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잔 하자며…" 신림 희생자 사흘째 추모 행렬

      2023.07.24 17:51   수정 : 2023.07.24 17:51기사원문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24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역 '묻지마 흉기난동' 사건 현장에서 희생자의 대학친구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2023.07.24.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24일 낮 12시 서울 관악구 신림역 4번 출구 인근. 두 손 모아 묵념하던 최모(63)씨의 어깨가 들썩였다. 10여초 후 고개를 든 최씨의 눈시울이 붉었다.



신림동 주민인 최씨는 "(사건 당일) 피 칠갑이 된 피해자의 흰색 티셔츠와 머리에 감은 붕대를 봤다. 며칠 동안 잠을 못 잤다가 처음으로 현장에 와봤다"며 "내가 될 수도, 우리 아들이 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오후 2시께 피의자 조모(33)씨가 길이 100m가량의 이곳 골목을 다니며 시민 4명을 차례차례 흉기로 공격해 20대 남성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발생 직후 인근 상인들이 초록색 테이프로 사건 현장을 표시했고, 이 공간에 시민들이 조화 등을 두고 가며 추모 공간이 마련됐다.

사건 발생 사흘째인 24일, 신림역 인근 추모 공간에는 이번 사건으로 사망한 A씨를 추모하려는 시민 수십명이 몰렸다. 바닥에는 시민들이 놓고 간 조화와 인근 편의점에서 산 것으로 보이는 컵라면과 도시락이 가득했다.

벽면에는 시민들이 붙이고 간 포스트잇으로 빼곡했다.

A씨의 지인이 놓고 간 것으로 보이는 포스트잇도 보였다. 포스트잇에는 "아침에 술 마시러 올 거냐고 물어봤잖아. 술자리 고민했다며… 바프(바디 프로필) 끝나서 얼굴 보자며", "우리 막내, ○○형이야. 술 한번 먹었어야 하는데…" 등이 적혀 있었다.

A씨가 한창 술자리를 즐길 나이였던 만큼, 술병에 꽂힌 조화가 특히 많았다. 무더운 날씨에 숨진 A씨를 위해 공간 한편에는 수박도 놓여 있었다.

추모 현장을 찾은 시민들은 일상 속 참사에 "남 일 같지 않다", "내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신림동 주민이라는 김모(22)씨는 "그날도 친구를 만나려고 이곳을 찾았었다. 소식을 듣고 '내가 당할 수도 있었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는 "같은 또래이고 비슷한 처지인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며 "(피해자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이 크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두 번은 신림을 찾는다는 박모(68)씨는 "가장 먼저 생각난 게 23살짜리 조카였다"며 "평소 여기 자주 오는 조카가 그날따라 전화를 안 받아서 깜짝 놀랐다. 아직도 그때만 생각하면 다리가 후들거린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 피의자 조 모씨가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조 씨는 지난 21일 신림역 4번 출입구 인근에서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20대 남성 1명을 살해하고 30대 남성 3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2023.07.23. mangusta@newsis.com

상인들 사이에서는 언제 자신들이 공격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호신용품을 구비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고 한다.

인근서 사업장을 운영하는 김모(55)씨는 "밤늦게까지 혼자 이곳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서 삼단봉을 하나 샀다"며 "상인들끼리 호신용품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건이 발생한 골목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최모(23)씨도 "그 사건이 있고 난 다음, 2명이 일을 그만뒀다. (저는) 어쩔 수 없이 계속 일을 하긴 하는데 언제 나한테 그런 일이 있을지 몰라 후추 스프레이를 구매했다"고 전했다.


한편 조씨는 지난 21일 오후 2시7분께 서울 관악구 신림역 4번 출구 인근 골목에서 흉기를 휘둘러 20대 남성 1명을 죽게 하고, 다른 남성 3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그는 전날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돼 현재 구속 상태다.


그는 범행 동기에 대해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고, 분노에 가득 차 범행을 한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감언론 뉴시스fe@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