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 간 떼주면 1억5000만원 주겠다" 엇나간 50대 효심
2023.07.08 16:46
수정 : 2023.07.08 16:46기사원문
대구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어재원)는 8일 아버지의 간 이식을 위해 금전을 약속하며 기증자를 찾은 혐의로 기소된 55세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공개했다.
A씨는 다른 사람의 장기를 아버지에게 주는 것을 약속하는 행위를 교사한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대구 중구청장 명의의 주민등록증 사본을 위조한 혐의(공문서위조)와 위조한 주민등록증 사본을 휴대전화로 사진 촬영한 후 이를 행사한 혐의(위조공문서 행사)로도 기소됐다.
재판부는 "금전 등 재산상 이익을 반대급부로 해 장기 등을 주고받는 행위는 국가가 법률로 금지하는 것으로서 이를 위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이 사건 각 범행의 경위와 내용 등에 비춰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시했다.
이어 "A씨는 자신의 아버지를 살리겠다는 마음으로 범행에 나아갔던 것으로 보이는 점, 장기 매매행위를 시도한 것도 1회에 그쳤을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범행이 발각돼 실제로 장기매매가 이뤄지지도 않은 점 등을 종합했다"며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2021년 12월 자신이 운영하는 건설회사 직원이자 친구에게 "아버지 B씨의 간 이식이 필요하다. 대가는 지불하겠으니, 간을 기증할 사람을 찾아봐 달라"고 말했다.
그러다 지난해 2월 그로부터 '간을 기증하겠다는 사람을 구했다'는 말을 전해 들은 A씨는 '간을 기증해 주는 대가로 1억5000만원을 주겠다'는 취지로 말했고 직원이자 친구는 다시 간 기증자인 C씨에게 '간을 기증하면 현금 1억원을 주고 C씨와 아들이 A씨가 운영하는 건설회사에 취업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취지를 전했다.
이를 승낙한 C씨는 B씨의 며느리, 즉 A씨의 아내 행세를 하며 장기기증 검사를 받았다. 친족 간 장기기증의 경우, 장기기증자와 장기 이식대상자 사이에 배우자, 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이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어 C씨는 장기적출 수술을 위해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장기이식대상자 선정승인 신청하고 승인을 받은 후 지난해 3월 30일 병원에 입원했다.
하지만 C씨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예정된 장기적출 수술은 연기되었고, 이어 같은해 4월 7일엔 C씨가 며느리 행사를 한 사실이 발각돼 수술 일정은 취소됐다.
그러다 아버지 B씨는 2022년 7월 15일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