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크라에 대량살상 '강철비' 지원..전세계 반대 속 日만 찬성
2023.07.10 15:11
수정 : 2023.07.16 13:12기사원문
【도쿄=김경민 특파원】 미국이 대량 살상 무기인 '집속탄'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동맹국인 일본은 사실상 찬성의 입장을 나타냈다. 집속탄은 민간인 피해 우려로 120여개국이 사용을 금지한 무기다. 이번 미국의 결정에 대해 미국 내부는 물론 영국, 스페인, 캐나다 등 핵심 서방 동맹국들조차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본 "미국이 알아서 잘 쓰겠지"
일본은 최근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지원하기로 하자 이에 대해 언급을 자제한다면서도 미국의 결정에 사실상 찬성했다.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은 10일 기자회견에서 "양국 교류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고 싶다"며 "우크라이나 상황이 중대한 국면에 접어들면서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국제사회가 단결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력한 지원을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마쓰노 장관은 "미국은 집속탄이 야기할 수 있는 민간인 피해의 위험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도시 지역에서 집속탄을 사용하지 않고 민간인 사상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로부터 약속 받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집속탄은 하나의 큰 폭탄 속에 수백개의 작은 폭탄이 들어있는 무기다. 광범위한 지역에서 폭발을 일으키고 여러개의 목표물을 동시 공격할 수 있다. 하늘에서 수많은 폭탄이 폭발하며 흩뿌려지는 모습을 빗대 '강철비'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하지만 집속탄은 가공할 살상 능력과 40%에 달하는 높은 불발탄 비율, 민간인 피해 우려 때문에 2010년 유엔 '집속탄에 관한 협약(CCM)'이 발효됐고 120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러시아와 미국, 중국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또한 이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집속탄은 선 넘었지" 바이든 '친정'도 반대
집속탄 지원을 두고 미국 의회에서는 여야와 상관없이 찬반 입장이 엇갈렸고, 조 바이든 대통령의 '친정'인 민주당 내부에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공화당 소속인 마이클 매콜 하원 외교위원장은 "러시아는 지금 아무 제지 없이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요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있는 러시아군을 상대로 사용하게 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소속인 바버라 리 하원의원은 "집속탄은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선을 넘는 것"이라며 "우리의 도덕적 우위를 상실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방 동맹국들도 "집속탄은 쓰면 안 돼"
일본을 제외한 동맹국들은 대부분 미국의 집속탄 지원에 대해 반대 입장이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8일(현지시각) "영국은 집속탄의 생산과 사용을 금지하는 CCM에 가입한 나라"라며 "우리는 러시아의 불법적인 침략에 맞서 계속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것이지만 그 역할은 중무장 탱크와 장거리 무기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마르가리타 로블레스 스페인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의 적법한 방어에는 지지를 보내지만 집속탄은 안 된다"고 했고, 캐나다 정부도 성명을 통해 "집속탄이 오랜 기간 터지지 않고 땅에 묻혀 있다가 나중에 어린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잠재적 위험성에 대해 특별히 우려한다"고 규탄했다.
독일 정부의 대변인 슈테펜 헤베슈트라이트 역시 성명에서 "집속탄 협약 가입국으로서 집속탄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지 않겠지만 미국의 결정은 이해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지원이 실현되면 제3차 세계대전을 의미한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우크라이나는 지원받은 집속탄을 점령된 연토를 수복하기 위해 사용할 것이며, 러시아 본토에 대해선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일본에는 '혼네'(本音)와 '다테마에'(建前) 문화가 있습니다.
혼네는 진짜 속마음이고, 다테마에는 밖으로 보여주는 겉마음입니다. 개인보다는 조직·사회적 관계를 중시하는 일본인들은 좀처럼 혼네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보는 일본은 다테마에의 파편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