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버리고 혼자 탈출했다"..버스기사 '가짜뉴스'에 유족 입장은?
2023.07.18 08:39
수정 : 2023.07.18 08:39기사원문
1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곳곳에는 "침수 사고를 당한 버스 기사가 당초 무단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버스기사가 승객들을 버리고 혼자 탈출했다", "기존 노선으로 갔으면 사고를 당하지 않았을 것" 등의 주장이 유포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버스노선 아닌데 왜 갔나?
인근 도로 통제로 우회 지시 따랐을뿐
인근 도로 통제로 우회 지시 따랐을뿐
버스 기사 이모씨(58)는 인근 도로 통제로 인한 우회 지시에 성실히 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 동료들에 따르면 사고 버스는 청주국제공항에서 출발해 기존 노선대로 오송역으로 향하던 중이었는데 미호천교 인근 도로 통행금지 조치로 궁평2 지하차도를 통해서 오송역으로 운행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실제로 폭우가 쏟아졌던 지난 15일 오전 4시10분 미호강에는 홍수경보가 내려졌다. 미호강 수위가 10m를 넘어가며 미호천교 인근 유역은 범람 위기를 맞았고, 이미 일부 유역은 범람이 시작된 상태였다. 이후 오송읍 궁평리와 강내면 등 인근 지역이 모두 침수됐다. 급행버스 747번의 노선인 미호천교는 이로 인해 통행이 금지됐다.
버스기사 혼자 탈출했다?
창문 깨고 승객 먼저 탈출... 남은 승객 구하러 버스로 돌아갔다 '참변'
창문 깨고 승객 먼저 탈출... 남은 승객 구하러 버스로 돌아갔다 '참변'
침수된 도로를 운행할 수 없었던 이씨는 당연히 궁평2지하차도로 향했다. 당시만 해도 궁평2 지하차도 내부에는 물이 고이지 않았고 통행금지 조치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씨가 몰던 급행버스가 궁평2 지하차도 출구에 다다랐을 무렵 6만t에 가까운 물이 쏟아져 들어왔고 버스는 순식간에 차도 내부로 빨려 들어갔다.
당시 이씨는 승객들에게 "창문을 깨드릴테니 빨리 탈출하라"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스에 탑승했다가 숨진 20대 여성의 외삼촌은 “같이 여행가기로 한 친구에게는 전화를 걸어 ‘버스 기사가 창문을 깨드릴테니 손님들은 빨리 탈출하라고 했다’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는데 그 뒤로 통화가 안됐다더라”라고 했다.
이씨는 네다섯명의 승객을 구한 뒤 남은 승객을 구하기 위해 다시 버스로 돌아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의 동생 A씨는 "몇명을 먼저 탈출시키고 (남아있는 승객을 구하러) 버스로 다시 돌아와 창문을 깼다. 형은 최선을 다했다"라고 한겨레에 말했다.
비난 목소리에 가슴 찢어지는 유족들
"형님 장례부터 잘 치르고 얘기하겠다"
"형님 장례부터 잘 치르고 얘기하겠다"
A씨는 허위 정보로 이씨를 비난하는 목소리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표했다. A씨는 "형은 대응을 잘했는데도 버스가 (그쪽 차도로) 우회한 것이 잘못이라는 말이 나온다. 장례를 잘 치르고 승객들이나 가족들과도 얘기를 나누려고 한다"라고 했다.
한편 궁평2 지하차도에서는 지난 15일 오전 8시40분쯤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쏟아져 들어온 물에 차량 16대가 잠기는 참사가 발생했다. 실종 신고된 12명 중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던 마지막 1명의 시신이 추가로 발견되면서 오송 지하차도에서 숨진 사망자는 총 14명으로 집계됐다. 버스기사 이씨의 시신은 17일 오전 지하차도 입구에서 12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