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첫번째로 6·25 파병… 한·필리핀 인적교류 넓혀야"
2023.07.25 18:16
수정 : 2023.07.25 18:16기사원문
레이날도 마파구 필리핀 보훈부 차관이 25일 6·25전쟁 정전협정 제70주년을 맞아 방한해 본지에 전한 '좌우명'이다. 6·25 참전용사인 숙부를 보고 사관학교 입학을 결정했다는 마파구 차관은 참전용사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국가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아시아에서 첫번째로 6·25 파병"
마파구 차관을 비롯한 필리핀 정부 대표단은 국가보훈부의 초청으로 이날 방한했다. 이들은 오는 27일 6·25 정전협정 70주년과 유엔군 참전의 날을 맞아 우리나라를 도왔던 22개 유엔 참전국들과 함께 부산을 찾아 보훈장관 회의 등 보훈부 주최 각종 행사에 참석한다. 마파구 차관은 이날 판문점을 방문하기 직전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본지와 만났다. 그는 우선 한국과 필리핀의 각별한 관계를 강조했다. 그는 "서로 필요하다면 달려갈 수 있는 동맹국이다. 우리는 6·25 때 아시아에선 첫번째로, 유엔에선 세 번째로 파병했다. 5개 전투대 7400명의 병력이 참전했다"며 "우리에게도 한국은 고마운 나라다.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를 비롯해 여러 비정부기구(NGO)들이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많은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 때 680만페소에 달하는 의료물자 기금을 받았고, 필리핀 참전용사 행사에서 주필리핀 한국대사가 참전용사 가족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참전용사 인적교류 늘었으면…"
그러면서 이번 보훈부의 초청행사를 높이 평가하며 "보훈 국제연대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선 양자를 넘어 다자로 외연확장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은 참전용사협회를 통해 연례행사를 하고 있는데 올해 필리핀이 의장국이 된다"며 "이 같은 참전용사들을 공식 초청하는 행사뿐 아니라 후손들의 인적교류가 이뤄지는 회고록 출판이나 장학금 행사, 세미나 등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참전용사들이 연로하기에 가장 필요한 헬스케어 서비스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필리핀은 의료비가 비싸서 참전용사들이 자비를 내지 않아도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현재 마닐라에 있는 보훈병원에 더해 두 곳을 더 지으려 예산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참전용사와 그의 가족들의 행복이 최우선 책무다. 국가가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韓, 알수록 벤치마킹 하고 싶어"
마파구 차관이 군(軍)에 몸을 담고 참전용사 복지 증진에 앞장서게 된 배경에는 그의 숙부의 영향이 컸다. 6·25참전용사인 숙부는 마파구 차관이 사관학교 진학을 결정하게 된 큰 계기가 됐다.
그는 "제 작은아버지가 94세이신데 6·25 참전용사로, 그의 딸이 주필리핀 한국대사의 장학금 수혜자이기도 하다. 그분 덕에 제가 필리핀 국방에 입문하게 됐다"며 "그 후 2005년 첫 방문부터 이번까지 4차례 한국을 찾았는데, 한국이 경제·군사 발전을 어떻게 했는지 알면 알수록 벤치마킹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고 밝혔다.
그는 이와 함께 보훈 국제연대는 물론 안보와 방산, 물류 등 양국 간 우호 및 경제협력 강화를 위해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양국 관계 격상은 문재인 정부 때부터 필리핀 정부가 촉구해왔다. 그는 "한국은 방산 협력에서 중요한 파트너이고 물류 분야 협력도 앞으로 한국과 필리핀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다면 더 좋아질 것"이라며 "참전용사 보훈 협력도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실무적 부분에서 가용할 플랫폼을 다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미국·일본을 중심으로 한 자유진영과 중국을 비롯한 권위주의 진영 간 대립에 대해선 '균형외교'를 펼치는 입장이라 밝혔다. 마파구 차관은 "원칙을 공유하는 미국뿐 아니라 중국도 우리에게 중요한 국가라 국익 수호와 강화를 위해 균형 잡힌 외교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