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돌려막는 다중채무자 급증… 취약차주 대책 쏟아낸다

      2023.07.10 18:20   수정 : 2023.07.10 18:20기사원문
정부가 하반기 취약차주에 대한 종합 대책을 준비하는 이유는 하반기 험난한 경제상황이 예고되면서 취약계층에 대한 종합 대책이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의 여파로 가계 대출이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취약 차주의 빚은 오히려 크게 증가하고 있다. 현재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 취약계층과 기업의 채무 불이행 등 '신용 리스크'가 금융시스템의 핵심 리스크로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취약층 채무불이행 대책 나선 정부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치솟는 금리에 취약계층이 직격탄을 맞자 올해 3월 소액생계비대출 상품을 출시하는 등 서민금융 지원에 본격 나섰지만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오는 9월 정책서민금융 효율화 방안을 내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3월 27일 출시된 이후 두 달 동안 4만3549건의 신청이 접수돼 268억원의 대출이 이뤄지는 등 흥행을 이어고 있지만 오는 9~10월이면 올해 확보된 재원(1000억원)이 모두 소진될 것이란 예상이 많다.

이에 정부는 지난 4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정책서민금융의 연간 공급 규모를 1조원 이상 확대하고, 상호금융권 중 신협만 취급해 온 온라인 근로자 햇살론 채널에 새마을금고와 수협을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소액생계비 대출 규모 역시 당초 1000억원에서 1500억원으로 키울 방침이다.

정부는 예산 확보 뿐 아니라 서민금융 보완계정의 은행권 출연비율 상향도 추진한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월 서민금융진흥원 '서민금융 보완계정에 출연하는 은행권 출연비율을 현행 0.03%에서 0.06%로 인상하는 서민금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해 기준 금융회사의 서민금융 보완계정 출연금은 약 2300억원이고 은행권이 납부한 금액은 1100억원 수준이다. 서민금융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은행권이 납부해야할 연간 출연금이 약 2200억원으로 2배 늘어난다.

정부는 현재 국회 계류중인 개인채무자보호법도 국회에 협조를 요청해 추진할 계획이다. 개인채무자가 금융사에 채무조정을 요청할 수 있는 '채무조정 요청권' 도입과 과도한 채권 추심을 막는 게 법안 핵심이지만 현재 국회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 종료로 차주들의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법안 시행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분기 취약차주 대출 잔액 급증

정부가 취약 계층이 벼랑끝에 내몰리지 않도록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이유는 숫자로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행이 진선미 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가계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말 취약 차주 대출 잔액은 94조8000억원으로 1년 전(93조6000억원)보다 1조2000억원 늘었다. 취약 차주 1인당 대출 잔액도 7495만원에서 7582만원으로 증가했다. 취약 차주는 3곳 이상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이용 중이면서 소득 하위 30%이거나 신용점수 664점 이하인 저소득, 저신용자를 가리킨다. 금융권에서는 이들이 늘어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새로 빚을 내 이자를 갚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취약 차주의 가계 대출 증가로 인해 금융회사 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란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가계 대출 연체율은 올해 3월 말 은행과 비은행 금융기관에서 각각 0.30%, 1.71%였다. 은행권 연체율은 2019년 11월(0.3%) 이후 3년 6개월 만에, 비은행권 연체율은 2020년 11월(1.72%)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체율이 치솟은 데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대부업체들은 대출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올 5월까지 대부업 상위 69곳이 신규 취급한 대출은 957억 원으로 1년 전(4298억 원)보다 급감했다.
이 기간 신규 대출 이용자도 3만1274명에서 1만2737명으로 줄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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