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 견제, 실력으로 뚫었다" BTS 정국 ‘세븐’ 글로벌 열풍 비결
2023.07.26 09:12
수정 : 2023.07.26 09:1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방탄소년단 멤버 정국의 첫 솔로 싱글 ‘세븐 Seven(피처링 라토)’이 25일 빌보드 주요 3대 차트를 모두 석권했다.
정국은 앞서 2020년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로 빌보드 ‘핫 100’ 1위에 직행한 바 있다. 이어 '라이크 크레이지'로 솔로 활동한 지민에 이어 ‘세븐’으로 이 차트 1위에 오르며 팀과 개인으로서 모두 빌보드 ‘핫 100’ 1위에 직행한 아티스트가 됐다.
‘세븐’이 단숨에 빌보드 ‘핫 100’ 1위로 직행하면서 K-팝 업계에서는 ”빌보드의 견제를 실력으로 뚫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빌보드가 이달 초부터 순위 집계 방식을 바꿨기 때문이다. 아티스트 공식 홈페이지상의 디지털 다운로드 수를 제외하는 것이 골자였다.
미국 이외 지역 아티스트들과 굳건한 팬덤 덕에 공식 홈페이지 다운로드 수가 높은 K-팝 아티스트에게 불리한 조건이었다. 빌보드는 집계 방식과 관련해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지만, K-팝 견제용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정국의 ‘세븐’은 달라진 방식에서도 곡 자체의 대중성을 토대로 폭발적인 스트리밍 수를 기록하며 빌보드 ‘핫 100’을 석권했다.
정국의 1위 소식이 알려진 날 한 K-팝 팬은 커뮤니티에 “노래가 아무리 좋아도 이제는 K-팝으로 빌보드 최상위 가기는 힘들겠구나 했는데 스트리밍으로 뚫을 지는 생각도 못했다"고 썼다.
■ 정교한 현지화 전략과 팝 승부수 통했다
K-팝 업계에서는 ‘세븐’의 정교한 현지화 전략이 팝 음악의 본토에서 먹혔다고 본다.
‘세븐’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일주일 내내, 매 순간 (연인과) 함께하고 싶다는 구애송이다. 특히 클린 버전과 함께 19금 가사가 담긴 익스플리싯 버전을 나누어 발표해 화제가 됐다.
하이브와 빅히트 뮤직은 ‘세븐’의 제작 과정 전반에서 미국 팬들의 취향을 염두에 뒀다. 영어로 된 가사에 요즘 유행하는 ‘유케이 거라지(1990년대 초반 영국에서 만들어진 전자음악 하위 장르)'을 가미한 최신 팝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녹음도 미국에서 진행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그래미 수상 경력의 유명 프로듀서 앤드류 와트를 필두로 한 제작진은 미국 현지에서 정국과 호흡하며 곡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세계 정상급 프로듀서와 오랜 기간 교감하며 작업을 진행했다는 자체가 미국 대중 음악계가 정국을 ‘글로벌 팝스타’로 인정했다는 방증”이라고 볼 수 있다.
최신 팝 승부수에 미국 대중음악 시장도 놀랐다. ‘세븐’이 등장하기 전까지 빌보드 ‘핫 100’ 1위는 미국 컨트리 가수 모건 월렌이 14주 동안 장기 집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월렌 외에 상위권을 차치한 곡들의 대다수가 컨트리 장르였다. ‘가장 미국적인 장르’라는 컨트리를 K-팝 가수가 부른 세련된 팝 음악이 뒤집은 것이다.
하이브 아메리카를 설립하며 미국에 진출한 하이브의 글로벌 멀티 레이블 전략이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견해도 나온다. 하이브에 따르면 이타카 홀딩스의 설립자 스쿠터 브라운 하이브 아메리카 CEO는 ‘세븐’ 제작 과정에서 곡 수급부터 피처링 아티스트 라토의 섭외까지 긴밀하게 협력했다. ‘세븐’을 다양한 버전의 리믹스로 발표한 것도 스쿠터 브라운 CEO의 조언이 큰 역할을 했다.
"팝스타"를 꿈꾸는 아티스트 정국의 감각과 선구안도 성공의 요인이 됐다. 정국은 ‘세븐'을 처음 접하자마자 “이건 해야겠다”라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올해 초 '세븐'을 처음 접한 정국은 3월 무렵 이 곡을 자신의 첫 솔로곡으로 낙점했다. 이후 전광석화같은 제작 과정을 거쳐 불과 4개월 만에 음악과 퍼포먼스의 완성도를 높이며 곧장 빌보드 ‘핫 100’을 석권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방탄소년단 멤버 정국이 글로벌 스타로서 가진 잠재력이 ‘세븐’을 만나 꽃을 피웠다”고 분석했다.
정국은 싱글 발매와 동시에 미국 ABC '굿모닝 아메리카 서머 콘서트 시리즈'와 영국 BBC 라디오 '라이브 라운지' 등에 출연해 신곡을 라이브로 선보이며 현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빌보드 핫100 1위 후에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에 "더 위로 가자"라며 K-팝 가수로 한정되기보다 팝가수로 기억되고 싶다는 꿈을 다시금 알렸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