, 선진강국 정상외교 이어가
국내 외교 전문가는 냉전종식 후 나토가 존재 명분을 상실하고 사라질 것이라던 예측과 달리 30여년이 지난 오늘날 신냉전이라는 새로운 국제질서속에서 되레 강해지고 있는 만큼 이번 유럽 순방외교를 통해 윤석열 정부 출범 2년차의 '글로벌중추국가(GPS) 2.0' 외교를 한층 본격화해 외교적, 경제적 성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반길주 서강대 국제지역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윤 대통령의 유럽 순방외교는 단순 일회성 참가를 넘어 한-나토 협력의 정례화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짚었다.
한-나토 협력 정례화는 결속력이 높아지고 나아가 확장되고 있는 나토의 중요성에 대한 지지의 의미와 국제 안정과 평화를 위해 나토와 함께 한국의 역할과 책임을 다할 것이라는 메시지가 담겨있다는 게 반 연구원의 해석이다.
반 책임연구원은 이어 "현상변경 시도에 반대하며 반드시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지켜내야 한다는 한국의 결연한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최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전략적 반응으로 보인다. 또한 2022년 나토 정상회의 당시 나토의 신전략개념을 담은 문서에 중국도 처음으로 포함시켰다.
이들 국가는 국제사회의 대표적인 현상변경 시도국으로 간주되고 있어 이번 나토 정상회의 참가는 한국이 현상변경 그룹의 시도를 차단하는 현상유지 그룹에서 역할을 다하겠다는 전략적 메시지를 공고히 하는 의미가 있다는 게 반 연구원의 설명이다.
그는 "선진강국 정상외교를 이어간다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G7 등 국제정치 리더국가들과 외교협력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선진국이 대거 참가하는 나토 정상회의에 관여하는 것은 양자회담, 다자회담 등 다양한 외교를 통해 선진강국 외교의 지대를 한층 확대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는 진단이다.
■AP4 플랫폼의 정례화, 글로벌 문제 협력 교두보...인태지역의 핵심국가 유럽에 방산외교 이어가
그는 또 "AP4 플랫폼의 정례화 성격이 있다"고 분석했다. 나토는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AP4 정상을 초청하고 이에 당사국이 호응하면서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4개국으로 구성된 AP4 정상회의 플랫폼으로 본격 가동되는 모양새가 조성되고 있다.
이와함께 구체화한 의제를 통해 지역 및 글로벌 문제를 공동으로 협의하면서 조금씩 진화를 거듭하면 특유의 소다자 협의체로 진화할 가능성도 있다. AP4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이 사회로 나서며 한국의 책임과 리더십 강화에 일조한다는 의미가 더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최근 훈풍모드로 전환된 한일관계와 관련, 북핵 대응을 고리로 한 양국간 전략적 공조의 두께가 점점 두꺼워지고 있는 만큼 나토정상회의라는 글로벌 무대에서 양국간 북핵 대응 공조를 더 강화시킬 수 있는 모멘텀이 마련된다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반 책임연구원은 "셔틀외교가 복원된 가운데 한일 정상회담이 제3국에서 진행된다는 것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한일 정부가 셔틀외교를 복원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추동력이 된 것은 북핵 위협인 만큼 양국은 신흥안보 등 다양한 글로벌 문제에서 협력해 나갈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그중 하나의 플랫폼으로 기능할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또 "폴란드 공식방문을 통해 유럽 안보에 기여하는 인태지역의 핵심국가로서 한국의 이미지를 확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첫 번째 양자방문 장소로 폴란드를 선택한 것은 지난해 이후 유럽 내 최대 방산수출국이었다는 사실과 무관치 않다. 따라서 정상이 나서서 방산외교를 이어간다는 측면에서 폴란드의 추가 계약과 다른 유럽국가에도 한국방산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촉매제가 될 전망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