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듣고, 맛보는...'정남진' 전남 장흥 여행

      2023.07.20 13:45   수정 : 2023.07.20 14:09기사원문
【장흥(전남)=장인서 기자】 ‘건강 휴양촌’으로 이름난 전남 장흥은 한반도 남서쪽, 제주도를 바라보는 육지의 끝자락에 놓여 있다. 주위에 여러 섬과 만을 끼고 있어 바다 내음이 물씬 풍기지만 편백숲과 트래킹코스 등 휴식과 운동을 겸할 수 있는 액티비티 명소들로 더 주목받고 있다.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비결이 오감(五感)의 충족이라면 장흥에서는 그 행복을 야무지게 누릴 수 있다.

46m 높이를 자랑하는 정남진 전망대 관람부터 삼합 요리 등으로 채워진 식도락 여행, 정남진해안도로를 따라 밟는 남파랑길 79코스 트래킹,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에서 경험하는 피톤치드 테라피까지. 보고, 듣고, 맛보는 동안 자연을 흠뻑 느끼다 못해 자연과 더불어 호흡하는 방법을 배운다. 숨 가쁜 일상에 지친 도시인들이 올여름 장흥으로 달려가는 이유다.



갯장어 한 조각 물고 물회 한 숟갈 뜨니, 여기가 무릉도원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던가. 장흥에 오면 꼭 먹어봐야 할 여름 보양식으로 갯장어 샤브샤브가 꼽힌다. 장흥의 남쪽 안양면 여다지 해변은 한국관광공사가 가장 깨끗한 갯벌로 선정한 곳이다. 이곳에서 장흥 장어가 잡힌다. 대추와 당귀, 엄나무 등의 약재와 표고버섯, 부추 등을 넣어 푹 끓인 육수에 곱게 칼질한 갯장어를 살짝 데쳐 간장이나 초장에 찍어 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난다.


다음 추천 메뉴는 된장물회다. 전통적으로 담근 된장국물에 농어새끼처럼 육질이 부드러운 횟감을 섞어 만드는데, 청양고추의 칼칼한 맛과 된장의 구수한 맛이 어우러져 시원하고 담백하다. 장흥삼합은 이름에서 드러나듯 장흥의 대표 보양음식이다. 비옥한 갯벌에서 자란 키조개 관자의 부드러움과 참나무에서 자란 표고버섯의 쫄깃함, 한우의 감칠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넉넉한 풍미를 입안 가득 느낄 수 있다.



쪽빛 바다를 따라 구불구불 걷다 보면 시름도 달아나네


남파랑길 79코스인 정남진해안도로는 장흥 원등마을회관에서 출발해 상발마을-죽청배수갑문-정남진 전망대-회진시외버스터미널을 걷는 코스다. ‘남쪽(南)의 쪽빛(藍) 바다와 함께 걷는 길’이라는 뜻의 남파랑길은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전남 해남 땅끝마을까지 남해안을 따라 총 90개 코스, 1470㎞나 이어지는 걷기 여행길이다. 남해안의 수려한 해안경관과 대도시의 화려함, 농어촌 마을의 소박함을 모두 만날 수 있어 다채로운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지하 1층, 지상 10층으로 세워진 정남진 전망대에 오르면 맑은 날엔 득량도와 소록도, 연홍도, 거금도 등의 섬을 조망할 수 있고, 고흥군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각 층을 잇는 계단은 트릭아트, 장흥의 어제와 오늘, 향기계단 등으로 꾸며져 볼거리와 재미를 선사한다. 득량도가 있는 득량만은 장흥과 고흥을 아우르는 넓은 만으로, 고흥군·보성군·장흥군 등의 일부 지역으로 둘러싸여 있다. 만의 연안에는 낙지·장어 등이 많이 잡히고, 김·미역·굴·피조개·키조개·바지락 등의 양식업이 이뤄지고 있다. 청정해역을 바탕으로 지난 2017년 ‘청정해역 갯벌생태산업특구’로 지정되기도 했다.


숲 향기와 불멍 속에 분주했던 마음이 차분해지고


배도 부르고 열심히 걷기도 했다면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를 찾아 차분한 휴식을 만끽해보자. 장흥군 억불산 자락 120ha(약 36만평)에 60년생 이상의 편백나무 숲속에 자리한 이곳은 생태건축체험장과 목재 문화체험관, 억불산 정상과 연결된 무장애 데크로드인 말레길, 치유의 숲, 온열 치유시설인 편백소금집, 다양한 난대수종을 관찰할 수 있는 난대자생식물원 등으로 조성돼 있다. 편백나무는 건강에 좋은 피톤치드와 음이온을 가장 많이 내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숲속 호흡요가와 기체조, 맨발걷기 등 다양한 산림치유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올해 2월에 문을 연 수문랜드 블루투어 오토캠핑장도 모닥불을 피우며 평온한 시간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아늑한 숲속 여기저기서 흘러들어오는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눈앞으로는 수문항과 다도해가 그려내는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총면적 2만2226㎡에 카라반 7동, 글램핑 4동, 캠핑데크 15개소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한편, 장흥에는 그냥 스치기엔 아쉬운 명소들이 많다. 정유재란 때 명량대첩을 승리로 이끈 이순신 장군이 무기를 모으고 군대를 정비한 회령진성을 비롯해 정남진물과학관, 각종 영화와 드라마의 교도소 배경 촬영지로 유명한 옛 장흥교도소,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의 촬영지였던 남포마을, 조선시대부터 장흥군에서만 자생하는 귀족호도 관련 희귀 자료를 관람할 수 있는 귀족호도박물관이 관광객들 사이에 꽤 알려져 있다.



오는 29일부터 탐진강 및 편백숲 우드랜드 일원에서 열리는 정남진장흥물축제도 장흥의 대표 문화관광 상품이다. 올해로 16회를 맞는 축제는 ‘물과 숲-휴(休)’를 주제로 오는 8월 6일까지 9일간 이어진다.
포토존, 멀티미디어 그라운드, 거리퍼레이드 살수대첩, 물풍선 싸움, 황금물고기 잡기, 워터락 풀파티, 토크형 콘서트 등 어느 해보다 풍성한 이벤트로 관광객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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