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 "공해 상공서 정상적 비행활동…의도적 긴장 조성 중단하라"(종합)
2023.07.11 01:06
수정 : 2023.07.11 01:07기사원문
북한은 이날 오후 늦게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김여정은 담화를 통해 미군 정찰기가 이날 오전에만 동해의 북한 '경제수역'(EZ)과 '해상 군사분계선' 상공을 침범했다며 "또 다시 침범할 시엔 분명하고도 단호한 행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김여정은 "적대국 정찰자산이 우리의 200해리(약 370.4㎞) 경제수역을 침범하는 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공식 명칭) 주권과 안전에 대한 엄중한 침해"라고 언급했다.
북한 측은 미 공군 정찰기가 이날 오전 5시쯤부터 경북 울진 동쪽 270㎞~강원도 동천 동쪽 430㎞ 거리 해상 상공에서 북한의 해상 군사분계선을 넘어 경제수역 상공에 진입해 북한 동부 지역에 대한 정찰활동을 했다며 미 공군 정찰기는 이후 북한 공군의 대응 출격으로 퇴각했다가 오전 8시50분쯤 강원도 고성 동쪽 400㎞ 해상 상공에서 북한의 해상 군사분계선을 다시 넘어 정찰활동을 계속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김여정의 담화 뒤 배포한 입장문에서 "한미동맹은 공해 상공에서 정상적 비행활동을 했을 뿐"이라며 "북측은 오늘 재차 한미동맹이 공해 상공에서 정상적 비행활동을 한 데 대해 위협적 언동을 통해 의도적으로 긴장을 조성했다"며 "이 같은 행동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합참은 "한미동맹의 정상적 비행활동에 대한 북측의 행동으로 초래되는 모든 결과에 대한 책임은 북측에 있다"며 "이 점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날 동해 상공엔 미 공군의 RC-135S '코브라볼' 정찰기가 전개돼 오전·오후에 걸쳐 약 9시간 동안 비행한 것으로 파악됐지만 군 당국은 공해 상공을 정상적으로 비행했다고 거듭 밝혔다.
북한은 10일 오전에도 북한 무력 운용을 총괄하는 국방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공 전개에 대해 '도발적인 정탐 행위'라며 격추 위협을 가했다.
이에 대해 합동참모본부는 "미 공중감시정찰자산의 한반도 주변 비행은 통상적인 정찰활동"이라며 "영공을 침범했다는 북한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합참은 북한이 미국 공군 정찰기가 자신들의 영공을 침범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허위사실"이라고 지적하고, 입장문에서 북한을 향해 "허위사실 주장으로 긴장을 조성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이날 오전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작전지역에 전개된 각종 공중정찰 수단들을 집중동원해 조선반도와 그 주변지역에서 적대적인 정탐활동을 유례없는 수준에서 벌리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북한은 최근 미군 정찰기 RC-135, U-2S와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RQ-4B)가 동·서해상을 비행하며 공중 정탐행위를 했다면서 "특히 조선 동해에서는 몇차례나 미 공군 전략정찰기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이 행사되는 영공을 수십㎞나 침범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은 "우리는 미국이 이번과 같은 무분별한 짓을 쉽게 행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우리의 대응이 어떠하겠는가를 가장 명백한 방식으로 보여주어야 한다"며 ""미국이 우려해야 할 임계점에 근접한 시기다. 영공까지 무단 침범하며 광란적으로 벌리고 있는 미국의 도발적인 공중 정탐 행위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날로 가증되는 미국의 위험천만한 도발적인 모든 군사 행동들에 엄중한 경고를 보낸다"면서 "미 공군 전략정찰기가 조선 동해상에 격추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담보는 그 어디에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오전 브리핑에서 '북한군이 미군 정찰자산을 격추시킬 경우 우리 군은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북한의 도발에 대해선 필요한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그런 움직임이 포착되거나 징후가 있다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답했다.
항공기 추적 웹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와 레이더박스 등에 따르면 지난주에도 동해를 비롯한 한반도 주요 지역 상공에서 '코브라볼'과 RC-135V '리벳조인트' 등 미군 정찰기의 항적이 포착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미군 정찰기가 항공기식별표지인 ‘트랜스폰더’를 켠채로 항적을 노출했다는 것은 공개적이며 통상적인 정찰활동으로 해석된다.
이런 결정을 내린 정확한 배경은 알수 없으나 미국의 군용기들 트랜스폰더를 켜고 운항하면서 민간 군용기 추적 계정 등이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대북 경계·감시를 위한 미군 정찰기의 동해 상공 비행은 그동안에도 계속돼왔던 것이란 점에서 북한의 이날 연이은 담화는 최근 북한 주장 위성발사체 실패와 식량위기, 외교관 탈북 등 내부적 갈등과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절치부심 중 한동안 잠잠하다가 모종의 군사적 도발을 위한 '명분 쌓기'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