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장기보단 중기 국채 투자가 적합···회사채 섞어 ‘바벨전략’으로”
2023.07.26 15:47
수정 : 2023.07.26 15:47기사원문
■ 국채-회사채 양쪽에 달고
유재흥 얼라이언스번스타인(AB)자산운용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2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러펀스홀에서 열린 ‘AB자산운용 하반기 글로벌 시장 전망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상반기 때처럼 국채와 크레딧 채권이 역의 상관관계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에선 이 방식이 보다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며 이 같이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국채와 회사채 성과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자율 영향을 크게 받는 국채는 통산 저물가, 금리 하락기에 어깨를 펴고 하이일드·이머징마켓(신흥국) 채권은 금리 상승기에 시장을 키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공격적으로 금리를 잡아 올린 지난해엔 이례적으로 양쪽 모두 무너졌으나, 올해 들어 긴축 완화 신호가 감지되며 ‘음(-)의 상관관계’로 회복했다.
유 매니저가 언급한 ‘바벨 전략’은 위험 수준이 양극단에 위치한 자산을 동시에 들어 올리는 기법을 뜻한다. 채권 투자에선 발행 주체 안전성이 보장된 국채와, 신용 위험을 내포하고 있으나 보다 고수익을 낼 수 있는 투기등급(하이일드) 회사채 등을 함께 담는 방식이다.
특히 그는 하이일드 시장 우량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바벨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신용 위험도가 높은 상태는 아니라는 의미다. 실제 지난 2012년만 해도 전체 미국 하이일드채 물량 중 BB등급은 37%에 불과했으나, 2020년 들어 처음 50%대를 넘겼다. 같은 시점 CCC등급 비중은 16%에서 12%로 줄었다. 지난 6월말 기준으로는 각각 48%, 12%를 가리키고 있다.
유 매니저는 또 “금리 인상 기조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고, 물가 압력이 예상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내년 하반기 인하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굳이 국채 투자에서 초장기를 가져갈 필요는 없고, 중기채로도 얼마든지 캐리(이자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고 짚었다.
■ “주가상승 소외株에 주목”
이어 ‘주식 전망’ 발표를 맡은 이재욱 AB자산운용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올해 상반기 미국 지수 상승세는 소수 종목이 이끌었다”면서도 “하지만 역사적으로 일부 종목 집중 흐름은 장기화되지 않는다”라고 짚었다.
올해 들어 6월까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시가총액 26%를 차지하고 있는 상위 10개 종목 지수 수익 기여율은 79%를 기록했다. 특히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아마존, 알파벳 등 기술주가 집중적으로 상단에 포진하고 있다. 나머지 490개 종목 수치는 21%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매니저는 “과거 미국 경제가 연착륙을 경험했을 때 이익 전망이 15% 정도 하향 조정됐던 점을 감안하면 미국 경기가 어느 정도 저점에 근접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밸류에이션 부담도 상위 10개 외 종목들에게 덜 가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내년 S&P500 상위 10개 종목 주가수익비율(PER)은 28.1배로 추정됐으나, 나머지 490개 수치는 15.3배로 절반 수준으로 예상됐다.
이 매니저는 거시경제 민감도가 낮고, 성장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지속가능’ 테마들을 권했다. △풍력발전 △정밀농업 △디지털 결제 △DNA 염기서열분석 △디지털 건강 데이터 △전기차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 등이 거론됐다.
그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향후 파괴적 혁심 중심에 설 것”이라며 “기술 분야뿐 아니라 다양한 업종에서 광범위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 매니저는 다만 “과거 닷컴 버블 사태에서처럼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떠안았던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해당 기업이 어떤 비즈니즈 모델을 가지고 있고, 주가 밸류에이션은 적정한지 따져 선별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