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감독권 넓히고 임금결정권 확보" 법 개정 요구에도 변화는 '미지수' 

      2023.07.19 16:59   수정 : 2023.07.19 16:5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통화정책 운용과 내부경영 등 한국은행의 각 부문 정책 개선을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비은행 감독권 강화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데 이어, 한국은행 노동조합에선 임금결정권을 금융통화위원회로 이관하는 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 특성을 고려할 때 법 개정은 '중장기적 과제'라는 게 중론이다.

한국은행은 다른 정부부처와 달리 법률안 제출권이 없는 데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논의도 활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달 한은법 개정안이 신규 발의된 만큼 9월 정기국회에서 논의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9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한국은행에서는 모처럼 법 개정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다.

기관 수장인 이 총재가 지난달 한국은행 창립 73주년 기념사를 통해 법 한계를 지적한 게 대표적이다. 이 총재는 "지금까지 한국은행의 주된 정책대상은 은행이었다.
한은법에서 금융기관이라 함은 은행만을 의미하고 있다"며 "비은행의 중요도와 시스템 복잡성이 증대됐기 때문에 은행만을 대상으로 해서는 국민경제 전체의 금융안정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지난 13일 금융통화정책방향 결정 이후 기자간담회에서도 "한은이 감독하지 않는 기구에 담보 없이 유동성을 긴급하게 공급할 방안이 없다"라며 감독권 확장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은행 통화신용정책을 수행할 때 '금융안정에 유의해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는 만큼 비은행에 대한 유동성 공급 정책이 확충돼야 한다는 취지다.

한국은행 노조에서는 인건비 승인 권한을 기획재정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로 이관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의 '인적 경쟁력 약화'가 지적되는 가운데 '적정 수준의 임금'을 보장해달라는 것이다. 노조에서 통과를 촉구하는 개정안은 지난달 국회 기재위 소속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한은법 개정안으로, 금통위가 직원 인건비를 정하고 한국은행 예산을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유희준 한국은행 노조위원장은 "한은법 개정을 위해 오는 21일까지 서명운동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결과를 취합해서 총재께도 드리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의원실에도 전달해서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거시경제 정책과 내부경영 제도 개선 차원에서 법 개정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실제 개정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정기국회가 개원한다고 해도 국정감사,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한은법 개정 논의가 후순위로 밀릴 수 있어서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한은법 개정보다는 당장의 미시경제 정책과 관련된 법안이나 세수 부족, 예산안 편성을 두고 여야가 줄다리기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이 법 개정에 미온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한병도 의원은 통화에서 "한국은행이 독립된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법 개정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다"면서 "의정활동을 하면서 (인건비 승인과 관련) 문제를 파악해서 법안을 낸 것인데 한국은행 측에서는 법안의 옳고 그름에 대해 명확하게 의견을 피력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여당 기재위 관계자 또한 "법 개정이 필요하면 의원입법 등을 요청할 수 있는데 최근 그런 요청이 없었다"고 전했다.

법 개정이 아니라 법령이나 내규 개정 등을 통해 제도 개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통화신용정책 목표나 금통위 운영 등 큰 틀의 변화가 아니라면 다른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금통위 의결을 거쳐 제도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비은행에 대한 유동성 공급과 관련해 이 총재 또한 "현재 법 체제 하에서 어떤 제약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며 기존 한은법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 하반기 법 개정이 탄력을 받을지는 국회 기재위 뿐 아니라 한은의 입법 노력에 달려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병도 의원은 "하반기 기재위에서 한은법 개정안을 논의하려고 한다"면서도 "한국은행이 정책의 폭을 넓히려는 요구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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