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 김혜수 "염정아 뺨?...난 좀 힘찬 배우, 인정하는데 시간 걸렸죠"

      2023.07.25 00:02   수정 : 2023.07.25 09:4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영화 ‘밀수’에서 김혜수와 염정아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다. 선장 아버지를 둔 진숙(염정아 분)이 10대 때부터 식모살이를 하며 떠돌던 춘자(김혜수 분)를 가족처럼 받아들이고, 함께 물질로 생계를 이어온 까닭이다.

바닷가 근처에 화학공장이 들어선 뒤 둘은 함께 밀수판에 뛰어든다.

하지만 세관의 단속에 걸리고, 그 혼란의 현장에서 춘자만 몰래 도망치면서 둘의 사이는 완전히 틀어진다.

감옥에 다녀온 진숙은 몇 년째 소식이 없던 춘자가 다시 고향 군천에 돌아오자 잔뜩 독이 오른다.
한껏 멋을 부린 춘자와 여전히 해녀들의 리더인 수수한 차림의 진숙. 둘은 재회한 순간 서로의 뺨을 때린다. 50대 두 여배우의 서로 다른 카리스마가 팽팽히 맞섰던 이 장면은 그야말로 불꽃이 튀었다.

■"진숙은 춘자를 처음으로 따뜻하게 받아준 친구이자 가족"

‘밀수’ 개봉을 앞두고 만난 김혜수는 이 장면을 언급하자 “어머, 진짜로 때린 거 아니다”라며 손을 내저었다. “진짜로 때리면 큰일이지. 난 손도 얼마나 큰데. 그건 합을 맞춘 것”이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당시 춘자가 내뱉은 “너나 모르냐”라는 대사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진숙은 혈혈단신 세상에 이용당하고 착취당하며 생존한 춘자를 처음으로 따뜻하게 받아준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춘자에겐 진숙은 친구이자 가족이자 어쩌면 전부다.”

춘자의 “너 나 모르냐”는 대사는 간결하지만 어떤 믿음을 준다. 김혜수는 “류승완 감독이 배우들의 의견을 수렴해 디벨롭을 하시는데, 제 의견을 수용해주셨다”며 “둘이 재회했을 때, 춘자가 가장 먼저 하는 말이 있다면, 그건 ‘너 나 모르냐’ 그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정말 내 마음이었다”고 돌이켰다.


해녀인 진숙과 춘자의 끈끈한 연대는 물속 장면에서도 표현된다. 김혜수는 “대본을 볼 때, 그 장면에서 뭔지 모르게 뭉클했다”며 “우직한 관계의 힘이 느껴졌다. 해녀는 물속에서 서로가 밀고 당겨주는 관계”라고 돌이켰다.

“춘자의 키워드는 생존이다. 사건 후 홀로 서울에 가서 밀수로 생계를 꾸리면서 가발을 쓰고 나오는데, 그런 화려한 외피는 춘자의 생존도구라 봤다. 묘하게 진숙이 감옥에서 가발 만드는 노동을 하지 않냐. 언론시사회에서 영화를 다시 볼 때 그 장면이 왠지 특별히 다가왔다.”

춘자는 다방에서 일하는 옥분을 유난히 챙긴다. 고민시가 연기한 옥분에 대해 김혜수는 “작은 춘자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 어린 나이에 (손님의 아내들에게) 머리 뜯기면서 돈을 벌지 않냐. 사는 방식은 다르나 춘자와 비슷한 삶을 살고 있다는 점에서 나(춘자)를 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혜수 "난 좀 힘찬 배우, 내 고유성 인정하기까지 시간 걸렸다"

김혜수는 앞서 “여성이 축을 이루는 작품을 (류승완 감독이) 제안해주셔서 반가웠고, 또 상업영화여서 더 반가웠다”고 했다.

염정아와의 호흡에 대해 "(나와) 반대 기질을 가진 배우다. 힘을 빼지만 많은 걸 드러내는 연기를 한다. 저는 정말 힘을 빼고 싶은데 항상 힘이 들어가더라”고 했다.

김혜수는 “나는 좀 힘찬 배우인 것 같다”며 웃었다. “(난) 힘을 주지 않는데, (관객들로 하여금) 힘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배우마다 장점이 다르다. 배우의 고유성인 것 같다. 내가 어떤 고유성 가진 배우인지 인정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다. 한때는 나도 내가 못 가진 것을 부러워했다.”



어느 순간 작품을 할 때마다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한다는 그는 "팀원"이라는 단어를 통해 영화가 수많은 사람들의 팀워크의 산물임을 강조했다.

“새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내 정체성, 나는 무엇인가 생각한다.
나의 정체성은 팀원이라는 것이다. 배우로서 욕망도 있고 개인적 흥미도 있지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팀원으로서 누를 끼치면 안 된다는 마음이 컸다.
그리고 영화란 배우들이 보이는 비중이 더 많을 뿐, 모두가 함께 만드는 것이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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