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뉴노멀' 시대 진입...일상이 된 '이상기후'

      2023.07.13 05:00   수정 : 2023.07.13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올해 지구의 기온이 역대급으로 올라가면서 각종 이상기후가 속출하는 가운데 새로운 시대 표준(New Normal·뉴 노멀)을 받아 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 지구는 인류의 출현 이후 새로운 지질 시대로 진입했다고 확인됐으며 기후변화로 인해 인류가 감당해야 할 피해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지구 온도 역대 최고, 폭주하는 날씨
미국 메인대학교에서 운영하는 기후관측프로그램에 따르면 지난 6일(이하 현지시간) 지구 평균 기온은 섭씨 17.23도로 관측을 시작한 1979년 이후 약 44년 만에 가장 높았다.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WMO)는 10일 발표에서 7일 기준 지구 평균 기온이 17.24도까지 올라 역대 최고치였다고 알렸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해 "기후 변화가 통제를 벗어났다"고 경고했다.

앞서 세계 197개국은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기후협약을 맺고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1.5도를 초과하여 오르지 않도록 막자고 약속했다. 지난달 유럽연합(EU) 산하 우주프로그램 연구원들은 같은달 1~11일 사이 지구 평균 표면 온도가 일시적으로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상 높았다고 밝혔다.

유엔 산하단체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1.5도 상한이 깨질 경우 폭염의 발생 빈도가 이전보다 8.6배 증가한다고 보고있다.
폭우는 1.5배, 가뭄은 2배 잦아질 전망이다.

미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의 마이클 만 대기과학과 교수는 11일 CNN 인터뷰에서 "폭우나 홍수 같은건 원래 일어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기후변화가 그러한 자연현상을 극단적으로 가속한다"고 지적했다. 만은 중위도 지역의 대기 운동을 조절하는 제트기류를 지적하며 적도와 극지방의 온도차이로 발생하는 해당 바람이 최근 극지방의 온도 상승때문에 움직이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같은 지역에 폭염과 폭우가 계속되는 이상현상이 나타났다. 게다가 올해에는 2~7년 주기로 찾아오는 '엘니뇨'까지 발생했다. 엘니뇨는 동태평양 수온이 올라가는 자연적인 현상이지만 온난화와 겹치면서 올해 지구 온도를 역대급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새로운 지질시대의 도래...'뉴노멀' 왔나
중국에서는 이달 초 베이징 인근 북부에 40도가 넘는 폭염이 닥쳤지만 충칭 등 남서부에는 폭우가 쏟아졌다. 일본에서도 이달 남서부 규슈 지역에 폭우로 인명 피해가 발생했으나 도쿄에서는 열사병 환자가 속출했다.

미국에서는 지난 9일부터 버몬트주를 비롯한 북동부에서 폭우가 내렸으며 뉴욕주에서는 1000년에 한번 내릴 확률의 강수량이 기록됐다.

반면 텍사스주와 플로리다주, 캘리포니아주 등 미국 남부에서는 지난달부터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이외에도 파키스탄과 인도에서는 우기가 시작되면서 극단적인 폭우가 내리고 있다.

캐시 호철 뉴욕 주지사는 11일 트위터에 "이것이 우리의 뉴노멀"이라며 "우리는 기후변화를 체험하는 첫 세대이자 이를 막기 위해 뭔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다"고 적었다.

과학자들은 실제로 수만년을 이어오던 지구의 지질 환경이 인간때문에 돌이킬수 없이 바뀌었다고 보고 있다.

학계에서는 지구의 46억년 역사를 표시할 때 가장 긴 누대(eon)부터 대(era), 기(period), 세(epoch), 절(age)로 시간을 나눈다. 현재는 '현생누대 신생대 4기 홀로세 메갈라야절'이다. 홀로세는 마지막 빙하기 이후 지금까지 1만1700년간 이어지고 있다.

CNN에 따르면 국제지질과학연맹(IUGS) 산하 인류세워킹그룹(AWG)은 11일 발표에서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크로퍼드 호수를 '인류세(Anthropocene)' 표본 지역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인류세는 홀로세를 잇는 새로운 지질 연대로 1950년부터 시작한다.

과학자들은 인류가 해당 시점부터 온실가스를 뿜어내고 핵무기를 이용해 방사성 물질을 방출, 지구 지질에 변화를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인류세 인정 여부는 우선 학계 투표를 거쳐야 하며 내년 8월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지질과학총회까지 통과한다면 인류는 인류세 크로퍼드절에 살게 된다.


기후변화 피해 방치할 수 없어
미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019년 보도에서 사람들이 이상기후에 쉽게 익숙해진다고 지적했다. 당시 미 캘리포니아 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의 프랜시스 무어 환경과학정책 조교수는 약 21억개의 트위터 포스팅을 분석해 폭우나 폭염, 혹한 등 이상기후에 대한 미국인의 의식 변화를 살펴봤다. 그의 연구팀은 이상기후가 나타난 카운티별로 트위터 언급을 분석했다. 트위터에서는 문제 현상이 발생한 직후에 날씨 관련 언급이 많았지만 2년 연속으로 같은 현상이 반복되자 언급이 급감했다. 해당 현상에 대한 언급은 8년째부터 완전히 사라졌다.

무어의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기후변화가 진행됨에 따라 '보통 날씨'라는 개념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오리건 대학의 폴 슬로빅 심리학 교수는 10일 NYT를 통해 "사람들은 폭풍이나 이상기후가 발생하더라도 멀리서 일어난 일이라면 자신과 상관없는 일처럼 행동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중은 기후변화가 문제라고 알고는 있지만 지금 잘못된 에너지원을 사용하면서 얻는 안락함과 편안함을 포기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도 기후변화 해법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기후변화 피해가 갈수록 커진다는 점이다.

10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국제보건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30일부터 9월 4일까지 유럽에서만 더위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6만1672명이었다. 연구소는 더위 때문에 평균보다 일찍 사망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며 2030년까지 매년 여름마다 6만8000명의 조기 사망자가 발생하고 2040년에는 9만4000명으로 증가한다고 예상했다.

독일 최대 재보험사 뮌헨리그룹은 지난 1월 발표에서 2022년 한 해 동안 국제적인 자연재해로 2700억달러(약 348조원)의 손실이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1200억달러가 보험처리 대상이었다고 밝혔다. WMO는 지난 5월 보고서에서 1970~2021년 세계적으로 1만1778건의 기상재해가 발생했으며 그 결과 200만명의 사람이 숨지고 4조3000억달러(약 5547조원)의 경제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WMO는 특히 경제 손실 규모가 1970년대에는 하루 평균 4900만달러 수준이었으나 2019년에는 3억8300만달러로 약 7배 늘었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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