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근무지 공개하며.."파출소장이 80대男 접대 시켜" 여경 폭로
2023.07.13 15:04
수정 : 2023.07.13 15:04기사원문
박인아 경위는 1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자신의 실명과 함께 서울 성동경찰서 금호파출서에서 근무한다며 소속을 공개했다.
"승진 시켜준대" 80대 지역유지 접대시킨 파출소장
박 경위는 앞서 지난 4월 파출소장의 연락을 받고 나간 식사자리에서 지역 유지라는 80대 남성을 소개받고 이 남성과 사진 촬영 등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남성은 박 경위를 ‘파출소장 비서’라고 부르며 과일을 깎도록 시켰다고 한다.
박 경위는 약 일주일 뒤 또다시 나오라는 파출소장의 연락을 받아 아프다는 핑계로 거절했지만 파출소장이 “회장님께서 승진 시켜준대”라고 말하며 거듭 자리에 응할 것을 요구해 결국 그 자리에 다시 나가게 됐다.
그는 이후에도 근무시간 도중 파출소장의 부름으로 단둘이 실내 암벽 등반장에 방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감찰 요청했지만 구두처분만.. 오히려 감찰조사 당한 여경
결국 박 경위는 지난 5월 15일 청문감사관실에 감찰조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감찰 결과는 구두 처분인 직권 경고에 그쳤다. 근무시간에 사적인 자리에 불러낸 건 부적절하지만, 파출소장의 지시가 갑질이나 강요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박 경위는 "(이번 일로) 한 가정이 정말 망가졌다. 초등학교 3학년 딸이 있는데 딸한테는 너무 미안하지만 정말 죽고 싶다는 말을 많이 했다"라며 "제가 해당 부서에 '아파트에 올라가 떨어져 죽겠다, 그럼 그제야 인사발령 해 줄 것이냐'라고 하자 두 달 만에 인사발령을 해 주더라"라고 호소했다. 감찰 대상자와 피해자를 즉시 분리해야 하는 원칙도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박 경위는 또 상부에 해당 파출소장의 부당한 요구를 신고한 뒤 오히려 감찰 조사를 받으라는 연락을 받았다는 사실도 밝혔다. 파출소장이 다른 직원들에게 박 경위의 근태나 복장불량 등을 지적하는 내용의 진술서를 써달라고 요구했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파출소 폐쇄회로(CC)TV까지 돌려봤다는 것이다.
"윗선 회유도 있었어.. 딸에게 떳떳한 엄마 되기 위해 공개 결심"
박 경위는 윗선에서 회유를 받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윗선에서는 "파출소장이 받은 징계와 똑같은 수준에서 멈춰줄 테니까 앞으로 경찰 생활을 해야 되지 않겠냐"라는 말로 회유했다.
박 경위는 마지막으로 "제가 이런 노력으로 사회가 변하고 조직이 변할 수 있다면 딸한테 떳떳한 엄마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대응해 볼 것"이라고 했다.
한편 해당 파출소장은 “경고 처분에 이의는 없다”라면서도 “후배에게 잘 해주려고 한 건데 역효과가 난 것 같다”라고 KBS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