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영화관에 간다
2023.07.17 18:08
수정 : 2023.07.17 18:08기사원문
요즘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영화상영관 개·변조 등을 통해 공간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영화 상영과 함께 스포츠, 공연, 전시 등으로 운영 범위를 넓히면서 새로운 활로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CJ CGV가 몇 개 상영관을 리모델링해 스포츠 클라이밍 체험관을 만든 데 이어 롯데시네마도 최근 한 상영관을 체험형 전시 공간으로 바꿨다. 메가박스도 지난해 인수한 국내 최대 키즈카페 기업 플레이타임과 시너지를 내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객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극장 수익이 좀처럼 늘지 않는 최악의 상황에서 나온 자구책들이다.
어느 유명 광고 카피에 빗대어 말하자면, 영화관의 변신은 무죄다. 코로나가 한풀 꺾이면서 이른바 엔데믹으로 상황이 전환됐지만, 영화관 실적은 여전히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최근 내놓은 '2022년 한국영화산업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영화관람료가 처음으로 1만원을 넘어섰지만, 영화관 매출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60.6%(1조1602억원), 관객 수는 49.8%(1억1281만명) 회복하는 데 그쳤다. CGV가 유상증자라는 극약처방을 통해 1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지난해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은 코로나로 영화관과 영화가 겪었던 위기에 대해 언급하며 "우리가 이 역병을 이겨낼 희망과 힘을 가진 것처럼 우리 영화도, 우리 영화인들도 영화관을 지키면서 영화를 영원히 지켜내리라 믿는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박수갈채를 받은 바 있다. 그러면서 그는 "영화관에서 집중된 태도로 집중력을 가지고 여러 사람과 함께 동시에 영화를 본다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나는 대체로 박찬욱 감독의 말에 동의하는 쪽이다. 오랜 기간 영화를 취재해온 기자로서, 또 한 명의 시네필로서 그와 같은 마음이라고 하는 편이 오히려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OTT의 시대'라고 해야 할 작금의 상황이 그렇게 녹록지만은 않다는 것 또한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몇 년 후면 영화관이 소멸할지도 모른다는 비관론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전의 호시절로 곧 되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할 만큼 순진하지도 않다. 다만 (TV의 등장으로 한 차례 위기를 겪었던) 영화관들이 지금의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jsm64@fnnews.com 정순민 문화스포츠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