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시럽급여, 이젠 끝?' 정부, 하한액 개편 '만지작'
2023.07.26 05:00
수정 : 2023.07.26 05:00기사원문
실업급여 지급액은 느는데...재취업률은 오히려 하락
정부가 실업급여 개편에 나선 것은 수급자 상당수가 소득보다 오히려 높은 급여를 수령해 재취업을 미루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이유에서다. 우리나라 실업급여 수급자는 대다수가 하한액을 적용받는데 문제는 최저임금과 연동된 하한액이 매우 높아 구직의욕을 되레 깎는다는 지적이다.
2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보험법상 실업급여는 퇴직 전 3개월간 '평균임금의 60%'를 기준으로 책정한다. 다만 이렇게 해서 나온 금액이 최저임금보다 낮으면 '최저임금의 80%'인 하한액을 준다.
지난해 기준 최저 월 실업급여 하한액은 184만7040원으로, 최저임금 근로자 세후 월 근로소득 179만9800원보다 높다.
전체 실업급여 수급자 73.1%가 이 같은 하한액을 적용 받았다. 특히 그중 38.1%(전체 수급자의 27.9%)는 실직 이전 세후 월 근로소득보다 높은 실업급여액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3년간 실업급여 수급자와 지급액은 급등했다. 2021년 기준 수급자는 178만명으로 2009년(127만명)보다 51만명 늘었다. 2021년 기준 실업급여 지급액은 12조625억원으로, 2009년 3조5990억원보다 3배 이상 뛰었다.
반면 지난해 기준 실업급여 수급기간 중 재취업률은 28.0% 뿐이다. 2013년 33.9%와 비교해 5.9%p 하락했다. 정부는 이같은 통계를 근거로 현행 제도가 실직자의 구직 동기 부여라는 취지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한다.
실업급여 반복 수급도 문제다. 5년 간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며 3회 이상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은 지난해 기준 10만2321명에 이른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번 개선안의 목적은 제도가 목적한 대로 제대로 작동하느냐, 하지 않느냐 이런 부분을 면밀히 살펴 취지에 맞게 제도를 설계해 나가는 데 있다"며 "최근 불거진 각종 논란이 있는 문제들에서 출발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여당을 중심으로 실업급여가 실직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는 소위 '시럽급여'로 전락했다거나, 실업급여로 '샤넬백'을 사는 여성들이 있다는 논란의 발언들이 제도 개편의 직접적인 이유가 아님을 강조한 것이다.
기금 적자 상황에서 고용보험 확대를 위해 실업급여 하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은 6조3000억원이다. 하지만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려온 예수금 10조3000억원을 제외한 실제 적립금은 3조9000억원 적자다.
하한액 조정·폐지가 관건
정부는 현재 당정이 진행 중인 실업급여 논의를 더욱 심화한 뒤 개선안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하한액을 어떻게 손보느냐'다. 당정은 지난 12일 제도 개편 공청회에서 하한액을 낮추거나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일하는 사람이 더 적게 받는 기형적인 현행 실업급여 구조는 바뀌어야 한다"며 "실업급여가 악용돼 달콤한 보너스란 뜻의 '시럽 급여'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데 참석자들이 공감했다"고 말했다.
특히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5월 발의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에는 실업급여 하한액을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실업급여 반복수급자에 대한 급여액 삭감도 검토한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미 제도 개선을 위해 발의한 정부안과 현재 국회에 발의된 여야 의원들 안에서도 의견이 일치하는 부분이다. 해당 안은 실업급여 반복수급자에 대해 최대 50%까지 급여액을 삭감하고, 최대 4주까지 실업급여 신청 대기기간을 연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고용부는 수급자들이 실질적인 구직 활동을 하도록 행정 조치도 강화한다. 예를 들어 입사 지원 후 면접에 불참하면 1차로 엄중 경고하고 2차로 실업급여지급을 중단하는 식이다.
이외에도 현행 '근로시간'으로 규정된 고용보험 가입기준을 '소득 기준'으로 개선하는 방안도 추진될 전망이다. 고용보험의 사각지대를 없앤다는 취지다. 현재는 월 60시간 이상 일한 근로자에게만 고용보험 혜택이 주어지다보니 여러 회사에서 단시간으로 일하는 근로자의 경우 고용보험을 받을 수 없었다. 여기에 단시간 근로자들은 실업급여 수급자 기준에도 맞지 않아 혜택을 누리지도 못하지만 매번 고용보험료는 꼬박꼬박 납부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고용부는 국세청 소득 자료 연계를 통한 시스템 구축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성호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제도 개선 시)국세청 자료에는 포섭이 되지만 고용부에는 신고되지 않은, 실질적 사각지대라고 하는 부분들은 이 연계를 통해서 많은 부분 발굴할 수 있다"며 "신고시 사업주들의 보험 사무가 편리해지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