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텔레포비아'

      2023.07.18 15:54   수정 : 2023.07.24 07:47기사원문
외국과 비교해 한국에 대해 가창 애착이 가는 부분 중 하나는 인프라다. 교통을 비롯한 한국의 전반적인 인프라는 전 세계 최고 수준일 것이라고 장담한다. 통신도 그 중 하나다.

이 같은 예찬과 달리 최근 통신(텔레콤)에 대한 혐오(포비아)가 만연하다. 그 중심에는 5세대(5G)이동통신 요금이 있다.

일리가 있을 만도 하다. 통신은 이제는 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서비스인 만큼 국민 정서에도 민감한 분야다. 매 정권마다 '통신요금 손보기'가 단골 메뉴에 오르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렇다면 글로벌 스탠다드에 비춰 본 한국 통신의 성적표는 어떨까.

오픈시그널, ETNO 등 글로벌 기관·협회 자료를 종합하면 국내 5G 속도(432.5Mbps)와 커버리지(42.9%) 글로벌 순위는 각각 1, 2위다. 5G 상용화에 앞장선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이 같은 품질 대비 요금 수준·선택권도 준수한 편에 속한다. 2020년 기준 한국의 월별 GB 사용량과 GB당 지출 수준은 각각 12.51GB, 약 2920원이었다. 모두 미국, 일본보다 사용률은 많지만, 지출은 적었다. 10여년 전과 비교해 가계통신비에서 지출 비중이 992% 증가한 단말기 등 통신장비와 달리 통신서비스 규모는 4만원 이상 감소했다. 반면 미국, 유럽 통신사들은 물가상승에 따른 통신비 인상에 나서는 추세다. 아울러 한국처럼 5G 데이터 저·중·다량 구간, 연령별, 온라인 전용 요금제 등 선택지가 10곳을 거뜬히 뛰어넘는 국가도 찾기 힘들다.

반면 2021년 1분기 기준 국내 통신사 EBITDA 마진율은 30.2%로 미국, 중국, 서유럽 국가를 비롯한 아르헨티나와 같은 일부 남미 국가보다 뒤처졌다. 통신사의 ARPU는 수년째 답보 상태다. 주주와 국민 정서·정부 규제 사이에서 통신사의 고민이 깊을 만하다.

복수의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과거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인정한다. '많이 해먹었다'는 인식을 걷어내는 것도 통신사의 남은 숙제이기도 하다.
다만 한편으로는 지금의 통신 강국 달성에 기여해 온 우리의 높은 눈높이마저 감정만으로 스스로 지나치게 폄훼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교차한다.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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